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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아줌마를 아느뇨?


BY 섬 2010-08-03

어릴 적에 나는 지독히도 아줌마들을 미워했었다.
남의 발을 밟아놓고도 무감각하게 서있는 여자.
밀어도 잘 밀리지도 않는 소 엉뎅이 같은 여자.
밥은 밥통째 끼고 냉장고에서 되는대로 반찬그릇을 꺼내놓고
음식에 대한 한치의 예의도 없이 제 뱃속이 차는지도 모르고 수다와 함께 밥을 먹는 여자.
지하철 의자에 앉아 치켜올라간 치마 밑으로 번연히 보이는 짧은 판타롱스타킹을 신은 여자.
아니 그 스타킹까지 도르르 말아내려서 굵은 발목에 링처럼 꿰고 있는 여자.
실속을 위해서라면 마지막 남은 체면까지도 기꺼이 벗어던지는 징글맞은 여자......

그 수많은 아줌마들에게 젊은 날 진저리를 치면서
\'늙어서 저 꼴은 되지 말아야지\'를 아마 수백번은 더 되뇌었을 것이다.
그런 세월들이 그리도 짧게 지나가버리고 나도
드디어는 아줌마 대열에 들어서게 된 것이다.

그동안 풍속도 바뀌어 아줌마란 것이 내포하는 많은 이미지에 또 다른 그림도 얹혀진다.
내 말은 \'바뀌었다\'가 아니라 \'추가되었다\'는 뜻이다.
때문에 도처에 더 많은 아줌마의 진창이 널리고 나는 더욱 긴장한다.
세상 모든 더럽고 몰염치하고 추한 것에는 아줌마라는 굴레가 씌워지는 것처럼 보인다.
살다보니까 아줌마보다 더한 아저씨도 많고
그보다 더 흉측한 어린 것들도 많던데 말이다.

내 지갑이 열리는 것에 연연하는 인간들과 만나게 되는 시간만큼은 \'사모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만큼 허탈하고 공허한 호칭이 또 있을까?
그마저도 달갑지가 않다.
돌아온 탕아처럼 이젠 겸허하게 그 \'아줌마\'란 이름을 받아들이려 한다.

적어도 나는 그런 이미지의 아줌마는 아니었다고 차별성을 내세워본들
이제는 차라리 우리 머리 속에 있는 전형적인 아줌마의 표상을 현실에서 찾아내기가 더 드물 지경이다.
다만 우리 속에 내재되어있는 아줌마성을 포착하기만 하면
스스로 그것의 올가미에서 만큼은 발뺌을 하고싶은...
그 정도일 뿐인 것이다. 누구나......

더는 아줌마이면서도 \'아줌마\'에게서 천리만리 달아나는
자가당착의 몸짓은 하지 않으려 한다.
이 땅의 모든 아줌마들이 그렇게도 아줌마임을 거부한다면
저어기 프랑스 사전에도 나온다는
\'아줌마- 계모임 등으로 경제적 부를 갖춰 해외로 쇼핑을 다니는 나이든 기혼여성\'
...의 이미지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하루를 같이 살아가는데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바쁘게 열심히 살아내면서,
나름의 삶과 행복을 꾸려가는,
인생의 중심에 있으며,
그러기에 모든 것들이 그의 손 안에서 진실의 힘을 얻는,
현존하는 인류의 원동력!\"
....이라는 거대한 사전적 의미를 찾게 될 때까지
스스로 내가 속한 아줌마의 위상을 높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