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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민의 지나친 ‘경찰 사랑’


BY 일필휴지 2010-07-16

 

제 직업은 출판물(시사 주.월간지) 세일즈맨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만날 신규고객을 창출하기 위한 노력에도 게으름이 없지요.


저의 생업이 세일즈맨이긴 하되 기본급은 전혀 없습니다.

다만 제가 판매한 만큼의 일정수당만이 유일한 수입원이죠.


이러한 척박함의 현실 때문으로 유사한 업종의 ‘이 바닥’에

있는 세일즈맨들의 거개는 생활고로 허덕이기 마련입니다.

이는 과거완 사뭇 달리 인터넷 시대가 착근되면서

더욱 책을 멀리 하는 경향이 뚜렷해진 때문이죠.


일례로 예전엔 월 100만 원을 벌었다면 현재는

거짓말 아니라 그 10분지 2에도 못 미치는 매우 열악한 수입의 형편입니다.


이런 우울한 현실 때문으로 저는 오래 전부터 ‘투잡’을 해 오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같이 노력한 덕분으로 올 2월엔 아들과 딸을 모두

대학까지 졸업시켰으니 아빠인 저로서는 솔직히 할 일은 얼추 다 했다는 느낌입니다.


사설이 잠시 길어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인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위에서 이실직고하였듯 제가 일하고 있는 이 직업의 세계는

기본급과 건강보험료 지원 등의, 정규직은 모두 받는 혜택이 전무합니다.

그러한 연유로 일명 ‘철새들’도 많지요.


이는 즉 외지에서 왔다며 일을 하곤 그러나 일이 잘 안 되면

일언반구 얘기조차도 없이 슬그머니 사라지는 사람들을 일컫습니다.

그렇다고 하여 그런 사람들을 폄훼하거나 흉을 보자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 글의 완성 맥락 차원과 성격의 구분 상

하는 수 없이 ‘설명서’ 식으로 붙인다는 것이니까 오해는 마시기 바랍니다.


하여간 정규직이 아닌 까닭으로 그처럼 월 수입이

매달 다르고(왜냐면 상품을 많이 파는 달(月)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경우의 달도 수두룩하므로) 들쑥날쑥하는 연유로

말미암아 이직률이 높은 직종이 바로 제가 현재도

30년 가까이 밥을 먹고 있는 ‘이 세계’입니다.


지금부터 털어놓고자 하는 어떤 웃지 않을 수 없는

이 에피소드는 당연한 얘기겠으되 픽션이 아닌 사실입니다!


지금은 종적이 묘연하여 함흥차사인 분 중의

한 분이 같은 직장에서 일했을 때의 어느 날 일입니다.

술을 물처럼 즐기기론 그 분이나 저나 그야말로 오십보백보(五十步百步)였지요.


한데 술을 마시면 본색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지요?

그래서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자면

의도적으로라도 술을 먹이라는 말까지 있는 것입니다.


물론 이 경우엔 ‘적당히’가 아닌 그야말로 ‘진탕’의 술을 먹여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여하튼 저 역시도 술을 많이 마시는 경우엔 이따금 개(犬)가 되는

경우도 없지 않은데 그날 이 선배님께서는 저보다

한 수 위의 실수를 하셨기에 이처럼 만방에 알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


집과 가족이 모두 대전에 있는 저와는 달리

여기가 타관객지인 선배님은 허름한 여관을 얻어 생활하셨습니다.

그날도 일과를 마치고 퇴근을 하고자 했지만 그놈의 술이 고팠었던가 봅니다.


그래서 그분께선 마찬가지로 대전이 타관객지인

또 다른 직원을 꼬드겨 술이나 한 잔 하자고 했다네요.


(==>지금부터는 이튿날 출근해서 제가 당시에 들은

얘기를 토대로 하여 재미있게 ‘구성’했음을 알려드립니다.)


“야, 여관에 가 봤자 너나 나나 마찬가지로

남들처럼 새끼가 있냐, 아님 마누라가 있더냐?

그러니 오늘도 어디 가서 술이나 한 잔 빨고 가자!”


“형님, 그러시죠. 그럼 1차는 제가 내겠습니다.”

그렇게 하여 간 식당에서 그들은 얼추 만취가 되도록 술을 흠뻑 마셨습니다.


그러자 선배님은 미안하다며 2차는 자신이 내겠다고 했지요.

그렇게 하여 간 곳이 바로 서민들의 사랑방이라는 포장마차였습니다.


근데 그 포장마차는 공교롭게도(?) 모 파출소의 바로 앞에 있었지요.

평소 의협심이 남다르고 의리 빼면 또한 시체라고

자처하는 선배님이 술김에 소변을 보러 포장마차를 나왔습니다.


근데 소변을 보고 파출소를 지나치려니 불현듯

민중의 지팡이인 경찰관 아저씨들이 그리웠다나 뭐라나...

그래서 무작정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곤 “어이구~ 수고 많으십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오늘도 두 발 쭉 펴고 잠 잘 사는 시민입니다.”라며

한껏 너스레를 떨었지요.


그러자 파출소 직원들은 또 술깨나 퍼 마신

취객이 하는 잔소리겠지 싶어 처음엔 다들 시큰둥했다네요.

한데 선배님이 이어서 한 말씀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런 뜻에서 제가 오늘은 바로 요 앞의

포장마차에서 갓 끓인 라면을 한 그릇씩 돌리겠습니다.

그러니 아무런 부담조차 갖지 마시고 부디 맛있게 드셔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이 선량하고 착한 시민은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충~성!”


어안이 벙벙했던 파출소 직원들은 그러나 잠시 뒤에

실제로 배달이 되어 온 라면을 시민의 경찰 사랑이란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고 “출출한 김에 잘 됐네.”라며 다들 맛있게 후루룩 잘 드셨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포장마차의 주인으로부터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내용인즉슨 일껏 술과 라면까지 잘 먹은 취객이

하지만 일행 중 하나는 어디론가 가서 보이지도 않고

혼자뿐인 그 취객은 포장마차의 주인이 계산을 하라니까

돈도 안 내고 되레 이른바 ‘땡깡’을 부린다고 말이죠.


엄연히 시민의 신고가 접수되었는데 출동을 안 하는 경찰관은 없는 법이죠.

그래서 바로 포장마차로 달려간 경찰관들은

그러나 순간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왜냐면 포장마차 주인이 잡아가라며 신고한 이는

다름 아닌, 아까 파출소에 와서 라면까지 시켜준,

요즘 세상에 아주 보기 드믄 ‘선량하고 착한 시민’이었으니 말이죠.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래서 경찰은 ‘하는 수 없이(?)’ 그 선배님을 연행하여 파출소로 데리고 갔지요.

아까보다 현저하게 만취한 선배님은 말도 안 되는 횡설수설과 궤변으로 일관했습니다.


그러자 경관 중 한 분은 이런 얘기도 당연히 하셨겠지요.

“허허~ 이건 뭐 ‘주유소 습격 사건’(영화)도 아니고

완전히 ‘파출소 라면 봉변 사건’일세 그려.”


근데 그 선배님은 어찌 되셨냐고요?

그같이 경찰관 아저씨들이 선배님의 처리를 두고

대략난감의 늪에 빠져있을 때 마침 포장마차 주인으로부터 또 전화가 걸려왔답니다!


선배님이 파출소에 들러서 오시느라 늦는 걸 혹여 근처의 어딘가에서

만취해 쓰러진 건 아닐까 싶어 걱정이 되어 포장마차 밖으로 나갔다 온

동행의 직원이 뒤늦게 들어와서 자초지종을 듣고는 셈을 치렀다고 말이죠.

그러니 이젠 풀어주라고 말입니다.


그 덕분에 구사일생(?)으로 파출소를 나올 수 있었던

선배님은 하지만 그 뒤로도 술만 마시면 우리들 주당들의

단골 안줏감으로 당시의 그 해프닝까지가 두루 회자되곤 했습니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불현듯 지금은 어디 계신지 모르겠지만

술만 안 드시면 선비도 그런 선비가 없는 선배님이 새삼 그립습니다.


선배님~ 우리 다시 만나서 정겨운 대포 한 잔 하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