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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원짜리 기분전환법


BY 그대향기 2010-08-29

 

 

어디 튀지도 못하고 붙박이 마냥 촌구석에서 그것도 할머니들하고만 산 16년 세월.

밥순이로 살아야 하기에 잠시 잠깐 휴가철 빼 놓고는 360 일을 손에 물 담고 살아야 했다.

의상이라기엔 너무 거창한 앞치마에 면 티셔츠 그리고 최대한 스판이 빵빵한 간편한 바지.

그 앞치마 주머니엔 언제나 수술용 고무장갑 같은 꽉 끼는 조리용 노란색 고무장갑 한켤레

얇은 면 장갑 한켤레 그리고 얼마간의 지전과 동전.

요즘같은 여름철엔 기~~~다란 가제로 된 면수건도 하나.

 

그렇게 차려 입고 4천평 운동장과 주방을 동동 거리며 살다보면

스타일이란게 따로 안 나온다.

올백으로 넘겨버린 너른 이마빡에는 파리가 낙상할 정도로 빤질거리고

거무튀튀 원하지 않는  잡티가 생겨나기 시작하는 중늙은이 아줌마 얼굴엔

어느새 세월의 흔적들이 더께가 되어 앉아있다.

폼크린씽 크림으로 일단 한번 씻어내고 자연재료로 만들었다는

수제 비누로 다시 한번 더 씻어내도 숨구멍 깊숙히 자리잡은 몹쓸 것들이 안 빠져 나온다.

 

샤워기를 갖다대고 쌰쌰쌱~~~

얼굴 구석구석 못 씻겨 나가는 비눗물이 있을까 봐 꼼꼼하게 세안을 하고

어디보자~~~

우윳빛 얼굴은 아니더라도 탱글탱글 탄력은 좀 있을라나?????

착각은 금물.

이 나이에 무슨 탱글씩이나?????

그냥 안 쳐졌으면 그걸로 대 만족이쥐.ㅋㅋㅋ

 

점점 쳐지기 시작하는 삼각형의 작은 눈

거뭇거뭇 잡티가 안 그런 부분보다 더 많이 차지하는 너부데데한 얼굴

아무리 집어 넣는다고 집어 넣어도 옆구리에 잡히는 군살

팔뚝에 펄럭이는 날갯살~~

호옥시..이게 천사의 날갠가?

크흐~~~~~~~~~~~~~~

아서라마서라.

정신 차리자.

나이들고 탄력잃은 팔뚝살이 천사의 날개로 뵈는 이 아줌씨 아무래도 더위 먹은 모양이다.

 

일복이 화려한들 무엇하겠으며 앞치마가 이쁜들 누가 알아주랴~

브라팬티가 아무리 화려하고 섹쉬한들 누가 알아주냐구~

더위에 지쳐 각자 다른 공간에서 네 활개치며 편하게 잔지도 벌써 한달째.

부부싸움을 하고서도 한 침대에서 씩씩대는 숨소리 들어가며 자던 우리 부부가

올해는 더워도 너무 더워 각자 편한 자리에서 간섭 안하고 자기로 했다는 거.

가끔은 쇼파에서 또 어느 날에는 거실바닥에서 어떤 날은 정상적으로 침대에서.

온 집을 다 돌아다니면서 제일 시원하고 편한 자리에서 따로 잠을 자기로 했다.

선선한 가을 바람이 불면 랑데뷰 합체~~하기로 하고.ㅋㅋㅋㅋ

 

사는게 심심하게 느껴지는 날, 난 오일장에서 양말을 산다.

그것도 유명점포에서 파는 소위 말하는 메이커 양말이 아니라 노점에서 파는 단돈 천원짜리 양말.

형형색색 원색의 고운 색에다가 디자인도 다양한 천원짜리 양말을 대여섯 켤레 사는 날은

공연히 미소가 얼굴 가득 피어나고   부자가 되는 느낌이다.

그 동안 신던 낡은 양말을 벗어던지고 새 양말의 꼬리표를 떼고 신는 순간부터

꼭 새출발을 하는 신학기 학생처럼 설레이는 느낌이라 기분이 아주 신선하다.

메이커 양말처럼 탄력이 아주 좋다거나 빨아도 빨아도 모양이 덜 변형되는 좋은 양말이 아니어도

천원으로 사는 행복치고는 너무 고상하고 싱싱한 행복이다.

새 양말의 기분 좋은 촉감이 천원어치 치고는 아주 크다.

 

그렇게 하루 한켤레씩 천원짜리 양말을 대여섯번 바꿔 신고나면 일주일이 금방 지나가고

언제 그랬냐는 듯 일상의 기분 좋은 상태로 돌아 온다.

오늘 아침에도 어제 창녕장에서 산 파란색 줄무늬가 있는 천원짜리 양말을 신었다.

파란색 체크무늬 칠부바지 아래.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사람을 지치게 하는 요즘 아우~~~~

푸른 파도가 연상되는 파란색 줄무늬 양말을 신고 룰룰루.....랄랄라......

선선한 가을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리며 이 여름을 이긴다.

천원짜리 양말이 늘어난다는건 그만큼 튀어나가고 싶음이 강했다는 것.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