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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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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BY 모니카 2011-01-04

2010.12.06(월)

서귀포에 전화를 했다.

언니는 귤따러 가고, 엄마가 받는데 목소리가 영 아니다.

딸아이가 지난 주말에 우리 서울 다녀오는 동안 서귀포에 갔었는데 할머니가 아프시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병원에 가고싶으시단다.

짜증섞인 목소리로 그러게 왜 주말에 식구들이 병원에 가자고 할 때 가지 그랬느냐고 하자

그냥 괜찮아질줄 알았다고 한다.

작은질부에게 전화를 해서 할머니 병원에 모시고 가라고 했다.

잠시후에 작은질부에게서 전화가 온다.

할머니가 입원하고 싶어하신다고..

어쩌겠는가.. 입원하고 싶으시다면 하셔야지..

언니와 통화하고 입원하시라고 했다.

 

 

2010.12.08(수) 

각종 초음파 검사를 하고 갑상선 검사까지 했다고 한다.

별 이상이 없지만 주말까지 입원하라고 한단다.

속이 메슥거리고 구토가 나서 아무것도 먹지 못하시겠단다.

 

 

2010.12.09(목) 

병원에서 퇴원을 하라고 해서 퇴원을 했단다.

오후에 언니가 전화를 했다.

퇴근하고 와서 엄마 모셔서 제주대병원에 입원시키면 어떻겠냐고..

11월 내내 쉬지를 못해서 몹시 피곤하지만 어쩌겠는가.

5시 조금 넘어 퇴근해서 서귀포에 갔다.

병원에 안가신단다.

 

 

2010.12.11(토) 

어제 언니가 막내동생을 내려오라고 했단다.

막내를 태우러 공항에 가기 전에 언니가 전화를 했다.

아주 심각한 목소리로..

엄마가 밤새 이불에 오줌을 싸놓고 이불을 모두 밑으로 내려놓고 자꾸 헛것을 보고 헛소리를 하신단다.

덜컥 불안한 생각이 든다.

점심나절에 공항에 가서 막내를 태우고 서귀포로 넘어갔다.

엄마는 당신이 밤에 하신 일을 전혀 기억을 못하신다.

그래도 막내딸을 보니까 기분이 조금 좋아지셨는지 죽도 조금 드시고 이런저런 얘기도 나누신다.

사람이 그리웠던걸까..

밤, 통조림, 바나나 등 이것저것을 사다 드리고 오후에는 함께 놀면서 시간도 보내본다.

역시 사람이 그리웠던거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에는 거실에서 식사도 같이 하고...

밤에 딸아이내외가 와 한참동안 이야기도 나눌 정도로 좋아졌다.

오늘은 서귀포에서 머물기로 한다.

 

2010.12.12(일) 

새벽미사를 마치고 설렁탕으로 함께 아침 식사를 한다.

조금씩이지만 식사를 해도 구토증상이 안보여 다행이다.

함께 점심식사를 하고 엄마와 조금 더 놀다가

교회 예배를 끝낸 목사님을 비롯한 교회식구들이 병문안을 와 우리는 제주시로 귀가했다.

 

 

2010.12.13(월) 

막내가 저녁비행기로 돌아갔다.

엄마 상태는 그저 그렇다고 한다.

 

 

2010.12.14(화) 

일찍 점심식사를 마친 12시 31분 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엄마 풍 왔단다..

입이 돌아가고 오른팔, 다리에 마비증상이 왔단다..

할말이 생각안난다.

그저 빨리 한의원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

다행히 작은질부하고 같이 있기는 하지만 어느 한의원을 가야하냐는데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데라도 가라고..

언니가 아는 한의원은 2층인데 어떻게 부축하고 올라가느냐고..

그래도 뭐라고 할 말이 생각 안난다.

전화를 끊고 내가 아는 병의원 관계자를 생각해보니까 광진당 요한씨가 생각이 난다.

전화를 했다.

방금 그랬으면 걱정하지 말고 한의원에 가서 침맞으면 된단다.

따뜻한 물수건으로 입을 닦아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란다.

몸이 허하면 그럴수 있고 빨리 조치하면 회복될 수 있으니까 걱정말라며 안심시킨다.

조카한테서 연락이 온다.

119 불러서 의료원에 가라고 했단다.

왜 119 생각이 안 났을까..

언니와 통화를 해본다

의료원에 있는데 응급조치를 했으니까 제주대병원으로 가라며 앰블런스를 불러준단다.

13:30 서귀포 의료원을 출발했다고 전화가 왔다.

14:06 제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단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갔더니 다행히도 작은조카가 언니와 같이 있다.

엄마는 입이 약간 돌아가고 의식은 있지만 말을 잘 못한다.

내가 누군지는 알아보고 뭐라고 하는데 잘 알아듣지는 못하겠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고 묻는가 하고 되물었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제주시까지 온걸 모르는거 같다.

MRI를 찍고 의사한테 설명을 듣는다.

다행히 서귀포의료원에서 혈전용해를 잘 시켜서 막힌 혈관은 뚫렸지만

혹시 부정맥이 있을지 모르니까 심장초음파도 해봐야 하고 더 필요한 이런저런 검사를 해봐야 한단다.

간호사가 상주해 있는 중환자실 뇌졸중집중치료실로 올라간다.

처음에는 올라가지 않던 다리도 올라가고 팔도 올라가지만 감각은 없는 것 같다.

간호사가 계속 이름이 뭔지, 나이가 몇인지, 지금이 몇월인지 묻고 청각, 시각, 감각 테스트를 한다.

연락을 받고 급하게 올라온 딸아이는 할머니를 보고 눈물을 참으며 밖으로 나간다.

작은질부와 조카도 오고 저녁나절에 남편도 회식을 취소하고 병원으로 오고

아무런 예정도 없던 큰조카가 갑자기 제주에 볼일을 보러 오게 되어 큰조카 내외까지 모두 모였다.

병원으로 이송중일때 연락을 받은 막내도 놀라고

MRI 촬영실 앞에 있을 때 무심코 전화했던 우리 아들도 놀라서 모두 비행기표를 알아본다지만 당장 일이 나는건 아닌거 같아서 진정시킨다.

다행히 경과가 눈에 보일 정도로 좋아진다.

이정도면 퇴원해도 되겠다는 우스개소리까지 나누며 안심을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한 생각이 슬그머니 들기도 한다.

밤에 딸아이는 사위와 다시 와서 할머니 손가락 운동도 시켜드리고 말을 걸어보기도 한다.

밤 10시가 되면 보호자 한명 외에는 다 나가야 한다는 말에 집으로 돌아갔다.

 

 

10.12.15(수) 

아침 일찍 병원으로 갔다.

어제보다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한다.

엄마보다도 언니가 더 걱정이 된다.

감기로 목소리도 잠기고 잠도 잘 못잔 느낌이다.

출근을 해서 하루를 보내고 병원으로 퇴근을 한다.

어제 너무 갑자기 좋아진 탓인가..

자꾸 아프다고 하니까 하루종일 심전도며 여러가지 검사를 했다고 한다.

죽을 조금, 아주 조금 드시고 먹기 싫다고 짜증을 낸다.

언니와 같이 저녁밥을 조금 먹고 회식이 있는 남편은 9시 넘어 병실에서 나가고

퇴근하고 올라온 딸아이내외와 함께 있다가 10시 넘어 집으로 돌아간다.

집에 돌아가 세탁기 돌리고, 병원에 가져갈 것들을 챙겨놓고 12시 30분쯤 잠자리에 든다.

내일은 눈이 많이 온다는데...

 

 

10.12.16(목) 

밤새 하얗게 눈이 쌓여 학교까지 차량 운행이 어려울 것 같다.

일찍 출근하는 남편차에 타고 병원까지 올라간다.

병원 주차장에 와서야 냉장고에 챙겨놓은 반찬을 잊고 왔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병원에 있다가 출근을 한다.

버스를 타고 눈길을 걸어서...........

은영이 영재 등록때문에 조카가 학교에 왔다.

사무실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조기퇴근을 한다.

식당에 들러 해장국을 2인분 사고 병원으로 간다.

죽먹기 싫다는 엄마에게 해장국 국물에 밥을 한숟가락 말아서 떠먹여 드린다.

김자반과 쌈장을 반찬으로 잘 드신다.

오히려 죽보다 훨씬 낫다고 한다.

두어시간 후에는 밥을 조금씩 김자반에 굴려서 입안에 넣어드려 본다.

의외로 좋다고 한다.

다시 두어시간 후에는 김자반에 김치를 조금씩 올려놓고 드려본다.

많은 양은 아니지만 그래도 죽보다는 좋을 것 같아 안심을 해본다.

어제보다는 또 조금 좋아보여 안심을 하며 조카와 같이 집으로 돌아간다.

 

 

10.12.17(금) 

어제밤에 챙겨놓은 물, 세제, 무릎담요, 휴지 등과 밥, 반찬 등을 챙겨서 작은조카와 함께 병원으로 갔다.

밤새 열도 오르고 혈압도 안좋고 수면제를 처방해도 잠을 못주무셨다고 한다.

막 짜증을 낸다.

아파 죽겠다고..

복부촬영을 한다고 휠체어에 앉히고 검사실로 가는 것을 보면서 출근을 한다.

학생들이 교외봉사활동을 간다고 한다.

사무실에 앉아 있느니 바람이라도 쐬려는 생각에 동행을 한다.

하지만 무슨 검사인지를 했고 아무래도 장기전이 될 것 같다는 언니 문자에 또다시 심란.. 그만 버스를 타고 돌아오고 만다.

여전히 식사도, 약도 거부...

심란하다..

 

 

 

10.12.18(토) 

토요일이라 이런저런 집안일을 하고 점심나절에 병원으로 갔다.

일반병실로 옮기라고 한다.

우선 다인실이 없어서 2인실로 이동..

언니를 데리고 나와 해장국으로 점심식사를 한다.

저녁나절에 여주에 사는 동생네 도착..

검사결과는 이상이 없다는데 엄마는 식사도 못하고 그저 아프다는 말뿐..

다인실로 병실을 옮겼다.

 

 

10.12.19(일) 

아침에 엄마가 약을 침대 밖으로 집어던지셨단다.

조카는 막내이모가 와야 될 것 같다고 전화를 한다.

지금 이 상태로는 막내도 누구도 약이 될것 같지는 않은데....

점심식사후 동생을 병실에 앉혀놓고 언니와 사우나를 다녀왔다.

몹시 지쳐있는 언니.

그냥 내쳐 저녁때까지 집에 있는 언니..

항상 옆에 있는 언니가 안보이니까 엄마가 찾으신단다.

밤에 같이 나가니까 언니 어디있느냐고 엄마가 찾는다.

언니 서귀포에 갔다고 했다.

엄마가 약도 안먹고 집어던져서 화가 나서 그냥 가버렸다고..

몹시 서운한가보다.

동생을 병원에 두고 집으로 돌아왔다.

 

 

10.12.20(화) 

오늘은 상태가 더 좋지 않다.

언니가 가버렸다고 욕을 했단다.

우라질년..이라고..

의사가 와서 검사를 한다고 양쪽 다리에서 피를 뽑고 있다.

회진을 온 과장은 검사결과는 이상이 없지만 계속 배가 아프고 설사를 하는 것에 대하여 소화기과와 상의를 해본단다.

퇴근하고 들른 병원에서의 엄마상태는 역시 좋지 않다.

집중치료실에 있을때보다 점점 더 힘들어하는 기색이다.

언니와 엄마가 서로를 대하는게 달라보인다.

간호하는 사람 말을 듣지 않는 짜증에서 한 노인에 대한 연민으로, 의지해야 할 보호자로...

엄마귀에 대고 소희네 가서 자고 온다고 이야기하자 엄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러라고 한다.

이제는 환자보다 주위사람들이 먼저 지칠것 같다.

 

 

10.12.21(수) 

오늘은 대장내시경을 한다고 한다.

몹시 힘이 들텐데 엄마가 견뎌낼지 걱정이다.

점심시간에 잠깐 내려갔지만 언니, 동생네하고 식사만 하고 그냥 학교로 올라왔다.

 

 

 

10.12.23(목) 

엄마 상태는 전혀 진전이 없다.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봤는데 이상은 없다고 하고

엄마는 여전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열은 계속 오른다.

혹시 40여년동안 복용하던 관절염약을 끊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전에도 같은 경험이 있었기에 관절약을 먹기 좋게 가루로 만들어서 병원에 보내본다.

당뇨때문에 인슐린을 주사했다고 하고

월요일쯤에는 골수검사와 척수검사를 해본다고 한다.

참 이상도 하다.

병원에 입원하기 전에는 없던 당뇨수치가 왜 이제 갑자기 올라가는지...

 

 

 

10.12.24(금) 

엄마에게 관절약을 먹겠는가고 물어봤단다.

가루약 말고 그냥 알약으로 먹겠다고 했지만 넘기지 못하고 그냥 토해냈단다.

오늘은 의식이 아주 또렷하다고 한다.

아침 출근시간이 늦어 병원에 못들른채 출근을 했고 저녁에도 바로 퇴근을 했기에 엄마 상태를 보지는 못했다.

언니와 남편과 성탄자정미사에 참례를 했다.

눈길이 위험해서 가까운 성당으로 갔다.

미사 시작 40분쯤 후, 구유경배를 마치고 대영광송을 할 때 남편이 걸려온 전화를 보며 이야기한다.

소희가 자꾸만 전화를 한다고...

느낌이 이상해 밖으로 나가서 전화를 받으라고 했다.

엄마가 의식을 잃었단다.

우리는 그대로 뛰어나가 병원으로 달린다.

소희가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기에 집에 들러 혼자 조바심내고 있는 제부를 태워 함께 병원으로 갔다.

이미 의사가 와서 진찰을 하고 있고 엄마는 의식이 없다.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예전에 형부 돌아가실 때 내쉬던 숨소리와 너무 비슷하다.

동생이 이야기한다.

기저귀를 갈다가 갑자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고...

동생은 얼마나 놀랐을까..

뇌출혈이 의심돼 응급실로 내려가 CT를 찍었지만 이상이 없단다.

MRI를 찍기 위해 기다리는 동안 몹시 초조하다.

한참의 시간이 걸려 MRI를 찍고 나온 의사가 보호자를 부른다.

갑자기 뇌로 올라가는 혈관이 모두 막혀버려 뇌 전체가 손상이 되었다고 한다.

병원측에서는 검사상 아무 이상이 없지만 혹시 혈액암이 의심되어 월요일쯤 골수검사를 해볼 예정이었지만

이제는 소용이 없게 되었다고 한다.

손써볼 아무런 여지도 없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 처치는 상의를 하겠다고 한다.

예를 들면 튜브를 삽입한다든지 심폐소생술을 시행한다든지 하는 것들...

언니가 단호히 이야기한다.

그렇게 힘들게 하면서 연장시키지는 말아달라고..

회복가능성이 단 1%도 없는 상태에서 단지 몇시간을 위하여 그런 고통을 주고싶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면 젊은 사람들도 갈비뼈가 주저앉는다는데 나이 든 엄마에게 그렇게까지 힘든 일을 겪게 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심폐소생술 거부 동의서에 싸인을 한다.

불효를 하는것 같다.

의사에게 묻는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가를...

빠르면 오늘밤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2층 중환자실로 올라갈테니 보호자는 밖에서 대기하라고...

막막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무력감을 느끼게 한다.

막내한테 내일 일찍 내려오라고 전화를 하고는 그저 중환자실 밖 의자에 쭈욱 앉아 애꿎은 커피만 마신다.

새벽3시가 넘어서자 둘째조카와 작은조카 부부, 큰질부가 병원으로 들어온다.

큰질부는 길이 미끄러우니까 날밝으면 오라고 했는데 참지 못하고 따라온 것이다.

낮에 딸아이 데려와서 할머니를 뵈었는데 이게 무슨 일이나며 눈물을 참지 못하고

다른 조카들도 다들 놀라운 얼굴로 갑작스런 사태에 당황해 한다.

우린 그렇게 중환자실에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날밤을 새웠다.

 

 

10.12.25(토) 

화이트크리스마스가 될거라고 방송에서 예보를 했지만 난 맑은 성탄절을 기대했는데

계속 내리는 눈으로 자동차는 무용지물이 되어 버리고

우리는 손과 발이 묶인 상태로 그렇게 아침을 맞았다.

아침 9시에 시작된 면회시간에 마주한 엄마는 어제 밤에 보았을 때보다는 호흡이 가라앉아 있었지만 여전히 의식은 없는 상태이고, 우리는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면서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26일 아빠의 생일에 맞추어 오기로 되어 있던 아들도 내려오라고 연락을 하고

미리 올 수 있는 가족들은 내려오라고 연락을 취해놓았다.

점심나절에 막내가 아들을 데리고 들어오고

오후에 아들아이가 병원으로 도착을 했다.

할머니의 상태를 본 손주녀석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고 우리는 여전히 중환자실 밖 의자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엄마를 진료했던 주치의가 엄마 상태를 보고 우리를 찾아왔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검사는 모두 해 봤지만 이상이 없었고,

이렇게 갑자기 혈관이 막히거나 뇌가 손상되는 경우는 보기 힘들다고...

원인을 몰라서 학계에 보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자신들이 최선을 다했다는 이야기로밖에는 안들리지만 누구를 탓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저녁 7시 면회시간에는 열이 안떨어진다며 팔과 다리 사이에 넣어 놓은 얼음주머니를 제거해 달라고 했고

가능하면 영양제가 꽂혀 있는 주사바늘도 제거해 달라고 했지만 그건 안된다고 한다.

간호사가 다시 한번 대기하라고 연락을 취했고

그렇게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서 교대로 식사를 하기도 했다.

엄마가 중환자실에 누워 생사를 오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살아 있는 사람들은 무언가 음식물을 취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서글프지만 모두를 위해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고 웃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며칠이 걸리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얼마나 이기적인 동물인가..

표면적으로는 엄마가 더 아프지 말고 그만 가셨으면 좋겠다고 이유를 대지만

결국은 이 상황이 길어지면 남아있는 자식들이 힘들거라는 생각을 한다.

밤에는 대기실에서 잠깐씩 잠을 자기도 하며 또 그렇게 두번째 밤이 지났다.

 

 

 

10.12.26(일) 

아침면회시간에 들어가 간호사에게 1인실로 옮기는게 가능한지 물어보고 옮겨달라고 했다.

하루종일 기다려 겨우 30분 면회인데 1인실로 옮겨서 가족들이 다 함께 엄마와 있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옮기는건 가능하지만 1인실이 없어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병실이 비는대로 옮겨달라고 부탁을 하고 중환자실을 나온다.

교대로 일을 보기로 하고 우리는 집으로 움직인다.

남편 생일이지만 형편이 그렇지 못하니까 집안청소를 하고 점심 준비를 끝낼즈음 언니한테서 전화가 온다.

동공이 열렸으니 준비를 하라고 한다고...

하던 일을 팽개치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간다.

조금 후에 간호사가 와서 보호자를 찾는다.

순간 우리는 누구라 할 것 없이 신발을 들고 중환자실로 달려 들어간다.

이승에서 엄마가 지낼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간호사는 다른 환자 침상의 커텐을 치고 우리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엄마의 손을 잡고 기계만 쳐다본다.

숨이 멎었다가 긴 숨을 내쉬길 2~3회..

엄마는 조용히 가족들과, 이 세상과 작별을 한다.

왜 하필이면 엄마가 의식잃었던 그 날 난 병원엘 가지 않았던 걸까..

하루에도 두세번씩 들르던 병원을 왜 난 걸렀던 걸까...

날마다 병원에 들러 엄마한테 밥안먹는다고 야단하고, 약 못넘긴다고 짜증내고...

조금씩이라도 음식물 섭취만 하면 퇴원하고 집에서 회복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엄마한테 난 어떤 딸이었을까...

한번도 자상한적 없었고 부드럽고 편하게 말걸기 힘든 그런 딸이었는데..

외할머니 닮아 치매올까봐 걱정이나 하고

여행갈때 엄마때문에 일정짜는데 힘들다고 불평이나 하고......

중환자실에서는 소리내서 울지말고 다른 침상의 환자들에게 영향끼치지 않도록 하라고 미리 일러두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