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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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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 나올 거 같애...........


BY *콜라* 2010-02-03

 

 

여긴 어디?

캐나다 밴쿠버.

 

겨울철엔 몇 달 내내 비가 내린다.

어떤 이는 겨울비 때문에 우울증에 걸려 지긋지긋하다고 하지만

나는 비 저 혼자 내리게 두고우리끼리 즐겁게 살자고 외친다.

 

이곳에도 짝퉁 한국 찜질방이 딱 한 곳이 있다

냉탕없이 판잣집 구석 방 크기의 소금방과 황토방 두 개가 시설의 전부라 해도

한국처럼 손님이 많을 리 없는 이 나라에서 행여 폐업하지 않을까 하여

손님들이 주인 눈치보며 가는 소중한(?) 곳이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그날도 근처 사시는 집사님을 꼬셔 찜질방으로 향했다.

흐으~  

뜨끈한 방에 등판 앞판 지지며 몸속의 수분을 어지간히 버렸을 무렵

휴게실에 딸린 한식당으로 가서, 김밥에 미역국을 시켜 집사님과 마주 앉았다.

 

외국서 살다보면 늘 허기가 진다

한국말이 고프고, 그리운 이들과 아웅다웅 살던 추억이 고프고

단풍 나무 붉은 기운만 봐도 설악산과 오대산이 고프고,

때로는 김밥 한 줄에도 목이 메인다.

 

이민 선배들이 그랬다. 이민 초기엔 시간이 약인 줄 알고 살아가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더 깊어 지는 이 허기가

마음의 영양실조로 인한 외로움이란 걸 알 즈음이면 

십 수년이 흘러간 뒤라 했던가.    

 

찜질방에서의 미역국...

세상에 이보다 더 환상적인 궁합이 있을까.

 

미식의 대열에 끼지 못하지만 소박한 들꽃처럼 튀지 않고

무난한 맛으로 한국인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미역국.

하지만  끓이지 않으면 세상에 이보다 맛 없는 국이 또 없다.    

 

후딱 한 숟갈 떠서 후루룩~ 빨아 들이 듯 입안에 넣고 흐음...... 음미하는 순간

!

설 끓은 국물에 소금 간만 한 듯 98% 부족한 맛.  

옛부터 산모에게 미역국만 들이대는 이유가 피를 맑게 하는 등의 영양적인 것 외

술술 넘어 가기 때문이기도 했는데 ..

내 기대를 이렇게 박살 내는 주인 아줌마가 밉다.  

 

집으로 돌아 와 큼직한 다라이 하나 가득 미역을 불려

곰솥에 참기름 부어 다그다글 볶은 다음

모시조개 넣고 조선간장 넣어 푹 끓였더니 국물이 뽀얗게 우러났다.

양푼에 가득 퍼 담아 콧물 땀물 범벅이 되도록 먹고 나니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

\'혼자 먹어도 이렇게 맛있는 미역국을, 그렇게 맛없이 끓이는 비법 한번 들어봅시다!\'

찜질방에 전화를 걸고 싶어 진다.

 

그날 저녁 퇴근하고 온 남편.

\"뭔 일? 생전 안 먹던 멱국을 다끓였쪄?\"

\"~ 복수혈전 했어\"

\"누구한테?\"

\"찜방 주인한테\"

\"찜방 주인하고 쌈 했어?\"

\".\"

\"?! 머땜에 .......\"

\"멱국 땜에..\"

\"쪼금 줬어?\"

\"아니.. 그보다 더 나빴어. 어쩌믄 그렇게 맛 없는 멱국을 팔 수가 있을까?\"

\"기냥  나왔어? 니 성질에.... 흐흐 .. 그 주인 오늘 운 텄다. ..\"

 

후루룩 후루룩 맛나게 미역국 해 치우는 그를 바라보며

흐뭇, 뿌듯, 자부심 가득 한 눈빛을 보냈다.

역시... 난 한 요리 하는 겨남편 사랑은 여자 요리 솜씨 아니겠으? ~

 

다음날 아침, 아직 곰솥 절반도 먹지 못한 미역국 데워서 둘이 또 마주 앉아

자기 한 그릇, 나 한 그릇 ..

그날 저녁 퇴근 후 다시

자기 한 그릇, 나 한 그릇

담날 아침 또 자기 한 그릇, 나 한 그릇...

23일째 미역국만 해 치운 저녁.

식탁 위에 올려 둔 미역국은 우리의 입질을 기다리며 솔솔 김이 나고 있는데

세수하고 나오며 엉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멱국을 째려보던 그

 

\"나 젖나올려고 해...\"

\"어디서?\"

\"젖이 젖에서 나오지 어디서 나와?\"

. 외국서 오래 살다보니 이제 영어도 안되고 한국말도 헷갈리나 해서 다시 물었다.

 

\"뭐라고 했어??\"

\"젖 나올거 같다고......\"

\"??\"

\"산모도 아닌데 며칠째 미역국 먹었더니 나 젖 나올거 같다고 ...\"

 

~ ~ 하핫

이거 알아요?

미역국 많이 먹은 남자는 여자들 생리하듯 하얀 피를 많이 흘린다는 ?

믿거나 말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