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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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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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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도 말고 덜도 말고...


BY 시냇물 2010-09-24

 

추석연휴가 끝나고 모처럼 한가롭고 여유있는 시간이 되었다

올 추석은 정말 처음으로 명절답게 보낼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있었다

 

올해부터 큰형님네의 사정상 작은집인 우리가 제사와 차례를 지내기로 했기에

추석 며칠 전부터 남편과 나는 제수준비로 직거래장터부터 농협마트까지 골고루

다니며 준비를 해놓았다

큰동서가 추석 전 날 우리집으로 와 함께 음식 준비를 해주셨다

워낙 솜씨가 좋으신지라 일사천리로 진행을 하니 곁에서 하나하나 배워가는

나는 보조 역할을 하느라 바빴다

 

추석 날 아침 장조카 내외와 남편의 두 아들이 우리집으로 와 함께 차례를 모셨다

평소에는 남편과 나 둘만이 있는 집이라 넓은 집이 한가하기만 했는데

두 손주 녀석들의 해맑은 웃음이 집안에 넘치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집이 모처럼 사람사는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니 남편도 흐뭇한 표정이었다

 

온 상에 둘러앉은 가족들과 푸짐한 아침 식사를 끝내고 오전시간을 보내니

명절 분위기를 더욱 느낄 수가 있었다

시집 식구들이 돌아가고 나니 또 다시 남편과 나 둘만 남았다

 

친정 여동생한테 전화를 해보니 엄마를 모시고 남동생네 가족과 아버지

산소라기에 우리집으로 오라 했더니 그렇잖아도 지금 가는 길이라기에

근처에 사는 막내 여동생에게 전화를 했다

 

이렇게 대가족이 우리집으로 함께 모이긴 지금껏 내가 살아오면서

처음 있는 일인지라 내게는 더욱이나 뜻깊은 명절이 되었다

우리 친정은 아버님이 실향민이시라 친척이라곤 없어서

어렸을 때부터 해마다 명절에 오는 사람도 갈 곳도 없이 지내온 내게는

이렇게 가족들이 모이는 게 어찌나 좋은 지 모른다

올해는 두 딸아이와 사위까지 가세를 하니 한층 가족이 늘어

평소에는 그리도 넓은 집이 꽉차서 거실에서 주방에서 하하 호호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명절에 이렇게 가족들이 모이는 걸 아버님도 무척이나 바라셨던 일인데

아버지가 이런 모습을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 싶으니 더욱 아버지가 그리워졌다

 

열 명이 넘는 가족들이 거실에서 가득 맛있게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나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를 지경이었다

친정에서는 처음으로 생긴 손녀인지라 식구들의 관심은 온통 손녀 지효에게

쏠려 손녀의 옹알이에, 환한 미소에 다들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작은 아이 하나의 힘이 이렇게 클줄이야....


 

친정 여동생이 가져온 치악산 막걸리에, 큰집 조카가 사온 복분자에

남편이 사위들과 먹겠다며 사다놓은 산삼배양 막걸리에

평소엔 술 한 잔 안 마시는 집에 술이 종류별로 다 모여 들었다

 

우리 집 사위들은 형부부터 시작해 막내 제부까지 다 술을 못하는 공통점이 있다

한 잔만 마셔도 세상 술은 다 마신 듯 얼굴이 새빨개지니 그 부대끼는 것때문에

다들 술을 못한다 희한하게도...

반면 딸들은 아버지를 닮아 술을 마셔도 티가 전혀 안 나는지라 함께 모일때면

여자들이 주도(?)를 하는 편이다

 

이번 추석에 모처럼 나의 딸들도 친정 나들이를 할 수 있어서 더욱이나

내게는 가족들과의 만남이 의미가 있었다

큰 딸아이는 마침 시댁의 큰집이 오류동이라 차례를 마치고 오기가 수월했고

김포에 있는 작은 딸아이도 시부모이 친정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배려해주셔 명절 스트레스가 없었다

 

저녁 때 친정식구들이 돌아갈 때쯤 작은 딸아이가 사촌여동생 둘을

자고 가라며 붙들어 하룻밤을 더 우리집에서 묵게 되었다

사위들과 사촌처제(고1, 고2)들이 아직은 서로 서먹서먹한지라

큰딸과 작은 딸이 형부들과의 자리를 마련하려는 속셈도 있었는 거 같다

 

손녀딸을 재워놓고는 사위와 딸, 조카들은 노래방에 간다고 다들 나갔다

형부들이 처제들과 친목도모겸 배려를 해주는 것 같아 보기에도 흐뭇해졌다

2시가 넘어서 들어온 젊은이(?)들은 노래방에 이어 볼링장까지 다녀오느라

배들이 고픈지 거실에서 라면파티를 하는 모양이었다

 

젊음이 좋다, 그 시간까지도 쌩쌩한 걸 보니....

 

손녀 곁에서 비몽사몽 지키고 있던 나는 얼른 딸아이에게 손녀를 넘기고

추석 날의 행사를 마무리 하며 꿈나라로 고고씽~~~

 

다음 날 아침까지 확실하게 마무리하며 큰 딸아이는 용인 시댁으로

조카들은 잠실로, 작은 딸아이는 고모님 댁으로 향했다

 

이렇게 올 추석은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가 되어 사람사는 것 같았다

 

남편에게도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니 내 마음 역시 뿌듯했고

앞으로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처럼만 지내면 하는 바램 가득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