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불 매캐한 쑥향도 잊었느냐
비료부대 오려만든 부채도 잊었느냐
풍뎅이 다리 잘라 마당쓸게 만들던 추억도
잊었느냐 늦은밤 붉은 봉숭아 콩콩찧어
실로 꽁꽁묶어 두고 아린손 참아내던 추억도
잊었느냐
검푸른 계곡물 입술파래지며 검은 고무신 어항삼아
작은 치어 가두고 깔깔거린 추억들
풀 목아지 주렁주렁 물고기 꽤어 집으로 돌아갈 때
곱디고운 노을이 아름답던 그 추억도 잊었느냐
맑은 물 돌 들추고 가재잡고
다닥다닥 붙은 다슬기 잡아 옥색 고운 물 훌훌 마시고
끝간데 없는 개망초 속으로 보랗빛 꿀풀 속으로
오르락 내리락 뛰던 어린날 추억
불화로를 진 듯
이글거리는 태양아래
다 귀찮다 피서도 싫고 다 귀찮다
살아남기가 이리 힘들어서야
돈주고 가라해도 나는 싫다
동그란 하늘담은 우물에 동동 뜬 김치통
그 옆에 고운 이슬방울 가득한 수박 한 통
어스름 저물녘 아련히 하늘로 한 줄기 연기
피어오르고 열린 하늘로 빨려 들어가는 고운 소리
아무개야! 부르는 엄마 목소리 정겹게 들려 오는 곳으로
무상한 마음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
컹컹 잠자리에 들라고 개가 짖어 주고
일어 나라 꼬끼오 닭이 울어주고
개운한 몸으로 봉당에 나오면 색색이 고운 봉숭아
부끄럽게 웃어주는 어떤 집
그 집 뒷뜰에 주렁주렁 석류가 달렸으면 참 좋겠다.
피나무에 빨간 단풍이 막 시작되면 좋겠다.
평상에 누워 하늘에선 별이 쏟아지고 검은 산에서는
도깨비불이 날아 다니고 엄마의 휘휘 비료부대로 만든
부채질에 코코 잠이들면 좋겠다
열흘쯤 그랬으면 좋겠다
붉은 접시꽃 처럼 그렇게 여름은 깊어가고 난 어제
가슴을 동그랗게 파 먹는 풀벌레 소리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