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지도 않은 식구들이다.
아들 하나 딸 하나
그리고 두 부부
네 식구가 모여본 것이 얼마만인가.
한 일 년
밤톨같은 아들과 사랑스런 딸아이
하지만 결국 네 식구가 모여 밥 한 끼 먹지 못하고
또 모두들 자신의 위치로 돌아가고 말았다.
이제 졸업을 앞둔 누나에게 원피스 한 벌과 블라우스
그리고 멋스런 스카프 하나를 건네는 아들을 멀찌거니
바라보고 있자니 마음가득 뜨겁게 차오르는 행복
어느새 이렇게들 컸을까.
모두 또 떠나 보내고 모처럼 한가한 듯 꽃밭을 둘러 본다
한가로히 나비 날고
카메라를 들이대도 절대 찍을 수 없는 저 것은
벌인가 새인가 그래서 벌새인가.
내 욕심이라면 미친듯 열정 적으로 한꺼번에 화르륵
열 종류쯤 되는 백합들이 피어 주기를 바랐지만
피고지고 피고 진 백합들이 오늘은 노란색 백합이 지고
짙은 자주색 백합과 범부채가 앙징맞은 모습으로 피어났다
풍접초들이 고운 화관모습으로 곧 새색씨 머리위로
냉큼 올려질 자태로 하늘거린다..
한꺼번에 피어난 화려함은 없지만 그래도 늘 피고지는
새로운 꽃들이 오늘도 순리를 거스르지 말고 담담히
살아 가라고 날 일깨운다.
며칠 전 참 오랫만에 재래시장엘 들렸다.
집 가까운 곳으로 대형마트들이 들어서고 아파트에 입주한 지
근 20년이 되어 가면서 대중목욕탕이다 재래시장이다
그런 곳들을 잊고 산지가 꽤 오래 되었다
차를 몰고 시장을 지나쳐 오는 길에 잠시 신호 대기에 걸려
내 눈길을 붙잡던 화려한 옷들 유난히 큰 몸집 때문에
예쁜 옷 보다는 편안한 옷 위주로 사 드리다 보니 늘 어머님의 옷은
시장 옷이 되곤 했었다.
저 옷 저 옷 어머님 입으시면 참 좋겠다.
참 편하겠다.
눈도장 찍어 둔 옷들을 사고 아버님 모시메리 한 벌을
샀다 과연 내가 몇 번이나 더 아버님과 어머님 옷을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미치니 꺽꺽 목이 메인다.
어머님 마음은 잘 모르겠다.
비록 한 집에 산 기간들은 참으로 짧았지만 내가 그 분을
어머님이라 부르고 아버님이라 부르며 산 세월은 25년
과히 짧은 세월은 아니였었다.태어날 때 부터 그렇게 길들여진
때문이였었나 보다.
난 그저 5남2녀 아무런 대책없이 태어나는 새끼 중
하나였다 .
누리고 사는 것이 너무 많아 가슴이 매일 벅차고 받은게
너무 많아 내가 사는 동안 이 모든 빚을 다 갚을 수 있을까
늘 작은 내 어깨가 무겁게 짓눌려 오지만 물질적인 그 어떤 것도
난 태어나면서 부터 받아 본 적이 없다
뭔소리여 되묻는 누군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이 그랬다.
어쩌면 그래서 였을 것이다.
결혼식을 올려 주시지 않아 동거를 시작하면서도 25년 살아 오면서
어머님께 김치쪽 하나 얻어 먹어 본 적 없어도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을 가져본 적도 없었던 것이 숟가락 몽댕이 하나
사주신 적 없어도 그런 걸 받아야 하는 줄도 모르고
살았던 세월이였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