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부부싸움--深
여자가 초경을 당할 때의 아득한 느낌......
그것은 어쩌면 앞으로의 여자로서의 일생이 어떠리라는 예감 같은 거다.
이 세상의 모든 생활들에서 일어날 수 밖에 없는
아름답지 못하거나 무가치하다고 무시되어지는 일들을 분배받도록
나의 몫이 그렇게 결정지어진 제비를 뽑아든 때의 망연자실한 추락...
덤블링을 할 때 올라선 사람의 밑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지탱하는 자의 역,
우리 모두가 버린 쓰레기를 내가 주어 담는 역,
우리가 같이 맛있게 먹을 고기를 내가 죽여 만드는 역,
우리에게 필요한 어떤 것을 내가 가서 훔쳐오는 역...
그래서 결국은 아무 것도 자랑할 게 없고
아무 것도 순결하게 남아있지 않는 빈껍데기처럼
남에게서 무시되어질 그런 역할의 전조처럼 말이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여자로 살아내면서
조금쯤은 체념과 나름대로의 인내로 버무려지기는 하지만
그 예감은 그렇게 맞아갔다.
어느 날, 푸른 하늘의 흰 구름과 까만 하늘의 시린 별들만 바라보던
한 소녀가 예감했던 그 처음의 느낌은
그렇게 여자라는 굴레 안에 살게 되면서 무수히 겪을 억울한 감정의 전초전이었다.
그 굴레는 그렇게도 집요하게 연줄을 감은 얼레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는데
하나되어 우리로 살자던 젊은 날의 내 남편은 이제
수시로 내 몸을 아프게 잡아당기며 저 혼자 하늘을 날고싶어하는 연이 된다.
그 마지막 지탱의 힘마저 놓치고 나면 연은 저만치 날아가버리고
나는 그걸 바라보며 땅 위에 스러져서는 날아가버린 연에게 배신과 복수의 날을 세운다.
가치 혼돈과 자조와 패배감으로 내 선 자리의 의미를 의심해보는
슬픈 날이 하루씩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