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심은 삼잎국화가 소담하게 피었습니다.
사람 애간장을 다 태우는 다알리아도 크고
짙은 보랏빛 꽃 한 송이를 피웠습니다.
뚝뚝 잘라 옮기면 옮기는 대로 잘 번지는
채송화는 작은 요정의 무도회장 같습니다.
범부채도 내 키를 후울쩍 넘기는 해바라기도
시들지도 않고 뚝뚝지는 능소화도
이 여름 시린 눈을 이고 선 듯한 설악초도
기다림이 길어 더 아름답고 향기짙은 늦은 백합도
때로는 웃음짓게
때로는 눈물짓게
그렇게 절 마냥 마당가에 서 있게 합니다.
봉숭아,맨드라미,희고 고운 접시꽃 붉은 접시꽃
그들도 여 봐란듯 색색이 곱게도 펴있습니다.
책 속에 길이 있더냐 누군가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겠습니다.
고생끝에 낙이 오더냐 물으면
그렇다고 말하겠습니다.
파란 하늘에 뭉게 구름 흘러가듯 내 지난 이야기는 그렇게
흘러 갔습니다.
\"자기야! 우리 피아노 학원 3일간 방학이래.\"
한껏 애교섞어 말하는 내 말에 남편이 폭소를 터트립니다.
\"정말 미치겠다.\"
그렇게 말하는 남편의 눈빛에 어리는 것은 분명 사랑입니다.
긴 병마에 시달릴때 곁에 있어준 고마움이라 남편은 말했지만
날 참 가여워 하는 사람이란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이 커서 다 떠나고 난 목말랐던 배움을 갈구 합니다.
든든하게 늘 막내딸 뒷바라지 하 듯 날 돌봐주는 남편
연합찹창단원으로 노래를 부르는 내가 악보를 보기위해
48세 나이로 피아노 학원에 등록해 이제 두 달이 되었습니다.
학원에서 피아노가 있느냐 묻더라는 말에 내 사무실 한켠에
피아노를 들여주고 그 위에 에어컨을 달아 줍니다
내가 피아노를 치고 있으면 창문 너머 보고 있다가
자긴 알지도 못하면서 도 치고 레가 왜 그렇게 늦게 나오냐고
구박을 합니다. 꽃을 보고 있으면 빨리 들어가 피아노
연습 하라며 구박을 합니다
아내가 하는 것 이제 그 나이에 그까짓 것 왜 하느냐
짜증 낼만도 한데
이러고 있는 아내를 사랑스런 늦동이나 바라보는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남편등에 대고 소심하게 작은 목소리로
외쳐봅니다.
\"자기야 고마워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남편이 한 쪽 손을 번쩍들고 돌아 보지도 않고 가버립니다.
날이 덥다고 기사님들이 사표를 내서 빈자리
남편은 모든 장비를 다 배워 전천후로 그 자리를 메우고 있습니다
힘들고 짜증도 나련만 매일 재미있다고 힘들지 않다고 합니다.
철딱서니 없는 아내는 남편의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봅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개미와 베짱이 남편은 부지런히 일하는 개미입니다.
아내는 에어컨 밑에서 도 치고 미 치고 노래 부르는 베짱이 입니다.
그래도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 베짱이도 쓸모가 있는 것 아시지요
언젠가 개미에게 꼭 쓸모있는 베짱이가 되고 싶습니다.
그래도 개미가 베짱이를 의지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확실합니다.
아니 착각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고생끝에 낙이 오더냐 누군가 물으면
예!!
라고 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