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이야기를 하려니 나의 배경설명이 약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신혼 살림을 차린 아파트는 강원도 중에서도 3.8선 너머 작은 읍내 였다.
춘천에서 출발하면 소양강 줄기를 따라 꼬불꼬불한 산길을 따라 두 시간을 달려야
다소 곧은 길을 만날 수 있는 곳. 앞서 간 차가 한 시간 후에 맞은 편 길에 꽁무니가 보일 만큼
지도상에서도 뱀이 똬리를 틀 듯 꼬부라진 산골로 겁도 없이 들어 간 나는
솔직히 우리나라에 그렇게 외진 곳이 있다는 것도 몰랐을 때라 무식해서 할 수 있었던 짓이었다.
늦가을부터 사방 어디를 돌아봐도 눈 덮인 산 밖에 없던 그곳에서
언젠가 내 일터와 삶이 기다리는 서울로 갈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모든 걸 다접었지만 강의 하나는 접지 않았다.
서울의
겁도 억세게 많아서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컴컴한 산길을 따라 겨울 새벽 길을 나서면
내 차의 헤드라이트 불빛을 소복 입은 여인네 치맛자락으로 착각해 혼비백산하기도 했다.
그래서 전방의 군부대 식품배달하고 돌아가는 트럭을 기다렸다가
죽자고 뒤에 붙어서 산길을 벗어날 때면, 배달전문의 베테랑 운전수들의 운전솜씨에
등에서 진땀이 흘렀다.
어쩌면 깜깜한 새벽 길에 뒤에서 죽어라 따라 붙는 미모(?)의 여자 운전자 때문에
앞서 가던 트럭 운전사도 진땀 흘리며 \'식겁\' 했을지도 모르겠다.
아파트라고는 군인 가족을 위해 지은 2개 동이 전부였던 그곳에서
10월부터 다음해 신학기가 시작되기 직전인 2월까지 살다가 서울로 발령을 받아
12월부터 전세 집을 구하러 주말마다 서울을 올라왔지만
돈을 마련해 다음 주말 계약을 하려고 가면 5백 만원에서 1천 만원까지 올라 있었다.
전세가와 매매가가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당시엔 전세가 품귀였으니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의해 전세는 천정부지로 솟았다.
차라리 집을 사려고 마음먹고 찾기 시작한 1월 말까지 살던 집이 또 빠지지 않아
계약금만 받아서 주택융자를 조금 보태 서울의 아파트를 구입했다.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액이 2ㅡ3천 만원도 정도 였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급급매가의 물건이 일반인들에게 \'급매\'로 넘어오는 과정이 있었다.
중개업소와 끈이 닿아 있는 개미 투자자들에 의해 1차 매수 작업을 거쳐
한 차례 조정된 금액, 그러나 실거래 시가보다는 낮게 책정되어 시장으로 나올 때
이른바 일반적인 ‘급 매물\'이라는 꼬리를 단다.
부동산 중개업소와 연결고리 없이 이 부동산, 저 부동산을 다니며 남긴 내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급 매물’은, 그러한 과정을 거친 이후의 물건, 혹은 빨리 팔아달라는
집주인의 성화가 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부동산중개업소와 끈이 없다면, 급매물은 있어도 ‘급매물 가격’은 없었다.
그런 기회는 민간인(?)인 나에게 오기 어렵다고 하는 것이 옳겠다.
이미 이전에 덫을 놓고 기다리는 전문가(?)들의 작업에 의해
손질 된 이후 올 수 밖에 없는 먹이 사슬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부동산 중개업소와 손잡고 본격적인 투자자로 나서려면
중개업소에 “가슴과 돈만 맡기라’는 말이 있다.
급매물을 ‘잡자’는 연락이 오면, ‘왜 사야 하고 얼마나 오르는 지 따지지 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무 곳에나 돈을 던지는데도 동의하라는 것이 아니라
집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시기, 경매와 빚 등으로 위기 상황에서 나온 집
빠르게 매매를 할 수 있는 환금성이 높은 물건...등의 정보는
전문가들인 자신들이 책임을 지는 만큼 믿고 맡기라는 말이다.
흔히 정확한 정보를 알고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지만
부동산에서 정확한 정보란 무엇일까. 해답은 없다.
빽 있는 윗분들과 골프회동을 하며 소위 힘 좀 있는 내가 아는 분은
용인에 지하철이 개통될 것이라는 정보를 15년 전에 입수하고 고추밭을 몇 천평 사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다.
그러나 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도시계획이 되어 있고 지하철이 개통될 예정지... 공항 예정지....
10년 이후의 개발계획이 있더라도 관계공무원이든 누굴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극비의 정보가 존재하겠지만
골프를 칠 시간도 돈도 실력도 없고, 줄이 닿는 빽도 없는 나는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작게 투자한 대신 작게 얻는,, 그러나 첫째도 둘 째도 \'안전\'한 투자였다.
신규분양이나 미래 발전 확률로 투자 후 대박을 바라지 않고
작은 돈이지만 100% 빠른 환금성이 있는 투자기준을 정했다.
되팔지 못한다면 쉽게 임대가 가능한 곳, 집을 구입할 자금력이 넉넉한 세대가 아닌
젊은 세대가 전세를 구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
그리고 자금력이 가능할 수 있는 소형 평수의 아파트
되팔려고 내 놓았을 때 쉽게 팔 수 있는 집, 혹은 즉시 전세 임대가 가능한 집....
그리고 최후 내가 들어가서도 살 수 있는 집....
기본적인 내가 투자 하고 싶은 곳의 요건을 정해 놓고
중개업소와 서로가 원하는 요구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
문제는 나에겐 투자할 돈이 쥐꼬리만큼 이란 것.
대출을 갚을 것인가, 부동산 투자를 해 볼 것인가… 고민해야 했다.
어이없는 금액. 그러나….
집을 샀다. 그리고 하나 둘 집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