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물주가 인간을 만들때 어느것 한 가지도 꼭 필요한 것을
우리 몸 적재적소에 부착했을 것이다.
불필요한 것을 굳이 몸에 붙여놓을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얼굴만 봐도 알 수 있다.
머리카락이 없으면 여름엔 뜨거워 모자를 쓸 것이고
겨울에는 민둥머리가 시려서 거리에는 온통 모자를 쓴 사람들이 다니겠지.
눈썹도 어찌보면 필요없는 것 같아도 꼭 필요하다, 눈썹이 없어봐라
땀이 눈안으로 마냥 흘러 내려 눈이 얼마나 따가울까.
속눈썹도 있으니 먼지같은 나쁜 이물질을 깜빡거리며 막아주지.
콧구멍도 위로 뚫렸으면 비가오면 빗물이 콧구멍으로 바로 들어가는 난감함을 어찌할꼬.
콧털도 없어봐라 그 많은 먼지를 오롯이 들이 마셔 온갖 코 질병에 시달릴 것이고,
입술도 있으나 마나 할 것 같아도 뜨거운 것, 찬걸 먹을때마다 감지해주지,
입술이 없는 입을 상상해보라 얼마나 끔찍할지.
여자들은 립스틱의 여러 색상으로 곱게 치장도 할수있으니 입술이야말로
여자의 상징이 아닐까싶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쓸데없는 말을 하는가.
요근래 왼손 엄지에 문제가 생겼는데 하찮게 여겼다가 얼마나 곤욕을 치르는지 모른다.
예전에 오른손잡이라 오른손 관절이 아파 손에 붕대를 한동안 감고 있을 때다.
걸레질도 제대로 못하는 왼손의 무능함에 혀를 끌끌 찼다.
\'에이, 쓸모도 없는 손, 칼질은 물론, 힘이 들어가지않아 병도 마음대로
따지 못하고, 물건도 제대로 힘을 주어 들지못해 떨어뜨리질 않나, 수저질도 시원찮지
대체 뭘 하나라도 잘하는게 있어야지, 쯧쯧,.\'
그렇게 구박했었다.
남편도 오른쪽으로 마비가 오는 바람에 오른손감각이 무뎌서 젓가락질 할 때마다
조마조마해서 밥먹는게 작은 전쟁이다.
고기나 멸치 볶음은 한번에 집어지지않아 헛 젓가락질을 여러 번해야 겨우 입에 들어가고
나물이나 김치는 그나마 잘 집어지지만 한꺼번에 많이 집어져서 짜겠다 싶은 마음에 조금 떼어낼라치면
어느새 다 먹어버려 내 애간장을 태우기도 한다.
차라리 왼손 훈련을 해서 아예 왼손으로 모든 일상생활을 하면 어떨까 싶지만
어슬프지만 왼손보다는 나은지 본능적으로 오른손이 먼저 나간게 된다.
그래도 오른손을 자꾸 사용해야 마비가 풀린다니 참아내는 수 밖에.
하지만, 내내 그 서투름을 지켜볼라치면 속이 타들어간다.
퇴비를 5섯자루를 사서 밭에서 내리다가 왼손에 너무 힘을 줬는지 엄지쪽이 욱신거렸다.
하나씩 내렸다가 다시 구루마에 하나씩 실어 또 내리고 했으니 30키로 퇴비자루를
도합 15번을 들었다 내렸다 용을 썼나보다.
오른손 관절에 또 무리가 갈까봐 왼손에 힘을 더 주었더니 무리가 간 것 같다.
냉찜질도 하고 핫 팩도 했지만 일주일쯤 지나니 아픈 강도가 점점 심해져서 숫제 구부러지지가 않았다.
구부릴때마다 덜거덕거리면서 통증이 와서 그제사 병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혀를 차며 웃는다.
\"또 밭에가서 일했죠? 일 자꾸하시면 골병든다니까요. 아저씨보고 좀 하라고 하세요\"
\"도통 밭에 가지를 않는데 어쩐대요. 말을 못하는데 밭이 무슨 소용이 있냐는 식인데...\"
남편이 밭에 등을 돌리고 나서 남자가 하는일을 내가 해내려니 힘에 부칠수밖에..
텃밭을 일구면서 동네 정형외과를 앞집 드나들 듯이 다녔다.
허리가 아파서, 목이 아파서, 팔이 아파서..
농사, 정말 아무나 짓는게 아니었다. 진짜 농사꾼이 보면 가소로운 웃음을 띨 만큼
텃밭정도로 일구지만 나 혼자 하기엔 무리수다.
\"자꾸 이러시면 손가락 못씁니다. 기브스를 해서 단단히 묶어야 겠어요\"
의사 샘의 엄포는 농담이 아니었다.
엄지 관절을 구부리지못하게 석고를 하고 붕대를 팔목까지 감아놓으니
아예 왼손으로는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에구,목욕할때는 뺄수있게 해주세요\"
오른손 하나만 믿고 왼손기브스쯤이야 얕잡아봤더니 그게 아니다.
옛 말에도 두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고 왼손을 사용하지않고는
거짓말처럼 아무 것도 할 수가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하루만에 붕대를 풀어버리고 엄지를 구부리지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하면서
부엌일을 하는데 엄지 뺀 나머지 네 손가락은 아무 도움이 안되었다.
검지가 아프면 괜찮을까 하고 검지를 사용안하고 양념병을 잡고 열려니 힘이 들어가지않는다.
중지,약지..다 마찬가지다. 어제도 참기름병을 열다가 놓쳐 깼다.
주방바닥에 쏟은 참기름이 아까워 숟가락으로 퍼담았지만 반은 버렸다.
손가락 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열 손가락 다 있어야 똑 소리나게 일을 할 수 있다.
의사샘 말을 안듣고 계속 기브스를 푼 상태로 집안일을 했더니 이놈의 엄지 손가락이
나을 기미가 없다. 붕대를 매기 싫어 엄지와 검지를 테이프로 붙였더니
검지가 아프다고 야단이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 하나 ,어느 곳 한 군데라도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다. 딸애가 흰머리카락있다며 뽑으려들면
아서라 머리를 흔들며 질색을 한다.
\"흰머리카락 한올도 빼지마라.머리숱도 적은데 나중에 대머리 될라\"
앓게되면 뒤늦게 철이 드나보다.
젊을때는 감기약도 하루치, 아니 한번 용량만 먹어도 거뜬히 나았는데
지금은 사흘치 약을 먹고, 주사맞고 또 사흘치 약을 먹어도 개운하게 낫지않는다.
이제는 내 몸이라도 내 마음대로 조절이 안된다.
나이가 들면서 몸의 기능저하도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뜻이리라.
\'재물을 잃는 것은 부분이지만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는 좋은 말은 병원에
다녀보면 절절하게 와닿는 말이다.
잃을 재물은 없지만 건강만큼은 자신이 스스로 지켜야지 싶다.
지금부터라도 건방떨지말고 왼손 엄지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잘 치료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