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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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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체벌..난 이렇게 당했었다.


BY 그대향기 2010-07-29

 

 

어제 650명 수련회를 마치고 오늘은 황금같은 휴일.

다음 주에 있을 또 다른 수련회전에 잠시 시간을 내어 쉬게 됐다.

한창 수련회가 이어질 때는 월화수...목금토 이렇게 이어지면

두 주 만에 하루 쉬는 날은 아예 날아가 버리는데

다행히 사이가 좀 뜨게 잡혀서 얼마나 신나고 행복하던지.ㅎㅎㅎ

 

며칠 전에 중학교 친구에게서 전해 들은 중학교 은사님의 입원소식에

그 동안은 바빠서 가 뵙질 못했지만 더 위중해 지시기 전에 의식이 살아 계실 때

찾아가 뵙는게 나중에 장례식장에서 눈물 몇방울 흘리는 것 보다 나을 것 같아서

다른 바쁜 볼일을 다 젖히고 대구 파티마병원으로 차를 몰았다.

남편은 개인 볼일이 있지만 아내인 내가 발이 없으니 어쩔수 없이 내 개인기사 자격으로 대동.

 

선생님의 모습이 너무 많이 변하셔서 병실을 두리번 거리다가 환자이름을 보고서야 인사를 드렸다.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은퇴를 하셨는데 그땐 머리카락이 저토록 하얗진 않으셨는데....

배에 복수가 차 올라 숨은 가쁘시고 만삭동이 임산부 같은 모습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져 왔다.

만성신부전증에다가 작년에 하신 심장수술후유증..그리고 혈압과 간까지.

중요한 내장기관이 다 망가지셨고 회복의 기미는 안 보이신다고...

 

다른 제자들도 입원소식을 알고 있을건데도 아무도 안 찾아 왔더라시며

제일 바쁜 내가 먼저 찾아 와 줘서 고맙다고 하시는데 눈 빛이 아프도록 먼 빛이시다.

그 은사님의 정년퇴임식에서 답사를 읽은 나로선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선생님셨고 내가 태어나고  가장 많이 맞은 선생님이셨다.

어찌 생각하면 다시는 안 보고 싶었던 선생님이셨을 수도 있는.....

 

중학교 3학년 때 난 우리 학교의 학생회장이었다.

순전이 목소리크고 덩치 좋은 남자같은 여자라서 된 학생회장.ㅋㅋㅋ

체육시간엔 온 운동장이 다 내 것 인양 종횡무진 누비고 다녔던 신나는 학생회장.

운동으로 경주 대표선수를 했었고 운동신경이 유난히 발달되었던 활발한 여학생.

그러니 체육실기 시험은 언제나 \"수\" 아니면 매우 우수~~

 

그러던 어느 날 일반 공부는 중간쯤 하고 체육은 잘하던 애가 날 찾아왔다.

\"학생회장....이래도 되는거가?

 공부 못하면 체육도 못해야 하나?

 공부 잘하면 체육은 못해도 다 좋은 점수 나오나?\"

무슨 소린지 그 진의를 알지 못했던 나는 그 학생에게서 자초지종을 설명듣고

교무실로 득달같이 달려갔다.

내가 누군가?

초등학교 때 부터 남학생들도 이 주먹으로 때려서 쌍코피 터뜨린 의리의 또순이가 아니던가?

 

이유인즉슨 체육실기시험을 치르고 난 얼마 뒤 교무실 청소를 하던 그 학생이 체육선생님의

책상 위에 있던 교무수첩을 호기심에 들춰 보다가 그만 그 성적표를 보게 된 모양.

그 수첩에는 각 반 별로 학생들의 체육실기시험이 수우미양가로 메겨져 있었는데

자기는 체육도 잘하는데 \"미\"고 또 다른 친구들 공부만 잘하고 체육은 영 몸치라 엉망인 학생이

\"수\"로 적혀 있더란다.

그 학생의 뚜겅이 확~열리고 날 찾아와서 바로 잡아달라고.

공부하고는 상관없이 잘하는건 잘한거고 못하는건 못하는거로 정정 해 주란다.

 

학생회장은 학생들의 편에 서서 일해야 한다는 불타는 의협심으로 똘똘 뭉쳐졌던 의리의 또순이.

당장 체육선생님을 찾아가 이 학생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 바랍니다~~건의를 했는데

처음에는 아니라고 말씀하시다가    그 학생이 수첩이야기를  하니 그제사 인정을 하셨다.

중간고사에서 체육성적 때문에 공부 잘 하는 애들이 평균점수가 내려간다는 이유로.

그 체육선생님은 날 무척이나 이뻐해 주셨고 학교의 많은 행사들을 의논하셨던 분인데....

갑자기 화르륵~타 오르는 불길같은 의협심으로 난 체육시험을 다시 보자고 건의를 했고

학교설립 이후 전무후무한  사건이 발생했다.

중 3 전 학년 체육시험 다시 보기로.

 

그 사건으로 온 학교가 발칵 뒤집혀 질 지경이 되었고

그 사건을 만든 사람이 바로 학생회장인 나였다는 거.

담임선생님의 호출이 이어졌고 진짜로 네가 한 일이냐고...

\"네..저 혼자 선생님 찾아가서 재 시험 건의했습니다.\"

주눅들지 않고 다부지고 당돌하게 담임선생님의 눈을 똑 바로 쳐다보고 말씀 드렸으니

어린 여학생이 얼마나 얄밉고 가당찮으셨을까?

교무실에선 담임선생님 입장이 아주 난처하셨던 모양.

 

그 직후 우리 교실 밖 복도에선 매타작이 시작됐다.

이름하여 교권침해죄.

굵은 각목으로 내 엉덩이를 내리치기 시작하시는데 난 그 자리에  붙박힌 듯 꼼짝도 하지 않으며

30대 중반의 남자선생님이 내리치는 그 매를 다 맞고 서 있었다.

오기가 발동했고 잘못은 선샘님들이 해 놓고 학생을 때리는 그 자체에 이를 악 물고 엉덩이를 맞았다.

각목이 부러져 나가고  또 다른 각목이 부러지고...

온 복도에선 내 엉덩이를 치는 매 타작 소리로 \"퍽~퍽~\"....

매를 치는 선생님의 거친 숨소리가 더 커 갈 무렵  그 소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듣고 계셨던

옆반의 다른 선생님이 급기야는 교실문을 급하게 열고 애 잡겠다며 말리러 나오셨다.

 

우리반 애들의 울음 소리가 들렸고 난 눈물 한 방울도 안 흘리고 부어 오르기 시작하는 엉덩이를

감싸 쥐기는 커녕 처음 매 맞던 그 자세 고대로 복도에 서 있었다.

옆반 선생님께서 얼른 교실에 들어가라고 등을 떠 미실 때 까지. 

내가 왜 그 매를 다 맞고 서 있었던지 그 때 우리 3학년들은 다 알까?

억울한 성적으로 본인의 성적을 바로 잡으려던 그 학생이하  동류의 학생들이 미안하다며 날 찾아왔고

의자에 바로 앉기도 어려워 삐딱하게 앉아서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걸음이 이상했다.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어도 그냥 체육시간에 운동을 너무 무리하게 해서 그렇다고만 했다.

아시면 학교에 찾아 오실게 뻔하고 한바탕 또 난리나 나지...

 

그렇게 재시험을 봤고 자기 능력껏 체육성적이 바로 잡아졌지만

난 그때 왜 선생님께서 그렇게까지 화를 냈었고 남학생도 아닌 여학생을 그렇게까지 매로 다스렸는지

지금도     이해한다기 보다는 그냥 덮어두기로 했었다.

요즘 같은 세상이라면 그 선생님 벌써~~강제 퇴임을 당하셨을 걸???

아마도.....

체벌.

그건 체벌이 아니라 선생님의 권한에 도전장을 내민 것에 대한 보복행위에 지나지 않았다고 본다.

체벌은 잘못을 했을 때 내리는 벌이질 않는가?

난 지금도 그 행위가 잘못됐다고는 하지 않겠다.

내 학생회장의 신분에도 맞는 일이었었고.

 

그런 악연의 선생님이셨지만 내가 고등학교를 산업체 부설 학교로 간다고 했을 때

가장 먼저 교장선생님께 상업고등학교의 전액장학생으로 추천하셨던 분이셨다니....

아이러니~~~ㅎㅎ

몇년 전 중학교 동창회를 우리집에서 모였을 때 가장 반갑게   찾아 와 주셨던 선생님이셨는데

이젠 먼 길 가시기 위한 준비를 하신다.

찾아 와 줘서 고맙다시며 내 손을 잡아 주시던 손길엔 바르르르르..작은 떨림이 전해져 왔다.

내가 언제 또 너희들을 만나겠니....그 애절한 눈빛과 낮은 목소리..

은퇴식 때  답사로 선생님을 기쁘게 해 드렸던게 오래오래 행복하셨던 모양으로 자꾸 되뇌이셨다.

그 자리에 오셨던 많은 선생님들이 부러워하시더라고.

 

이런 저런 나쁜 감정은 이미 오래 전에 다 바래져 버렸지만

다른 친구들이 병원에 더 많이 찾아가 뵙고 위로해 드렸으면 좋겠다.

\"입원한지 벌써 한달보름이 되었는데 네가 처음이구나...

대구에 수천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있는데...\"

그 말씀 끝이 왜 그리도 서운하고 섭섭하게 들리던지...

 \"다들 소식을 모르나 봅니다..\"

라고는 했지만 참 안타까웠다.

병실을 나오기 전에 선생님의 두 손을 우리 부부가 한손씩 나누어 잡고 남편이 간절히 기도드렸다.

다시 한번 일어나시게 해 달라고....

그러나 시한부 선생님... 곧 고통없는 하늘나라로 가셨다는 소식이 올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