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엄마! 다들 학교 가고 저도 나갈 채비하고 있어요.\"
\"어 그려? 그라믄 멸치좀 사서 보내주련?\"
\"엄마! 남의 사람 밥해대기 너무 힘드시재이?\"
\"응, 참말 그랴. 함마네분들(부산할머니들) 멸치를 무쳐먹는디 마이 헤프다잉?\"
\"그래요. 월요일쯤 한박스 부쳐드리지.\"
이맘때면, 해마다 단골 부산할머니들을 집에 기거하시게하고선
먼동이 트면 빨간 고추를 따러 가시는 엄마~~~
광복절즈음 친정엘 갔더니 단골 일꾼분들을 부르셨다는데
엄마도 이제는 할머니인데.....
남의 사람들 때때마다 반찬신경이 좀 쓰이시랴~~싶어
막내는 경기도에서 라면박스로 택배를, 나는 국거리, 장조림, 불고기용 고기를 주문해 보냈다.
지난번 친정에서 찹쌀을 좀 넉넉히 갖고왔길래
\"촌에 뭘 좀 부쳐드려야지? 쌀과 양념류(간장, 된장, 고추장)는 돈을 좀 드려야 서로 잘 산다는 한국전통이 있대...\"
\"그려\" 남편은 그 때 말뿐이었다.
어째 시댁은 꼬박꼬박 매달 일정액을 부쳐드리는 걸 당연시하는 게 얄미러워서
계절에 한번쯤은 나도 남편몰래 인터넷 주문을 질러버린다.
그러고선
\"엄마! 내 이름으로 도착한 것은 사위한텐 비밀이여.\"
\"응 알았당\"
엄마는 사위가 출근했을 시각즈음 전화해셔선 멸치 좀 사다 부쳐주련?.....
고추따는 추수철엔 정말 읍내가는 것도 쉽지 않은 시골이기에
내일은 오일장에 가서 멸치, 김같은 밑반찬류를 사서 부쳐야겠다.
남의 사람 3분이 작년에 이어 한달가량 집에 기거하시면서
일손을 도와주시기에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론 내 엄마가 먼저 걱정이 된다.
70평생 시골에 사시는 양반, 20살 새댁부터 50여년 땅과 함께 생활하시면서
종갓집 맏며느리의 자리매김으로
아버지의 삶은 빛났으되, 엄마의 삶은 징글징글....우글우글~~~~
아직도 시어머니의 삶보다는 한 여자의 며느리 삶에 더 가까우신 울 엄마~~~
우리 엄마가 있어서 참 좋타.
맛깔스런 된장찌게를 보글보글 끓이면서
오래오래 엄마의 손맛을 즐기고픈 딸이기도 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