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14세 미만 아동의 SNS 계정 보유 금지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19

제빵왕 김탁구를 보면서...


BY 섬 2010-08-29

누군가 \"<제빵왕 김탁구>재밌어. 봐봐!\" 한다.

 

30초마다 채널을 돌려쌓는 남편이 입 헤~벌리고 드라마를 보는 나를 보며 언제나 혀를 차기로

쫀심이 상하여 끊었던 \'취미생활-드라마보기\'지만 이럴 때를 대비하여 COOK을 신청해놓은 거다.

 

만화빌려보는 수준으로 1편에서부터 시간날 때마다 쭈우욱 본다.

으음~~역시 드라마는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다.

그래도 몸이 힘들때는 소파에 드러누워 쉬면서,

혹은 마늘까고 멸치 다듬거나 와이셔츠 다리면서

내 좋은 시간에 볼 수 있어서 좋다.

 

처음 김탁구 어렸을 때의 몇 편은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봤다.

조렇게 사랑이 넘치고 예절이 바르고 꿋꿋한 아이로 키우려면

그 엄마는 저렇게 처신하며 키워야하는 것을...하는 죄책감과 후회도 많이 들었다.

우리 머릿속에 있는 최고의 어머니상이다.

그 아들도 잘 큰다. 아름다운 인간으로...

 

구회장의 부인은 우리 시대 누구나가 싫어하는 못돼먹은 여자다.

\'어딜 감히...\'를 연발하는 도도한 사모님이며 자신과 아들을 위해서는 못할 짓도 많이 한다.

아들에 대한 집착이 사랑으로 발전되지 않고 자기방패막이나 권력화하는 과정이 흥미롭다.

그녀는 끊임없이 남편의 관심과 애정을 원하지만 구회장 자신은 몸만 그녀와 사는 꼴이다.

그녀가 구회장의 사랑을 받는 행복한 아내였다면 어땠을까?

왠지 닭이 먼전지 달걀이 먼전지 모를 연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의 아들 구마준.

공식적으로 거성그룹의 \'적자\'지만 

엄마와 내연에 관계에 있는 비서실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이다.

이 사실을 아버지는 몰랐지만 너무 어린 나이에 그 자신이 알아버렸다.

정정당당하지 못한 친부와 어머니의 야비한 정신세계가 그에게는 자기혐오의 바탕이 된다.

 

정작 인정받고 싶은 커다란 아버지(구회장)에게서는 근엄한 힐책만이...

부끄러운 엄마에게서는 올가미에 가까운 사랑이...생존과 결부되어 그 자신을 분열시킨다.

이런 장면들에서는 잘난 부모를 둔 아이들의 현주소가 오버랩되기도 한다.

 

남에게는 잘난 부모가 자랑스럽기도 하지만 정작 그들의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에는

너무도 현실적인 고지가 높아서 저절로 상처받고 왜곡되는 불쌍한 잘난 집의 아이들.

그들의 아픔과 선택을 보는 것 같아서 마음이 괴롭다.

 

여기에 어렸을 때 아버지로부터 잦은 구타를 당하던 신유경의 정신적인 응어리와

팔봉제과점에서 부모의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자란 양미순의 모성애적 사랑...

 

도대체 이런 드라마를 누가 썼던가?

나오는 캐릭터마다 저마다의 상황과 이유와 역사가 있다.

여기에 진정 어른스러운 팔봉선생까지...

 

가끔씩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드라마는 천천히 흘러가지만

혼자서는 갖가지 상념에 젖을 만한 드라마다.

(남편은 5분만에 스토리가 다 읽히는 저런 걸 왜 보냐고 난리다)

그래서 드라마를 못보는 거다. 니들은...

 

그러다가 갑자기 머리를 흔들었다.

이런 음모에 휘말리지 말자.

 

어마어마한...지고지순한 모성애를 먹고 자라야 아이가 모두 잘 크는 건 아니다.

물론 상처없이 충분한 사랑을 받고 남과 더불어 아름답게 살아갈 아이들을 키워내는 것.

엄마의, 부모의, 어른의 역할이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픔 속에서 꿋꿋이 자라는 아이도 많고

엄마의 충분한 사랑만 쏙 빼먹고 삐뚤어지는 이해못할 아이도 많다.

엄마가 엄마다우면, 어른이 어른다우면 세상이 좋아질 것이라는 생각도 의심스럽다.

 

끊임없이 저변에 깔려있는 \"별처럼 아름다운 모성애\"의 장치.

그래서 우리 엄마가 이상하고 내가 반항할 수 밖에 없는 인과관계에 면죄부를 주는...

세상의 모든 그렇고그런 엄마를 은근히 빈정거릴 수 있는 이따위 환상을 이제는 좀 거둬주자.

애를 낳았다고 여신이 되는 건 아니다.

쓸데없는 죄책감을 주입하지 말아라.

 

아픔은 각자의 마음밭에 따라 독이 되기도 약이 되기도 한다는 것.

어미의 사랑은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똑같은 결과로 발현될 수 없다는 것.

요것까지는 챙겨두고 벌린 입을 다물어야만 할 거 같다.

우리들 각자가 자기 자신의 모습에 책임을 분명 져야만 한다.

 

 

그래도 역시 제빵왕 김탁구는

인간관계와 사랑이 인간의 성정을 어찌 바꿀 수 있는지 섬세하게 그린 작품임에는 분명하다.

지나치게 엄마콤플렉스를 자극시키지만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