비가 한달내내 온듯 온 집안이 눅눅하고 베게며 이불이 축축합니다
거실 바닥은 끈적끈적 하고 발바닥에 먼가 눌어붙듯이 기분이 안좋습니다
마당엔 단풍나무와 신랑이 버섯키워 따 먹는다고 구석에 세워둔 한달 넘은 썩은둥치 나무가 비스듬히 세워져 있습니다
작약꽃이 핀 뒤 잎이 무성해 그늘이 하루종일 지는 음킁한 구석엔 길고양이 잠자리로 담뿍담뿍 자리가 나 있습니다 새 둥지처럼 둥글고 편안하게 말입니다
작년엔 오갈피나무 구석에 작은새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서 한 여름날 거실까지 접수하고 날아다니더니 올해는 빈 둥지만 빗속에 썩어 가는거 같습니다
처마밑으로 흘러 대문 밖으로 내논 처마는 중간에 낡은 구멍으로 비가 새어 봉당에 흥건히 고여 떨어집니다
마당 한 가운데 나무 계단은 썩을까 걱정 입니다
작년에 썩지말라고 칠을 거금(20만원)주고 했는데 갠찮겠지요? ㅎㅎ 처마를 길게 해서 비를 덜 들이치게 했지만 그덕에 햇빛이 차단되서 언제나 우리집 거실은 어둑 합니다
항상 혼자 있는 나보다 요즘은 밖에 빗소리가 더 요란을 떱니다
하늘이 떨어져 내릴듯 하늘은 더 컴컴해지고 다시 우악 스럽게도 비가 내립니다
가지끝 빗방울에 흔들리는 잎에 청 개구리가 앉아 웁니다
저러다 떨어질거 같은데 용케 버티고 앉아 웁니다
혹시나 싶어 현관문을 열어놓고 반나절을 기다려 보지만 청개구리는 끝내 거기서 앉아 종일 울어댑니다 아마도 누군가 찾는듯 기다리는듯 울어 재칩니다
처마밑으론 까만 유선줄에 작은새 한마리가 날아와 앉아 날개을 흔들고 젖혀서 부리고 긁어내리고 부산합니다
가만보니 깃털이 다 젖었네요 멀리 날아온거 같습니다
그 새도 나처럼 혼자 입니다
창문을 열고 작은 노래를 불러 줍니다 새가 즐거우라고요 ㅎㅎ
새는 처음에 어디서 그러나 두리번 거리다가 이내 반응이 없습니다
날개를 다 다듬고 살짜기 마르면 다시 날아 어디론가 갈 겁니다
봉당가 후미진곳으로 빗물이 고여 돌돌 흘러 마당 밖으로 흐릅니다
비만 안내리면 참 조용한 우리 집입니다
아까 청 개구리 때문에 열어논 현관문을 다시 닫습니다
창문도 닫았습니다
하늘이 더 컴컴해지니 아마도 비가 더 억수같이 내릴거 같아 그리 했습니다
새도 청개구리도 각자 피신을 하겠지요 내가 단도리 한것처럼요
다시 문을 닫으니 혼자가 되었습니다
거울속 난 나시 원피스에 머리를 아무렇게나 질끈 동여매고 무릎을 세우고 앉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