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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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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이중성


BY 수련 2010-12-02

나는 아들도 있고 딸도 있다.

고로 시어머니도 되고 친정엄마도 된다는 의미다.

 

시어머니일때는 남들이 시키는대로 잘 지키려고 노력했다.

장가간 아들은 사돈의 팔촌이라는 말대로 전화도 자주 안하기.

아들,며느리 앞에서 징징거리지 않기.

아들집에 가서 얌전히 주는대로 받아먹고오기.

일절 이 방 저 방 기웃거리지 않기.

손녀를 안아보기 전에 손 씻기는 필수.(워낙 며늘이 깔끔을 떨어)

 

그런데 딸을 시집보내면서 친정엄마도 되었다.

요상하게 상황이 너무나 달라 내가 생각해도 진짜 우습다.

 

지난 달, 남편 병원에 가면서 딸집에 들렀다.

들어서자마자 냉장고문을 열어 반찬통 다 꺼집어내어

정리하고, 사위옷장 딸 옷장문을 열어 정리 좀 잘하라고 잔소리를 하질 않나,

화장실에서 볼일만 보고 나오면 될일을 소매걷어 구석구석 청소를 하고,

 침대 이불을 걷어 베란다에 털어 말리고...

완전 극성 도우미 아줌마역할을 톡톡히 해댄다.

 

남편도 마누라의 극성에 담배피우러 슬며시 밖으로 나가고

딸도 엄마의 끊임없는 잔소리에

\"엄마 나 잠간 나갔다 올게요\"

도망가더니 족발 한 접시,막걸리 한병 사와서 엄마 아버지에게 들이민다.

잔소리는 족발과 막걸리 한잔에 어디로 갔는지 쑥 들어가 버렸다.

 

만약 며느리집에서 그랬다가는 ....휴. 아들에게 이혼장 들이밀겠지.

 

이렇게 다른 상황이 연출이 되니 시엄마와 친정엄마의 이중성은 확연하게 드러난다.

 

요 며칠 가슴졸이며 안절부절하고 있다.

딸의 출산 예정일이 오늘이다.

며느리가 임신하여 출산할때는 낳을때 되면 낳겠지 느긋하게 그냥 기다렸다.

당시 남편이 아픈 상황이라 그랬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이렇게 조바심을 내지는 않았을 것이다.

 

아기 머리가 자궁밑으로 내려왔다는 딸아이의 전화를 사흘전에 받고보니

오늘일까,내일이면? 전화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덜컹 한다.

몸이 멀리 떨어져 있어 마음만 이렇게 졸이면서 밤잠도 설친다.

아빠에게 신경쓰는 엄마가 힘들까봐 친정인 진해로 내려오지않고 분당에서 낳겠다는

딸의 마음을 고마워 해야 하는지...

진통이 시작된다는 전화가 오면 부리나케 달려가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기다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는 뒤죽박죽 되도 안하는 꿈을 꾸면서 잠을 설치고 나니 욕이 나온다.

 

\'이 놈의가시나, 마 여기와서 낳으면 신경이 덜 쓰이 겠구먼\'

조금 전에 딸에게 전화 해보니 아기는 아직 엄마 뱃속이 따뜻하고 좋은지

나올 기미도 없다면서 잠에 취한 목소리다.

 

내 딸이 아기를 낳는다 싶으니

마음이 이상하게 설렌다. 엄마도 그랬을까.

남산만한 배를 안고 친정에 들렀을 때 당시 임신 5개월째인 올케의 싸늘한 한마디-

\'한 지붕아래서 애를 둘 안낳는다는데...\'-

근거없는 억지에 엄마는 아무말없이 뒤뚱거리는 나를 데리고

대구언니 집으로 갔었다. 그때 엄마의 심정은 얼마나 아팠을까.

30년도 더 지난 세월까지 가슴에 멍이 들어 지금도 올케가 바로 쳐다 보이지않는다.

내가 친정엄마가 되고보니 이렇게 마음이 안쓰러운데...

 

시엄니와 친정엄마가 되고보니 모든 상황들이 하나하나 다르다.

앞으로도 계속 이중적인 행동과 마음이 되어가겠지.

철저하게 이중성을 내포한 엄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