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던 셋째날 밤에 수혈을 해야만 했다
헤모그로빈 수치가 입원할 때 9정도 되었는데 8로 떨어지더니 7로 더 떨어진다고 한다
6이하면 위험해서 수혈을 해야 한다고 한다 그 수치가 무엇인지 무식해서 잘 모르겠다
일단 수혈은 바늘이 굵어야 한다 액체와 달리 꺼룩해서 속도도 적은 양이지만 더 오래걸린다
매달린 피 주머니를 멀뚱멀뚱 바라보면서 한방울씩 환자의 핏줄로 옮겨지는 것을 보고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한다 누구의 피가 지금 옮겨지고 있는 것일까?
누구의 생명이 나누어지고 있는 것일까?
피에 생명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남편도 나도 한번도 수혈을 해 본적이 없다
아니 수혈을 할 자격이 못되어서 기회가 주어지질 않았다
남편은 B형 간염 보균자라서 수혈할 자격이 없고
나는 빈혈이라서 수혈자격이 없는지라 피를 나눠보질 못했다
이제 힘겨운 순간에 누군가의 피를 나눠받으면서
사랑의 빚에 생명의 빚까지 지는구나 생각하니
사는것이 혼자 사는게 아님을 증명한다
저 핏방울이 어떤 사연을 가지고 환자에게까지 이르게 되었을까?
여러가지 상상은 망상으로까지 치달아간다
세태가 아무리 이기적이고 개인주의가 팽대해 간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결코 혼자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여호와의 증인이 수혈을 거부한다지만
막상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환자에게 수혈만 하면 살아날텐데
죽음을 방치한다는 것은 참 잔인한 행위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극단의 예로 자기 자식이 수혈만하면 사는데
자기 신앙으로 아들의 죽음을 목도하면서 수혈을 거부할 수 있을까?
그것이 신앙인가?
또 누군가의 생명이 내게 들어와 생명의 빚을 졌다면
그가 누군지 모르지만 그의 생명을 사는 것이니 내 생명이라고만 주장할 수 있을까?
그래서 생명은 주인이 따로 있는 것이다
생명이 내것이면 이 생명을 내가 마음대로 할 수 있어야 내것이 아닌가?
생명의 주인이 있기에 생명만은 내 마음대로 연장할수도 끊을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