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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정말 잘 찾아가야겠다


BY 카라 2010-08-03

 

오늘은 너무 진이 빠져서 더 이상 아무 것도 못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난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고 말았다.

왜냐하면 오늘이 아니면 이 지치고 고단했던 하루의 느낌을 되살리지 못할 것 같아서다.

그리고... 어느새 아컴의 중독자가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들이 금요일부터 열이 끓기 시작했다. 아이가 아플때마다 매번 가는 소아과가 있는데 여의사분이신데 참 진료를 성의껏 잘 해주시고 책임감이 강하셔서 항상 신뢰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여름휴가로 휴진이다. 그것도 장장 2주일에 걸쳐서...

할 수 없이 근처 다른 병원을 찾았다. 평소 평이 좋지는 않은 병원이지만 어쩔 수 없이 갔다. 그 곳 여의사는 그냥 목감기라고 한다. 그리고 이 병원도 이번주부터 휴진이라고 한다.

토욜날 다시 찾았더니 이제 괜찮은 것 같다며 혹시 그 뒤에도 열이 계속 나면 다른 병원을 가보라고 한다.

나는 아무리 봐도 아이에게 목이 부어 열나는 거 외에 다른 증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감기가 아닌 것 같은데 의사가 괜찮다니 집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그날 오후 다시 열이 펄펄 끓기 시작했다. 내 판단으로는 이건 아무리 봐도 감기가 아니다.

아이 아빠에게 일단 병원처방약은 아이에게 먹였는데 혹시 열이 안떨어지면 해열제를 추가로 먹이라고 쥐어주고는 근처 Y병원 응급실로 보냈다.

한참 후 아이와 아빠가 돌아왔는데 의사말이 감기도 아니고 구내염이란다.

그래서 지어온 약을 보았더니 해열제와 진통제,소화제,효소제제 뿐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이걸 먹여야 되나 고민하다가 이런 일시적인 처치용 약을 먹일바에

차라리 처음간 병원에서 처방해준 감기약을 계속 먹였다.

그런데...도 아이의 열은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해열제의 약효시간 동안만 열이 떨어져 있을뿐 약발이 끝나는 서너시간 후에는 또 고열이 나기 시작했다.

밤새 자는 둥 마는 둥 주말이 지나가기만 기다려 월요일인 오늘 새벽에 아이가 다시 열이 나는 것을 보고 Y종합병원 외래로 가기로 했다.

헌데 1차 병원의 진료의뢰서가 있어야 보험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주변 소아과는 여름휴가라 문 닫았는데 어디 가서 받는다는 말인가?

도무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그리고 종합병원 대기자 수가 얼마나 많을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파왔다. 차라리 그냥 준종합병원 정도의 소아과를 가자고 판단했다.

아침일찍 쌀을 불려 죽을 끓여 아이에게 먹이고 아이병원으로 유명하다는 S소아병원을 택시를 타고 갔다. 진료를 받으니 감기로 인한 후두염은 아닌데 원인을 모르겟다면서 일단 입원부터 시키고 피뽑고 검사하잔다.

내참 어이가 없어서...아이 병명도 모르고 무조건 입원부터 시키라고?

나의 황당한 반응에 여의사는 그럼 오늘 하루만 지켜보고 내일도 열이 안떨어지면 입원시키자고 한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약국에서 약을 짓는 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처음 가기로 한 Y병원으로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의료보험 적용 안받아 돈 더 들어가는 게 중요하나 싶어서...

얼른 가야겟다 싶은데 약이 안나온다. 왜 안나오냐고 했더니 약에 착오가 생겨 병원으로 다시 연락을 했단다.

정말...가지 가지 하는구나.

비는 막 쏟아지고 다리에 힘은 없고 아이를 끌고 다시 택시를 탔다.

그리고 Y병원에 도착했다. 12시 반까지만 오면 된다고 하더니 오전 접수 다 끝났단다.

오후 진료 예약하고 가란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어 다시 혈압이 상승하기 시작했다.

간신히 참고 수납하러 갔더니만 12시 20분 예약이 이미 되어있는 상태였다.

응급실 외래로 왔기 때문에 진료의뢰서도 필요없다고 한다.

아무튼 다행이다 싶어서 아이를 데리고 대기실로 갔다. 다행히 내가 원했던 분이 담당이셨다. 나이가 있으신 분이 경험이 많으시기 때문에 일단 신뢰감이 생겼다.

그런데 대기자가 너무 많아서 아이들과 부모로 진찰실 앞이 인산인해였다.

다시 아이가 열이 끓기 시작했다. 너무 뜨거워서 윗도리를 거의 벗겨놓다 시피 했는데도

우리 순서가 돌아오지 않아서 애가 탔다.

간호사에게 순서가 얼마나 남았느냐고 했더니 아직 한참 남았단다.

그런데 애가 열이 너무 많으니 우선 보자고 해서 애를 데리고 갔더니 흰머리가 히끗히끗하신 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보더니 목이 너무 부었다며 약 열심히 먹고 주사맞고 가라고 하셨다. 병명은 인후염이라고...목이 부었으니 그건 누구라도 아는 병인 것을...이에 맞는 약 처방을 받기가 그토록 어려워서 그 유명한 Y종합병원 유명의사 특진까지 받아야 했단 말인가

그리고 수납하고 소변받고 주사 맞고  우는 아이 업고 달래고 오르락 내리락 하길 무려 2시간....엉엉 우는 아이 업고 택시 타고 오는데 약국도 못찾겠고 집 근처에서 내려서 약사고 다시 택시 타고 집에 오니 오후 3시가 넘어 있었다.

아들은 거의 탈진을 했고 보기에도 너무 안쓰러웠다.

입맛이 없을 것 같아 짜장면을 시켰다. 태어나서 이토록 아무 맛도 느낄 수 없는 짜장면은 본 적이 없다. 점심이 너무 늦어서인지 다행히 아이는 잘 먹었고 약을 먹이고 나니 고단한지 잠이 들기 시작했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열이 혹시 다시 날까 마음을 졸였는데 정말 다행스럽게도 열이 나지 않았다. 나도 너무 지쳐서인지 머리가 아파서 누워 있다가 진통제를 먹었다. 하루종일 걱정하던 아이아빠는 다행히 일찍 들어와서 딸아이를 챙겼다.

아들은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잤고 겨우 깨워서 그 시간에 밥과 약을 먹이고 아이 아빠와 다시 자러 들어갔다.

오늘 하루는 너무 길었다.

1차 진료기관을 잘못 만난탓에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았고 하마터면 포크레인으로 막을뻔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실....정말 기가 막히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아이의 고통은 뒷전이고 무조건 입원시켜 검사비로 돈을 벌겠다는 의사와 정확한 병명도 못찾는 의사나 모두가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다.

왜 일까?

대기실에서 몇시간이고 기다려서라도 진료를 받겠다는 사람이 넘쳐나는 병원과 사람이 없어 썰렁한 병원, 그 병원들의 차이는 묻지 않아도 알 것 같다.

왜냐 하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다린다는 사실이다.

오늘 나는 아이를 봐주신 Y종합병원 소아과 선생님에게 한없이 감사하다.

내일은 아들이 더 나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