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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의 옷차림


BY 그대향기 2009-08-09

 

 

지금이나 전에나 난 옷 입는거에 자신이 별로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패셔너블하게 근사하게 잘 차려 입질 못한다.

일하면서는 가장 편하고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소재의  차림으로

어쩌다가 외출할 때에도 실속있는 옷차림이니

내 옷장에 걸린 옷을 주..욱~~훑어보면  그 옷이 그 옷들이다.ㅎㅎ

바지가 거의 90 %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면 티셔츠나 심플한 디자인의 웃도리가 대부분.

색상도 점잖하거나 단색의 무채색계통.

어쩌다가 빨간색이나 파란색이 한 둘.

 

화려하고 과감한 옷차림은 거의 못하고\'

몸매까지 남성스럽다보니 공주풍의 샤방샤방한

옷차림은 단 한번도 못 해 본 것 같다.

오빠들만 넷인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서

철들 무렵까지 보고 자란게 그런 차림이었다 보니

어쩌다가  행사 때문에 스커트를 입으면 남편도 아이들도

다른 사람 옷을 빌려 입었냐고 하기 까지....

이거야 원.....

여자가 여자차림을 한다는데도 엉뚱한 참견이니

그냥 사는데로 살아야할까보다.

다른 사람들 보기에 어색하면 그게 더 우스운가?

 

스타일에 큰 구애 안 받고 오래 된 옷이라도

내가 편하면 줄창 그 옷을 자주 입게 되고

면소재의 옷이면 스타일이 다소 후져도 입는 사람이다.

내가 후지다는 것은 내 일을 하는데 편치 않다는 거다.

요즘 유행하고는 상관없이 내가 입어서 불편하면

그 옷을 누가 만들었던지간에 후진 옷인 거다.ㅎㅎㅎ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내게 옷을 선물해 주시는 분들이 있는데

집에서 일할 때 못 입을 야샤시~~에다가 뭐가 주렁주렁 달린

아주 귀엽고도 현란한 옷을 사 주실 때도 있다.

순전히 자기 스타일로 사 준 옷을 언제 입고 공주가 되냐고요.ㅎㅎ

주방 일을 하면서도 편해야 하고 평소에도  일어섰다 앉았다 할 때

옷이 당기거나 말려 올라가거나 무릎이 너무 잘 튀어 나온다거나 하면

그 옷은 장롱 속에서 오래토록 잠을 자야 한다.

많은 시간이 지나서 옷장 정리를 하다가 그 옷을 그기에 둔 줄 모르고

꼭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 한 것 마냥

꼭 새 옷을 구입한 날 처럼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한두번 또 잊고 입다가는 이게 이런 옷이였어?

에이~~~

못 쓰겠어.

아나바다에 넣어버려?

아직은 많이 낡지도 않았는데?

담에 또 입자.

그러면서 세탁기로 윙~~윙~~~ㅋㅋㅋㅋ

 

과감하거나 화려한 옷들은

내 얼굴이 안 받쳐주니까 포기한다 손 치더라도

전체적인 색상이나 분위기는 살리고 싶어서

내가 좋아하고 내가 좀 똑똑해 뵈는  옷은 따로 둔다.

그래봤자 그 옷이 그 옷이지만 그래도 구분을 해 둔다.

외출할 때 우선 순위로 그 옷들을 주...욱 훑어보고

색상이나 스타일을 보곤 정한다.

패션감각도 꽝~~이요

디자인감각에서 코디까지....

편하게...위생적이게...실속있게...

옷을 입는 기본개념이 이렇다보니 애들을 키우면서도

참 미안하게도 실리를 따지면서 옷을 사 줬다.

어릴 때는 통했는데 중,고등학교를 들어가면서는....아니었다.

 

다 자기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있었고

좋아하는 색상에다가 선호하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이젠 아이들의 옷을 내가 사 주지 않는다.

인터넷이나 아울렛을 기웃거리면서 스스로 해결한다.

용돈으로 지불하기도 하지만 때론 청구서를 적어서

남편의 전화기 앞에 이쁘게 놓고 학교를 간다.ㅎㅎㅎ

어느 은행에 얼마를 넣어 주세요~~

참 좋은 세상인게야.ㅎㅎㅎ

 

어제 남편의 군대동기생 모임엘 가면서

거의 27~~8 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이라며

자기 옷은 별로 큰 신경을 안 쓰면서

내 옷을 자꾸 내 보이고 입어 보란다.

초라해 보이거나 늙어보이면 안된다며

아예 옷을 입고 거실에 나와보라니...

최근에 옷을 한벌 사긴 했지만 그 옷은 봄 옷이라 덥고

전에 사 둔 옷들은 최소한 몇년 전의 옷 들이니

뭘 입고 나선다?????

나무색 마소재 웃도리를?

까만 면 남방을?

아래 위에 새파란 바지 정장을?

까만 스커트에 하얀 웃도리를?

 

철 지난 웃도리서 부터 이 옷 저 옷 옷장을 뒤적거리다가

마땅한 옷을 못 찾고 있는데  남편이 아직이냐고 묻는 소리에

하얀 면바지에 파란 쫄쫄이 민소매 티셔츠에 하얀 색과 파란색이

점차적으로 변하면서 짙어지는 마 소재의 무릎까지 오는  긴 남방을 골라 입고는

패션쇼 무대의 모델처럼 거실을 왔다가 갔다리

돌아도 보고 다리를 거실 차탁에 척~!

고개도 발딱 뒤로 젖히고 조명등을 향하고는  스톱~~

그 자세로 잠시 멈추는데  남편이나 아들의 얼굴이 밝다.

오~우~케~이~~

음...괜찮은 것 같은데?

엄마...아주 좋아요.

굳~~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하여 그 차림으로 모임엘 갔더니

벌써 20 여년이나 훨씬 전에 만났던 동기아내가

내가 안 늙었단다 글쎄....

그 때 같이 군 부대 옆에서 살 때랑 거의 안 변했다니..

아우~~

오늘의 컨셉.....성공이야~~ㅋㅋㅋ

치렁치렁 뭘 걸치지도 않았고

솔직히 이젠 걸칠 것도 남았지 않았고

간단하고 작은 푸른빛 귀걸이 하나에다가

스틸소재의 은색 시계가 악세사리의 전부였다.

아~~~

핸드백이 있었네.

둘째가 큰 맘 먹고 사 준....코발트색 가방.

그 가방이 유일한 호사였네.

구두는.....

큭~~~~

이 나이에 은색 펄이 반짝이는 뾰족구두를 신었다는 거.

그렇게 입고 나서다가 현관의 전신거울을 한번 슬쩍 보니

아직은 몸매가 볼만한데????

똥배도 별로 없고 수련회 하느라 군살이 좀 정리된 것 같기도 하고

오늘따라 화장도 덜뜨지 않고 잘 먹었는걸???ㅎㅎㅎ

잠시잠깐 나르시즘에 퐁당거릴려다가 후딱 현실로 .

나이가 몇인데 이 사람아~~

시집 간 딸이 있고 사위가 있는 아짐씨가 말이야.

착각에는 커트라인이 없고 자유라지만

떨어질 바닥을 생각해서 요기까지만.ㅋㅋㅋㅋ

 

 

 

신발장에서 이 신발 저 신발 만지작 거리는데 아들이 보더니

오늘은 이 반짝이가 어울릴 거라며 강추를 외치는 바람에...

밤에 있었던 모임이라 그 반짝이가 얼마나 튀던지.ㅎㅎㅎ

잠깐 얼굴만 비추고 나오는데 다들 아쉬워서 붙잡았지만

선공후사를 외치며 회비 15 만원짜리 닭죽 한 그릇만 비우고 돌아왔다.

아까버라....

아무튼 잠깐의 외출이었지만

더운 날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공들여 화장도 좀 하고

여자처럼 하고 다녀오느라 에휴휴....

피곤하고 다리가 안 편해서 오는 내내 곯아떨어져서 잠만 잤었다.

자연인으로만 살고파라.

안 바르고... 안 꾸미고 ...안 늙을 수만 있다면....

뭐 그래도 여자랍시고 화장을 좀 하고 옷을 챙겨 입으니

오랫만에 만난 사람들도 안 늙었다 그러고 남편도 눈이 확장된걸 보면

여자는 꾸미기 나름인게야....

옷이 날개가 아니라 얼굴 표정이나 현재의 마음가짐이  여자를

증명 해 주는게 아닐런지...

밝고 씩씩하게 긍정의 힘을 키우면서 오늘도 아자~~~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