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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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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추밭


BY 오월 2010-08-29

아주 오래 전 왠지 모르게  부추밭 하나가

갖고 싶었습니다.

급하면 슥슥베어 부추전도 붙여 먹고 새콤달콤

초절임에 고기도 싸먹고 잘잘한 하얀 부추꽃이 피면

긴 꽃대 똑똑잘라 꽃병에 꽂아 둘 수 있는 작은 부추밭

 

하지만 그 부추를 어디서 어떻게 구해 심어야 하는지

푸성귀 어린 모종이 나올때 시장을 돌고 돌았지만

아주 가느다란 긴 잎이 부추인가 싶어 물어보면 파 모종

이라고 합니다  기웃기웃 어디서 부추모종을 얻을 수 없을까

 

잠시 친정에 들려

친정엄마 채마밭에서 귀하게 모셔온 부추

채송화도 밭을 이루고

화초 고추도 다닥다닥 하늘을 향해 소담하게도 열렸습니다.

히야신스도

사랑초도

귀하게 모셔온 모든 것들이 모두 제자리를 잡고 잘 자라

주었습니다

 

그 중 그래도 내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하느 것은

아주 작은 부추 밭입니다

싹 베어 먹어도 어찌 그리 잘 자라던지요

쏙쏙 올라온 꽃대에 잔잔히 핀 하얀꽃을 싹뚝 싹뚝 잘라

긴 꽃병에 꽂아 내 피아노 위에 올려 두니 꽃이

참 오래도 갑니다

그대로 한 폭의 그림입니다

 

부엌 창문을 열고 하늘 거리는 부추밭을 봅니다.

참 행복합니다

이 작은 것들에서  벅차게 행복을 느끼는 저는

바보인지요?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올갱이 국이랍니다.

그 올갱이 국에는 꼭 부추가 들어가야 맛이 있어요

싹싹 베어서 부추를 듬뿍넣은 올갱이국 그래도 다시

파랗고 소담하게 올라오는 부추싹

화수분입니다 전 행복합니다.

저 작은 부추밭도 제 꿈을 이루는 하나입니다.

창틀에 턱을 괴고 부추잎에 떨어지는

빗방울들 또르르 또르르 참 곱습니다

아~~~~~

행복합니다.

이렇게 작은 하나 하나의 꿈을 이루며 사는 날들이

참 행복합니다.

하얀 별모양 부추 꽃들이 하나씩 선명한 자국으로

내 가슴에 콕콕 박혀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