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어제 엄마를 모시고 병원에 다녀왔다는...
엄마가 목요일에 피검사를 해야 한다는 얘길 듣고 왔기에
결과를 궁금해 하는 내게 전화를 해 준 것이다
보통 사람은 혈액의 농도가 1.5~2정도 되는게 정상인데
엄마는 6이 넘는 수치가 나와 담당의사가 깜짝 놀라며
이렇게 계속 피가 나왔으면 쇼크를 일으킬뻔 했는데
아주 다행이라고.
이런 일이 생긴 건 엄마가 평소에 복용하는 심장약이 있는데
하루에 1봉을 드셔야 하는 걸 하루에 2봉씩 2주나 드셨던 게
문제가 된 것이라 한다
몇년 전 뇌경색이 발생하여 그때부터 혈액을 묽게 하는 약을
드시는데 이번에는 다른 약 2봉 드시는 것처럼 그 약도
하루에 2봉을 드셨던 것이다
우리가 원주에 갔을 때 병원에서 검사를 다 받고 집에 와
엄마가 드시는 약을 확인해 보았더니
분명 겉에 오전에 1회라고 써있었는데 엄마는 자꾸
약사가 2번 먹으랬다는 얘길 하신다
하루에 2번 드시는 약은 따로 표시가 되 있었는데 엄마는
무슨 일인지 착각을 하신 것이다
그렇게 혈액의 농도가 묽어지면서 잇몸과 신장에서 계속 피가
흘러 나온 것이었다
그 얘길 들으니 3일에 갈걸 하루 앞당겨 잘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늦게 갔다면 그만큼 엄마가 피를 더 많이 흘리고 계셨을테니까.
그 얘길 하면서 언니는 \"엄마가 혹시 치매가 온 거 아닐까?\"
걱정을 한다
올해 엄마 연세는 77세가 되셨다
내년이면 아버지가 돌아가신 바로 그 연세가 되신다
그래서 우리도 은근히 내년을 잘 넘기셨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뇌경색이 발병하신 이후로 약을 꾸준히 들고 계시는데
언어쪽이라서인지 말을 하실 때면 빨리 하고 싶은 얘기를
잘 못하시는 느낄 수 있다
긴장하거나, 당황하면 더욱 그런 증상이 보이는 것 같다
우리가 엄마를 다그치듯이
\"아니, 여기 봉지에 써 있는데 왜 엄마는 이 약을 2번씩이나
드셨어요!\"라며 얘길하니
곁에서 보던 남편은 그게 좀 보기 안 좋았다며
차근차근 설명을 해드려 엄마 마음이 편해지도록 했으면
한다길래 그때서야 우리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다
평소에 제주에 계시는 97세 시어머니께도 자상하게
얘기를 잘 들어드리고, 말상대도 잘 해 주는지라
다른 형제들은 남편이 가면 어머니께,
\"어머니가 제일 좋아하는 아들 왔어요!\"
하곤 한다
누님이나 동생이 어머니를 닥달하듯 잘못에 대해
다그치는 모습이 별로 안 좋게 보였다면서....
그 말을 듣고보니 우리 입장만 생각해 엄마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나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렇잖아도 자식들 보기 미안해서 아무 말씀도 못하고
계시는데 자꾸 듣기 싫은 소리를 하면 서운해 하실테니....
혼자 계시는 게 이제는 외로우신지 아버지 얘길 하시는 걸
보면서 정말 나이가 들수록 부부는 서로에게 많은 의지를
하는 걸 절감할 수 있었다
미안한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를 하니 주무셨는지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으셨다
엄마가 오래 우리 곁에 계셔 주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엄마 마음을 다독여 드렸다
\"엄마, 오래 오래 우리와 함께 계셔 주세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