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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166

할머니.


BY lala47 2010-12-31

일산 언니네 아파트에 들어서면 자동차가 들어가는 두갈래의 입구가 있다.

입주자와 방문자의 입구가 다르다.

삼백오동 백일호 왔다고 기계에 말을 하면 방문자 표시가 된 종이가 나온다.

번거롭다고 투덜거리니 조카가 입주자 자동차로 등록을 해주어서 차에 스티커를 하나 붙였다.

이제는 입주자 자가용으로 쉽게 드나든다.

나도 입주자인척 한다.

관리실에 내 핸드폰 번호가 입력되어 있는 줄은 몰랐다

 

지하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올라오니 눈 속에 핸드폰이 하나 떨어져 있었다.

주인을 찾아줘야 겠구나..

집에 가지고 와서 충전을 시키고 전화벨이 울리기를 기다렸지만 밤새도록 전화 벨은 울리지 않았다.

할수 없이 관리실에 핸드폰을 맡겼다.

핸드폰을 맡기고 돌아오는데 몇호에 사느냐고 묻는다.

삼백오동 백일호라고 말해주고 왔다.

며칠동안 살고 있는건 사실이니까.

 

오후에 내 핸드폰이 울렸다.

관리실에 내 핸드폰 번호가 입력되어 있는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관리실인데요..삼백오동 백일호에 사시는 할머니랑 통화 하고 싶은데요.. 할머니 전화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백일호 할머니라면 언니를 찾는게 틀림이 없다.

관리실에서 언니는 왜 찾는가..

\"왜 그러시지요? 할머니는 집에 계신데요.\"

\"오전에 핸드폰을 줏었다고 할머니가 관리실에 갖다주셨는데 핸드폰 주인이 할머니께 감사하다고 통화를 하고 싶어해요.\"

아니.. 핸드폰을 줏어서 갖다준 사람은 내가 틀림이 없는데 할머니라니..

나보다 세살 위인 언니는 남이 할머니라고 불러도 무방하지만 나는 아니지...

 

윤지 할머니지만 공동 할머니는 거부 하고 싶은데 자꾸 관리실에서는 할머니랑 통화하게 해달라고 한다.

난감하다.

나라고 말하려니 내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다.

잠시후에 집에 벨이 울리더니 젊은 아줌마가 베지밀 한박스를 들고 방문을 했다.

\"할머니...너무 감사해요.. 핸드폰을 잃어버려서 발신과 수신 정지 신청을 해놓고 보니 찾을 길이 없었어요.\"

언니가 대신 할머니 노릇을 하며 인사를 받았다.

뒤로 숨은 나는 할머니가 아닌척 했다.

 

하룻밤만 더 자고 나면 육십사세..

허나 공동 할머니는 사절이다.

윤지 할머니만 할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