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시작됐다는데 아직은 소강상태인 듯,
하늘이 흐렸길래 옥상에 빨래를 널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이다
건조대와 빨랫줄에 하얗게 삶아 빤 빨래를 바람에 나부끼도록 널었다
오늘은 따가운 햇살까진 아니지만 바람결이 선들거리니
바람에라도 마르겠지...
이렇듯 우리집 옥상은 나와 남편의 놀이터(?)다
직업의 특성상 뚝딱거리고 만드는 일은 취미이자 특기일만큼
여러가지 공구가 창고에 가득하고 마음 내키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지라 나는 별명을 \"맥가이버 닮은 송가이버\"라고 붙여 주었다
아침에도 토마토가 열린 아래 가지는 괜찮은데 위에 새순은 뜨거운 햇살에
맥을 못춘다고 지붕을 만들어 씌워 주었다
(사진은 지붕 씌워 주기 전 어제 찍은 것)
처음엔 하나만 외롭게 열려 주렁주렁 열리길 기대하는 내 마음을
안타깝게 하더니 조금씩 열매를 맺기 시작한 게 벌써 29개나 열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걸 보는 게 요즘의 즐거움이 되었다
나는 토마토 심는 것두 처음인데다 이렇게 가지에 주렁주렁 열린
모습을 직접 내 눈으로 보는 것두 처음이라 신기하기만 하다
또 그 옆에 심겨진 가지도 4포기를 심었는데 가지꽃만 보라색으로
예쁘게 피지 영 열매 하나 열리질 않아 잎이 너무 무성한 탓인가
여기며 아침, 저녁으로 열심히 들여다 보며 물을 주었더니
꼬부라지긴 했지만 튼튼하게 여물어 가고 있어서 고맙기만 하다
오늘 아침 남편은 2,3일후면 따야 되겠다며 가지냉국을 하면
좋겠다길래 가지는 무쳐만 먹어 봤지 냉국은 의외라 또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고추는 8포기에 덤 하나 얹어 9포기를 심었는데
극성스럽게 달라붙는 진딧물을 이겨내고 하루가 다르게
푸르고 싱싱하게 자라나 이젠 제법 가지마다 고추가 열리기 시작하는 게
얼마나 대견한지 모른다
고추가 이만큼 자라기 전에 우연히 물을 주다보니 잎파리 마다 진딧물이
빠꼼한 데가 없이 붙어 있어 내가 보기에도 숨을 못 쉴 것만 같아
분무기에 물을 담아 일일이 손으로 닦아 주며 진딧물을 털어 주었다
손으로 직접 만지는 게 혹시 내 몸까지 진딧물이 침범(?)하는 건 아닌가
하는 우려에 염려가 되었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는 고추가 죽어갈까봐
용감하게 열심히 물을 뿌려준 것이다
이런 내 마음 알면 고추가 가지마다 주렁주렁 열려서 또 우리집 식탁을
풍성하게 해 주리라 기대해 본다
한쪽에서는 씨를 심어 뿌린 상추가 여리지만 꿋꿋하게 땅을 딛고
일어서는 중이다
말 그대로 농약 한 번 안 주고 무공해로 키운 상추는 작년에도
우리 두 사람이 미처 따 먹지 못할만큼 열려서 주위에 나눠주기도
많이 했는데 한약 찌꺼기를 먹여서인지 일반 상추보다 쫄길쫄깃한 게
아주 튼실했었다
아직은 여려서 물을 조금만 세게 뿌려주면 부러질 듯 하지만
땅을 딛고 서 있는 모습만은 당차고 씩씩하기만 해서 귀엽다
아침,저녁으로 옥상에 올라가면 이렇듯 나를 반겨주는 새로운
식구들이 없었다면 밋밋하기만 한 일상이었을텐데
삶의 활력과 기쁨을 아울러 얻게 해주는 자연의 혜택이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아침에도 갓 딴 상추와 고추를 상에 올려 된장에 찍어 먹으니
소박한 밥상이 세상 부러울 것 하나 없이 행복하게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