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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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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는 기쁨


BY 매실 2011-01-02

매스컴에서 남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오면

저사람들은 원래 태생이 남다른가보다 짐작하거나

의식주가 다 해결되어서 남보다 걱정이 좀 적은 사람인가 짐작을 했었다.

 

하지만 나도 여차저차해서 가랑비에 옷 적시듯 조금씩 발을 들여놓다 보니

지금은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게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가 없다.

 

내생활에도 더욱 활기가 생겼다.

몸이 힘들어 병나면 안되니까 틈틈이 쉬고 관리를 해서 좀 더 건강해진 것같기도 하다.

 

회사일하랴, 집안일 하랴 바쁜데다 주일에도 쉬지 못해도 나도 모르게 내입가엔

벙글벙글 미소가 지어진다.

남을 돕는 것도 결국은 나를 기쁘게 하는 일인 것같다.

 

오늘은 한 달에 한 번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한 무료진료행사에 참여했다.

멀리서 의사,약사분들이 여럿 오셨는데 그들이 불편함 없이 짧은 시간내에

더 많은 사람들을 진료하기 위해선 스탭이 여럿 필요하기 때문이다.

 

타국에 와서 외롭고 힘들게 살고 있는 근로자들에게 오늘 만큼이라도

맛있는 것 대접하고 선물이라도 나눠주고 무료진료까지 해주면

그들이 얼마나 속으로 고마워하고 행복해하겠는가?

 

평소에 한글을 배우러 오던 인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밥도 몇 솥을 더 해야했고 반찬도 거의 다 바닥이 났다.

마치 잔칫집 같이 우리집에 온 손님을 배불리 먹인 뿌듯한 기분이 든다.

물론 나혼자 한 일은 절대 아니다.

나는 거들기만 하는 입장일 뿐.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벌기위해 시간외 근무나 야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아파도 병원에 갈 새가 없어 작은 병을 크게 키우는 경우도 많아서

이런 행사는 정말 필요하다.

 

대개 힘든 일을 주로 하기 때문에 팔 다리 허리가 아파서 파스를 타러 오는 사람도

많고 때로는 위장이나 간에 탈이 나서 오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그들이 가난한 동남아 사람들이라 안 그럴 것같지만 

치아 건강을 잘 챙기는 걸 보면 놀라울 정도다.

우리나라 사람들 보다 오히려 더 스켈링도 잘 하고 충치관리를 잘 하는 것같다.

 

이전엔 시행착오도 참 많았다.

베풀어도 전혀 고마운 기색도 없이 너무나 예의없게 굴거나

당연하다는듯이 받고 더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거나

자기가 챙길 것 다 챙기고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나버리거나

심지어는 피해를 끼치고 떠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면서 한국인들이 지쳐서 하나 둘 나가떨어지기도 했다.

 

그런 끝에 지금은 서서히 자리가 잡혀가는 듯하다.

정말로 고마워하는 표정이 보이고 마지막까지 남아있다가 뒷정리를 돕거나

자기들이 먹은 설겆이를 다 알아서 하니까 우리도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한글,한국문화 공부에 열의를 가진 것을 봐도 참 기특하다.

자국에서 대개 공부를 많이 한 엘리트들이어서 그런지 학구열이 대단하다.

한 가지라도 더 배우고 싶어한다.

 

언젠간 그들이 자국에 돌아가서 그 나라의 지도자들이 될 것이고

그들이 기억하는 한국이 좋은 이미지로 남으면 우리나라 외교에도 득이 될테니까

이 것이 바로 애국이 아닐까?

 

몇시간씩 쉬는 시간도 없이 계속된 강행군에도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의사,약사분들,스탭분들의 얼굴은 화사하니

아주 행복하고 기쁜 얼굴들이다.

맛이 잘 든 김치와 떡국 뿐인 저녁상에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그 힘들다는 공부를 마치고 저렇게 좋은 일을 자진해서 하니

참 대단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우리는 음식 서빙도 하고 의료진과 외국인들의 의사소통을 돕기도 한다. 

 

영어가 안 통하는 경우도 많고 한국에 온 지 얼마 안된 사람들은 한국말도

서툴어서 한국인, 온 지 몇 년 된 외국인 등 몇 차례를 거쳐야만

비로소 소통이 되고 정확한 진료가 가능하다.

 

한글공부, 동요, 복음성가 등은 1년이상 매주 가르치고 무료진료는 한 달에 한 번

이제 겨우 두 번째 하는데 벌써 소문이 나서 아주 멀리에서 오기도 한다.

 

새해부터는 프로그램을 약간 바꿔서 나도 교육의 한 부분을 맡게 되었는데

은근히 걱정이 많이 된다.

우리 문화를 가르친다는 게 그들에게 얼마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과연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우리말과 영어를 섞어서 해야하는데

내가 원래 외국어 배우는게 취미라서 그간 다른 외국어들을 배우느라

영어를 손에서 놓은 지가 좀 되어서

단어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 막히면 그 망신을 어떻게 할건지..ㅠ

그것도 걱정이다.

 

첫시간에 아예 미리 이실직고를 해야겠다.

나는 한국말을 제일 잘 한다고.ㅎ

 

또 손짓 발짓 그리고 그들의 서툰 한국말 흉내내기도 잘 할 수 있다.ㅋ

 

아까 어떤 청년이 시력이 나빠졌는데도 안경쓰기 싫다고 계속 우겨서

내가 그들의 서툰 한국말 톤을 흉내내면서

\"나처럼 안경 쓰면 겨울에 따뜻해요. 바람 안 들어와요~\" 그랬더니

그도 웃고 의사샘도 웃으셨다.

 

그들은 안경을 쓴 사람도 거의 없고 안경에 대한 거부감도 많은 것같다.

 

지난달에 와서 진료받고 돌아갔던 외국인들은 다 나아서 이번엔 안 오거나

또 다른 데를 고치러 오기도 했다.

다들 약을 타가지고 신나서 돌아가는 것을 보니 내가 다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