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에 한 번은 맛있는 밥상이라고 메뉴를 내걸어
점심을 준비하는 날이면 우리 남편은 가락 시장에 가서
싱싱한 생고등어를 사 가지고 온다.
손님들에게 맛있는 생선조림을 해 주고 싶어서이다
7시면 일어나서 혼자 가락시장엘 간다.
조금 있다가 덩달아 일어나 아들들 먹을 것 해 놓고
나도 가게로 나간다.
남편이 오면 얼른 짐들도 받으러 나가야 하고
오기전에 한두가지 반찬은 해 놓아야
생선을 다듬는데 함께 할 수가 있다.
두부를 부치는데 밖에서 여자들 소리가 두런두런 들린다.
남편이 수돗가에서 생선을 다듬는데 바로 옆이 화장실이라
지하에 에어로빅 교습소가 있어서 아침 시간이면
화장실을 사용하느라 몇 명씩은 꼭 줄을 서 있다.
두부를 부치다가 쪼그리고 앉아 생선을 다듬는
남편이 얼마나 속상할까
얼른 가스 불을 끄고 나가 함께 다듬었다.
두박스는 조림용으로 한박스는 자반용으로 자른다.
남자에 힘이라 금방 다듬는다.
내가 만약 잘랐다면 시간이 많이 걸렸을텐데
맘속으로 참 고마웠다.
몇번 자르다 보니 생선장수 보다 더 잘자른다 하하
남편은 잘라서 소금도 간간하게 뿌려 놓고
자반도 이쁘게 잘라서 소금을 쳐 놓았다
어머나 잘했네 했더니
나 생선 잘자르지 한다.
그 순간 우리 백반장사 하지 말고 생선장사나 할까 했더니
남편은 싫어 ! 한다.
백반은 일거리가 너무 많이 힘들고
생선은 냄새가 나서 싫단다 하하 우린 둘다 웃었다.
25년동안 외국인 제약회사에서 잘 나가던 남편은
이제 식당 아줌마의 남편이 되었다.
가끔씩 시장을 봐다 주고 바쁜 점심시간 봐주고는
집에 들어간다.
바쁘지 않기때문에 딱히 있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지나간 시절들은 잊어야 한다
지금에 우리가 있을 뿐이지.........
남편과 나는 속으로만 자신에게 속삭일뿐 아무 내색도 하지 않는다.
생선 장사를 하면 그래도 나을텐데
다시 말했다
우리 생선 장사나 하지....
그이는 웃으면 자리를 피한다.
속상한 맘 다 접어두고 편하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음만도 감사하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