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적정 노인 기준 연령 높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544

여름 울렁증


BY 그대향기 2011-07-15

여름 울렁증

 

 

정작 여름수련회 시작하기 전 주간인 이번 주부터 가슴이 답답하기 시작한다.

이미 두세 달 전부터 겨울 이불빨래는 시작했었고

이젠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여름 이불은 여름 수련회가 끝나면 바로 세탁해서 들여 놓는다.

객실 수가 크고 작은 방까지 다 합하면 80 여 개가 되다보니

이불도 어마어마한 숫자라야 한다.

베개는 그보다 더 많고.

한방에 40~50명도 더 잘 수 있는 대형 방부터 스무 명 열 명 다섯 명....

숙소동이 세 개나 되고 그 규모도 꽤 크다.

수련회가 끝나면 그 많은 객실의 이불이며 베개를 다 수거하고

초대형 세탁기에서 몇 달을 두고 세탁을 해야한다.

초대형 업소용 세탁기에서 세탁만 하고 탈수는 바로 옆 탈수기로 옮겨야한다.

전자동 세탁기는 용량이 부족하고 수동 세탁기인 지금의 이 세탁기도 대구를 거쳐 부산까지 가서

몇 군데를 꼼꼼하게 둘러보고 산 초대형 원형 수동 세탁기다.

세탁조와 탈수기가 분리 되어 있긴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양의 이불을 속 시원하게 깨끗히

세탁 할 수 있어 좋긴한데 젖은 이불을 탈수기로 옮길 때는 아후.....

 

그 작업이 가장 힘든 작업이다.

수 백 장의 겨울 이불을 세탁하고 나면 손가락 마디마디

양 어깨며 아랫종아리까지 뻐근한게 녹초가 된다.

여름 이불은 가볍기나 하지..

겨울이불은 물에 젖으면 완전 쌀 한가마니 무게는 되는 것 같다.

날씨가 잘 도와주면 두어 달이면 끝나는데 중간에 날씨가 흐리거나

이번 장마처럼 장마가 길고 비가 잦으면 세탁기간이 아주 늘어진다.

일기예보를 믿고 해가 쨍쨍한 날에 세탁을 해서 널어 뒀는데도 중간에 느닷없이

소나기가 온다거나 하루 온 종일 꾸무리한 날엔 큰 방에 보일러를 틀어 두고

거의 다 마른 이불을 다시 말린다.

섬유린스며 가루비누도 덕용으로 트럭으로 말 통 째 들여와야 한다.

햇살 좋은 날 잘 마른 이불을 걷을 때면 뽀송뽀송한 그 감촉이며

향긋한 냄새가 나는 이불이 힘든 과정을 잊게 하고 행복하기까지 하다.

 

이불을 널고 걷을 때 뙈약볕에서 하는 일이다보니 요즘 내 얼굴은

새까맣고 빤질빤질 헤어밴드를 두른 올백스타일은 아프리카 어느 부족의

원주민 수준이다.

더울 때는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목덜미를 간질이면 귀찮고 더 덥다.

보기에 좀 우아스러운 것 하고는 관계가 사돈의 팔촌보다도 더 해서 그렇지

시원하기는 이 이상의 스타일은 없다.

선선한 가을에 하는 여름이불세탁은 좀 나은데

한창 더워지는 늦은 봄부터 하는 겨울이불빨래는 많이 힘들다.

자외선도 만만찮은데 무차별적으로 공격해 들어오는 그 많은 뜨거움을

원천 봉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썬 크림을 발라도 썬 캡을 쓴다고 쓰도 목에는 큰 타올을 두르고 ....

최대한 막아보는데 까지는 막아본다고 해도 반사되어 들어오는 양이 또 엄청나지...

 

요즘은 어디론가 사라지고프다.

한 두어달만...

여름이 다 지나고 나면 짜잔~~하고 복직하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올 여름수련회는 유난히도 아이들이 많이 몰려있다.

초장부터 750명.

제일 더울 때 2박 3일짜리 750명 서너팀, 그리고 400~500명 서너팀을 하고나면

여름은 훌쩍 다 가버리고 좋은데 그 기간동안 주방 안에서 거의 데친 나물이

될 지경으로 이 사람은 땀에 팅~팅~불어 살아야 한다.

 

새벽 4시 30분 주방 출근.

밤 9시 퇴근.

하루 세끼를 다 해 줘야하는 일정들이라 부식도 어마어마하다.

올 해는 긴 장마로 모든 물가가 다 올라 있다는데 긴장된다.

입맛 잃기 쉬운 여름철에 아이들이 맛있게 배 불리 잘 먹고 수련회 기간 동안

배탈 안 나고 건강하게 있다가 행복하게 돌아가게 해야 할 건데

수련회를 하면 할수록 어려워진다.

아니 아이들의 입맛이 자꾸 다양해지고 편식이 심해지는 느낌이다.

집에서 잘 안 먹는 야채나 생선을 메뉴에 자주 넣자니 편식할까 조심스럽고

그렇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기반찬이나 튀긴 음식은

오히려 편식을 더 하게 만들 것 같아 이리저리 궁리 중이다.

아이들이 받아오던 학교급식 식단을 참조하기도 하지만

영양면에서나 선호도면에서나 다 만족할 만한 메뉴는 참 까다롭다.

 

아이들을 인솔하는 어른들 입맛에 맞추자니 애들이 울고

애들 입맛에 맞추자니 그 어른들이 좀 그렇고....

양쪽 다 만족한 메뉴는 몇 개 안되는 것 같고 아이들이나 어른들

모두 다 만족스런 메뉴는 역시 불고기와 비빔밥이다.

물놀이를 하다가 일곱가지 색색의 나물이 듬뿍 들어간 비빔밥을 비벼 먹는

아이들의 만족스런 입을 보노라면 나물을 데치고 무치며 흘렸던 그 많은

땀방울들은 오히려 얼음냉수를 마시다 흘린 물방울인양

시원하다는 착각에 빠져든다.

70~80 KG의 불고깃거리를 양념해서 재웠다가 거대한 가마솥에서

볶아낸 불고기냄새는 200 평 식당에 진동을 하고 식권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아이들의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하다.

깔끔한 된장찌개랑 같이 나가는 불고기는 아이 어른 들이 다 만족한 메뉴.

그러나 올 해는 돼지고기값까지 악~소리가 날 정도로 올라있어 고민이다.

 

그보다 더 좋아하는 주 메뉴.

닭다리찜.

어른 아이 모두 다 똑 같이 주는 닭다리찜.,

개당 단가가 꽤 비싼 메뉴지만 닭다리 하나에 알 감자 두어개.

푸석푸석한 앞가슴살이 아닌 닭고기의 최고 맛있는 부위인 닭다리찜은

수련회기간 동안 꼭 나가는 메뉴인데 올 해는 닭값까지 너무 올라있다.

그렇다고 식대를 올릴 수는 없는 일.

고민하고 또 고민해야겠다.

수련회를 마치고 나가면서 주방으로 일부러 인사하러 오는 스텝들을

만날 때 마다 내가 지키는 이 자리가 자랑스럽고 감사하다.

내가 좀 더 수고스럽고 일찍 발로 뛰면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멋진 수련회를 선물해 줄 수 있어 내 수고로움이 오히려 기쁨이고 행복이다.

 

덥고 짜증나기 쉬운 여름이지만

숨이 턱에 까지 차 올라 헉헉대고 동동거리며 바쁘게 뛰어다니다보면

어느 새 여름은 저만치 가을을 예비해 두고 떠나 가 준다.

최대한 땀 흡수 잘 되고 가볍고 세탁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하루에도 서너벌씩 여름 내내 수도 없이 벗어던졌던 면티셔츠와 반바지들.

아이들 콧수건처럼 가슴에 달고 땀을 닦아냈던 길다란 순면 가제손수건들.

내 여름 수련회를 만들어가는 일등 공신들이다.

옷 장을 정리해서 여름 작업복들을 차곡차곡 쌓아뒀다.

언제고 휙~벗어던지고 갈아입기 쉽게.

난 작업복 할 만 한 옷들이 참 많다.

최대한 땀 냄새 안 나게 주방을 지키자니

자주 갈아입는 일 밖에는 달리 방법이 없어서다.

멋지고 비싼 옷이 아니라 일하기 편하고 면소재의 시원한 옷들이다.

 

여름 울렁증은 시작된 듯 하지만

이 여름을 잘 보내고 나면 남편이랑 둘이서 언제고 떠나면 되는

일주일간의 꿈같은 휴가가 기다리고 있다.

올 해는 어디로 갈까?

누구를 만날까?

무슨 특별하고 놀라운 일들이 일어날까?

상상만으로도 행복해 지는 시간이다.

여름을 잘 이겨야 만이 누릴 수 있는 이 특권.

더운 날 내내 그 상상만으로 시원해지기다.

40도에 가까운 그 가마솥 주방 열기를 계곡의 물소리며 물보라를 상상하며 즐기기다.

한팀 두팀...

수련회를 줄여가면서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우리의 노후를 준비함이다 생각하며

행복다지기로 마음을 다 잡으며 올 여름에도 아자아자아자자~~~!!

최주방장 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