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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데기 앞에서 주름을??


BY 그대향기 2011-04-10

 

 

왠 뻔데기 앞에서 주름을???

 

매주 토요일은 할머니들하고 온천욕을 하는 날이다.

한 여름을 제외하고는 매주 토요일은 할머니들하고 가까운 부곡에 가서

온천욕도 하고 가끔은 자장면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주로 생신을 맞은 분이 자축의 의미로 한턱을 내시기도하고

할머니들 외식비를 전달하신 분의 뜻을 받들어 기꺼이 외식을 한다.

한 달에 한 두 번의 외식이 할머니들한테는

마치 소풍가는 초등학생들처럼 즐거운 느낌을 받는 것 같으시다.

식성에 맞게 자장면이나 짬뽕 또는 우동으로 드시는데

탕수육이나 팔보채같은 값비싼 요리부분은 아주 특별한 날 가령 칠순이나 팔순 같은

큰 생신을 맞으시는 분들이 내실 때 주문을 한다.

식사량이 그리 많지 않은 할머니들은 한 그릇으로 두 분이서 나누어 드시기도 한다.

할머니들하고 온천욕을 하게 되면 최대한 빠르게 내 몸을 씻고

할머니들 등을 차례로 밀어드린다.

연장자로부터 나이가 적은 할머니 순으로....

 

젊은 나는 대충만 밀고 이탕 저탕 들락날락거리며 물에서 놀기 바쁜데

할머니들은 피부가 아주 홀라당 벗겨질 정도로 오래오래 밀고 또 미신다.

탕이 더워서 숨이 찰 지경인데도 할머니들은 느긋~하게 온천욕을 즐기시기에

내가 할머니들하고 목욕시간을 맞추는 방법은 냉탕에서 허부작거리기.

어린시절에 바다는 멀었고 냇가에는 물이 얕아서 수영을 배우지 못한 탓에

냉탕에서 물바가지 큰 걸로 고무튜브를 대신해서 배에다 안고 물장구를 치고 논다.

작은 바가지는 금방 가라앉지만 큰 바가지는 제법 오래 버텨준다.

해수탕에서는 그렇게해서 몇바퀴를 돌아도 끄떡없었는데

민물에서는 자꾸만 가라앉는게 아닌가?

 

어쩌다가 이 나이되도록 수영을 못 배워서 물에서  인어공주놀이 한번 못해본단말인지....

물 밑으로 돌고래처럼 날렵하면서도 재빠르게 가라앉았다가 물찬 제비처럼 우아~하게

떠 오르는 모습을 천만번도 더 상상하면서 물장구를 치고 또 쳐댔지만

꼬로록꼬로록......

물바가지의 물는 자꾸만 빠져나가고

육중한 몸뚱이는 물을 치고 앞으로 전진하며 나아가는게 아니라

점점 아래로 가라앉기만 했다.

아까아까 출발한 벽은 아직도 내 등 바로 뒤에 있는데

물장구를 치느라 바쁘게 휘저었던 팔다리는 천근만근이고

심장은 금방 천미터 트랙을 돌다 들어 온 장거리 육상선수같이 벌떡인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냉탕에서 씩씩거리고 섰는데 어라~~

아주 꼬맹이들이 물장난을 치는데 아서라마서라~

“물 먹겠다 애들아~

 있지...이 큰 물바가지를 이렇게 엎어서 배에다 대고 놀면

 너희들은 가벼우니까 물에 안 가라앉을거야.

 작은 바가지말고 큰 바가지로 해야해~

 이렇게..이렇게 알았어?“

친절하게 물바가지의 용도를 가르쳐주고 있는데

높아도 초등학교 2학년쯤?

아니면 좀 더 큰애는 4학년쯤이나 됐을라나?

“우리 수영할 줄 아는데요?

저기까지도 갈 수 있어요.

물바가지 안 안아도 할 줄 알아요.“

그러더니 금방 입수를 하고 척척척~~~

물을 가르면서 고 짧은 팔다리로 수영을 하며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는게 아닌가?

아니아니아니.

조롷게 짧은 팔다리로도 수영이 돼네~

 

헐~~~~~~~~~~~~~~~~~~~~~~~~~~~

 

생긋생긋 웃으면서 고개를 들고 수영을 멈춘 두 아이들이 얼마나 위대해보이던지.

덩치로 보나 나이로 보나 난 그 애들의 몇 배나 되는 사람인데

난 아무리 허부작거려도 제자리에서 맴이나 도는데 두 아이들은 금방 건너편 벽을

가볍게 턴하고 돌아오는게 아닌가?

자유형에다가 접영까지도 선보이면서 말이지.

이럴수가.....

물바가지에 매달려서 허부작대던 내가 얼마나 우습게 보였을까나?

그래도 수영을 가르쳐 준답시고 물바가지수영법까지 친절하게 전수하려했으니

푸하~~~~~

어디 숨을 개구멍도 없고 온 몸은 빨가벗었으니 가릴 것도 없네.

부끄럽고 민망하던 차에 에라이~

다시 잠수나 하자.

작은 눈을 붕어처럼   부릅뜨고 애들이 냉탕에서 나갔나 아직 있나?

가쁜 숨을 참으며 애들 다리를 찾는데 하이고 숨차~~

체면은 이미 오래전에 구겨졌고 숨 차 죽겠네.

 

도사 앞에서 방울 흔들어도 유분수고 뻔데기 앞에서 주름잡기지

실내 수영장에서 우수한 전문강사를 모시고 수영을 배운 줄도 모르고

나처럼 개울물에서 발이나 퐁당대다가 크는 앤줄로만 착각한 내가 우스워서

냉탕에서 더워진 머리도 몸도 식히느라 혼자서 킬킬댔다.

단골로 온천욕을 하는 곳이 꽤 큰 목욕탕이라 냉탕의 거리도 제법 긴 편이다.

아무리 아무리 물장구를 열심히 쳐대도 10 여 미터가 내 한계다.

더 이상은 숨이차고 몸이 자꾸만 수면 아래 바닥에 닿으니 전진이 안된다.

남편은 바닷가 출신이라 별명이 물개라 할 정도로 수영을 아주 잘한다.

영도에서 건너편 자갈치까지도 수영을 하며 자랐다고 한다.

수영하다가 힘이 들면 바다 위에서 좀 쉬다가 또 수영하고.

그렇게 어린 시절을 보낸 남편은 내가 수영을 못하는게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단다.

운동신경이 꽤 발달한 내가 어떻게 수영은 제론지.....

여름휴가 때 바다에서 수영을 가르쳐줘도 조금만 깊은 바다

즉 바닥에 내 발이 안 닿는 바다에서는 지레 겁부터 먹고 훌렁 뒤집어지는 통에

바닷물을 몇모금 삼키고 난 후면 수영할 엄두도 못낸다.

그러니 남편이 내게 수영을 가르쳐 주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냥 바닷가에서 푸른 바다를 감상하는 것은 좋은데

당최 깊은 바다는 너무너무 무서우니 수영을 배울수가 있어야지.

 

실내수영장은 꿈도 못꾸고 살았던 시절이었고

지금은 가까운 거리에 실내수영장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내 운전면허증은 벌써 몇 년째 깊은 장롱면허증이고 수영을 배우자고

날마다 남편한테 데려다 달라고 하기에는 미안하고 부담스럽다.

운동효과도 많다는데....

도시처럼 순환버스가 자주 있으면 참 좋으련만....

시골은 그런게 참 불편하다.

나중에 일 쉬게되면 그 때 배워도 안 늦겠지?

퇴직금 타서 아담하고 작은 소형차 한 대 뽑고 비키니는 좀 그렇고

풍성한 원피스형 수영복을 사는거야.

초등학생한테 팔린 쪽을 회복한다는 원대한 계획을 짜는 거지.

퐈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