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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218

그렇다고 버리냐?


BY 햇살 2010-08-18

요즘 너무 심해지는 건망증....

달걀찜 할려고 계란 깨서 계란 알맹이는 버리고 껍질은 그릇에 담고...

만기된 적금 찾으려고 은행에 갔다가 비밀번호 몰라서 땀 비질비질 흘리며 온갖 아는 번호 다 갖다대고...

빵 사러 빵집 가서는 적립카드 번호가 전화번호 뒷자리 4자린데 엉뚱하게 통장 비밀번호 불러주고...

일상이 돼버렸다...

신랑이 쥬스 한 잔 갖다 달래서 냉장고 앞까지 갔다가 엉뚱한 일만 실컷 하고 왔더니 신라왈

\"쥬스는?\"

\"엉?\"

\"쥬스 준다며?\"

\"...아....맞다....\"

뭐 그 정도....

가만 있으면 될껄 내 딴엔 재밌다고 미주알 고주알 깜빡깜빡 한 일을 전부 고해바쳤더니

울 신랑 진짜 심각하게 날 본다.....

아무래도 영양부족같다고 영양보충 좀 시켜달랬다.

\"삼겹살 먹으러 갈래?\"

\"아니...나, 돼지 고기 싫어!\"

\"그럼....?\"

\"한우 먹으러 가자~\"

돈 없다는 신랑 끌고 새로 생긴 한우전문점엘 갔다.

맛있게 잘 먹고...디저트로 자판기에서 커피 한 잔 뽑아 들고 차에 올랐다.

그사이 커피 다 마신 울 신랑 차에 올라타는 나더러 다먹은 종이컵 좀 버리고 오란다.

뭐....그정도 서비스쯤.....

차에서 내려 둘레둘레 휴지통을 찾아보니 현관입구 쪽에 있다.

쪼르르 가서 갖다 버리고 차 있는데로 와서 차문을 막 열려는데 차가 슬금슬금 움직이는 거다.

울 신랑 가끔 장난친다고 내가 타기 전에 차를 움직여서 나를 뛰게 만드는 젼력이 있길래

그냥 천천히 걸어서 차를 따라 갔다.

근데.....도로 입구에서 멈출줄 알았던 차가 휘리릭~~~가버린다.

아.....이게 도대체 무슨 황당 시추에이션이란 말인가.

차 안에 지갑이랑 핸드폰이 다 있으니 전화를 해볼 수도 없고 택시를 타고 갈 수도 없는데...

처음엔 어이가 없다가 나중엔 차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 걱정도 됐다.

그래도 그렇지....아무리 급한 일이 생겨도 그렇지....

그렇게 화도 나고 황당하기도 해서 그 자리에 서 있자니 건너편 차선에 우리 차가 보이더니

유턴을 해서 내 앞에 선다.

\"뭐야? 지금 날 버리고 간거야? 응?\"

\"아니...난 타고 있는 줄 알았지.\"

헐~~자기가 종이컵 버리고 오래놓고 몇 분이나 지났다고 그걸 잊어먹고 차를 출발시키냐...

(참고로 차탈 때 아이랑 저는 항상 뒷좌석에 앉습니다^^)

\"뭐? 그게 말이돼?\"

\"가다보니까 쫑아가 엄마 안탔다고 그러잖아.\"

\"야! 넌 엄마 안탔으면 빨리 말해야지 왜 출발하고 나서 말한 거야!\"

불똥이 울 아들한테 튄다.

\"아니....난 아빠가 주차장 입구에서 기다릴려고 그러는 줄 알았지...

근데 그냥 가잖아....\"

우찌 이런 일이....

\"당신 솔직히 말해봐. 내가 요즘 깜빡깜빡 하니까 나 버릴려구 그랬지? 응?\"

\"아니야...정말 몰랐어...난 당신 타고 있는 줄 알았어.\"

\"뭐 갖다 버리면 집도 못찾아 갈까봐?응?\"

\"아니, 난 차 문 닫히는 소리가 나길래 당신 탄 줄 알고 간거라니까~\"

울 신랑 내가 휴지 버리러 내리면서 차 문 닫는 소리를 내가 타면서 차문 닫는 소리로 들었단다.

무슨 레드썬도 아니고 차 문 소리에 그렇게 홀랑 까먹고 출발해버리냐...

울 신랑 비싼 돈들여 마누라 한우 실컷 먹여놓고 자기는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