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아무도 모르게 떠나 단 삼일 만이라도 철저히 혼자가 되어보리
해 떨어진 저녘 풍경이 조금 많이 외롭겠지만 덩그머니 허옇게 모래사장 드러난
만리포 바닷가로 달려갈까.. 잎떨군 겨울 숲의 청정한 침묵속 한잎 팔랑대는
가랑잎으로 훌훌~~ 돌아치다 그것도 면목 없으면 천년 이 오늘인듯 듬직히
그자리인 검은 바윗굴에 얼굴 폭 파묻고 엉엉 울며 부끄러움은 내가아니고
날 따라하는 메아리 너라고 박박 우겨가며 두 다리 길게 펴고 맘 편하게 징징대볼까..
난 두 남자아이 를 둔 엄마이고 그 아이들이 입가에 거뭇 거뭇 수염이 돗고 내 키 보다
두뼘도 넘게 훌쩍 커버렸지만 가끔은 내가 하는 속사포 잔소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실내 온실, 온도 시스템이 잘된 하우스 안에서 비릿하고 머리띵한 안온함 이랄까...
중독된 공기 적당하다고들 하는 적절온도 안에는 산골 깊이 들어가 마시는 추은날
코끝 찡하는 야생적 생명력이 없어 아이들이 나도 모르는세 겅중 겅중 뛰어놀더니
정말로 어느날 낮설게 쑥 커져 버려서 황당하기도 해
예쁜 꽃을 따러 들로 우리집 황호 흙 마당에 여름비가 좍좍 내리면 맨발로 땅을 디디면
발가락 사이로 간질간질 발 바닥을 간지럽히던 느낌, 잠자리 잡으러 밭둑 사이를 내달리
던 기억력이 좋은 작은 계집아이, 그 아이를 다시 만나고 싶어.
어디든 기차 타고 다니길 좋아하고 차창으로 비껴가는 세상 풍경에 넑을빼고 미리 준비
한 예쁜 엽서에 짧은 글을쓰고 하고싶은것도 너무많고 보고 싶은 사람도 많고 웃을땐
웃음소리가 너무커 금방이라도 어디있는지 들켜버리던 아이, 내가 잊어버리고 살았던
나 자신....
지금도 날이 어둑어둑 해지면
굴뚝에 연기솟고 내 이름을 부르며 밥 먹으라고 소리소리 지르던 내 엄마 목소리 작은 오빠가 불러도 안들어 온다고 군밤이라도 이마에 퍼부울것 같은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지나고 엄마라고 아내라고 어른이라고 하는데 난 아직도
마흔 네살은 아줌마나 먹는 나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언제 이건 그렇게 내리던 눈이 그치면 또 맘 설레게 기차를 타고 예쁜 엽서 사가지고
많이 웃고 금방 울고 거짓말 못하는 내가 잘 아는 그 계집아이와 사이좋게 나란히
둘이서만 딱 사흘만 여행을 다녀올꺼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