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뉴스를 보다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몸의 여러 곳에서 압이 올라간다.
군의 이모저모를 샅샅이 알려주는 미디어의 모습
(마치 적에게 정보를 노출시키려는 의도인 듯한...),
곧 전쟁이 발발 될 것만 같은 불안감,
분명 휴전국가에 살고 있으면서도 전쟁과는 상관없던 내 삶을
비웃는 것 같은 등등의 복잡한 마음이 돼서
뭔가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지난 목요일, 아들 여권을 찾으러 시청으로 가는 길
북한이 경기도를 타깃으로 잡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를 보고
우리 아들이 물어본다.
“엄마, 전쟁이 나면 정말 어떻게 해야 해요? 북한이 경기도를 포격한다는 발언을 했다는데,,,,,”
“아들아~ 예전에는 피난을 갔다지만 이제 어딜 간들 피할 수 있겠니?
그냥 전쟁이 나면 있는 곳에서 죽음을 맞는 거지.....“
연일 계속되는 보도에 앞날이 창창한 울 아들도 걱정이 되나보다.
그러더니 하는 말......
“엄마, 전쟁이 갑자기 터지고 우리 가족이 함께 하지 못해서
마지막 모습을 서로 못 본채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니 제 말을 잘 기억해 주세요.
......제가 아빠를 제일 존경하지만.....가장 닮고 싶은 사람은.....엄마에요.
엄마,,,,,,,,,,,정말 사랑해요. 마지막 순간에 이 말을 꼭 기억해줘요.........”
얼마 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대지진’ 영화를 보고 왔을 때도
울 아들, 아들과 딸 둘 중에 하나 만 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동생이 저보다 덜 살았으니 동생을 구하라고 말해서 어미의 눈시울을 뜨겁게 하더니
이번에는 엄마에게 마지막 말을 남긴다.
정말 우리는 마지막을 예고편 없이 맞이한다.
예전에 삼풍백화점이 붕괴 되었을 때 울 남편은 서초고등학교 교사였고
난 근처에 있는 삼풍백화점에 간혹 가곤 했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근무하던 사촌 이모가 변을 당해 삶을 마감했었다.
그 후........... 간혹............ 죽음을 생각하긴 한다.
그 곳에 내가 있을 수도 있었다......
이내 눈물이 나고 가슴이 먹먹해지는 나의 마지막 죽음.
죽음을 한 번씩 생각하고 나면 옆에 있는 사람을 좀 더 너그럽게 볼 수 있고,
중간점검을 해가며 감정을 고백하기도 한다.
몇 해 전에는 딸아이가 부산 자갈치 시장 어두운 곳에서 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져
죽다 살아난 적도 있다.
생각해 보니 언제나 죽음은 삶 언저리를 돌고 있다.
나 이제 삶의 절반은 산 것 같다.
이제 남은 삶의 길이가 더 길어질 지 아님 더 짧아질지 모르지만
죽음을 더 가까이 두고 살아야 할 듯 싶다.
하지만 죽음이 오기 전엔 물 만난 물고기마냥 파닥거리며 살아야하지 않겠나?
아저씨의 유명한 대사가 생각난다.
내일을 사는 사람은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죽는다 (?)
오늘만 산다는 절박함을 매일 느낄 수는 없지만 간혹 마치 오늘만 남은 것처럼 살아서
미처 하지 못한 말 때문에 삶에 미련을 두지는 말아야지 하는 생각이 든다.
울 아들이 내게 미리 들려준 마지막 말은
죽는 날까지 기억할 것이고
기억하고 싶은 말이다.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 알기에, 그런 엄마를 사랑하는 아들의 고백을 들었으니,
언제 죽어도 난........괜찮을 듯 ........싶다.
그래서.....
어제는 아들이 이벤트에 당첨되어 얻었다는 공짜 영화티켓으로
공짜 영화를 진짜 맛있게 보고왔다.
쩨쩨한 로맨스....영화......참 유쾌하다.
그리고....
아들에게 말한다.
고마워~~ 아들......그리고 진짜 사랑해~~~~~~
네 엄마라서 너무 행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