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인가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휴대 전화를 통하여 DMB 방송으로 유명 여성 강사의 강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 언변의 재치도 있고 말하는 구구절절 어쩌면 그렇게 쏙쏙 마음에 와 닿던지 직장까지 가는
30여 분의 시간이 너무도 짧게 느껴졌습니다.
그날 강연 중에 강사는 친정어머니에 대한 각별한 정과 존경에 가까운 어머니에 대한 추억을 이야기하며
어려운 집안 환경에서 자식이 배 곯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면 그때 누군가 한 사람은 분명히 배고픈
희생이 있었을 거라고 그건 다름 아닌 집안의 어머니였을 거라고...
어머니의 희생과 어머니의 배려가 얼마나 커다란 힘인지 세월이 흐르고 나면 어려운 가정에 자녀가
출세하여 집안이 근심 없게 번성하여 있더라고...
어머니의 희생 그리고 사랑!!!
대학 졸업 전 취업 준비한다며 일 년 휴학했던 아들아이가 이제 4학년 2학기에 다시 복학을 하게 됩니다.
곧 거금의 대학 마지막 등록금 납부도 있을 겁니다.
딸과 아들 모두 빚으로 남게 되는 학자금 융자 한 푼 없이 무사히 공부 가르치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스스로 자신에게 힘찬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면서 늘 핸드백 안에 반찬 냄새 폴폴 풍기며 준비해 간 도시락 덕분입니다.
조금 더 강하게 오래가게 힘있게 세팅하라며 한 번이라도 더 미장원에 안 가도록 주문했던
싸구려 파머 덕분입니다.
친목 모임에도 집안 대소사에도 눈 감고 마음 닫고 참석하지 못했던 미안함 덕분입니다
마음은 아팠지만 내 사정을 헤아려 주었다면 아마도 백분 이해하였으리라 애써 스스로 위안을
삼아 봅니다
며칠 전 달이 참으로 밝은 밤이었습니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그랬는지 밤 2시경 환한 달빛에 눈이 뜨여졌습니다.
둥근 달 주위로 구름이 흘러가고 있었습니다
구름이 물 흐르듯 흘러가더니 곧 해처럼 밝은 달만 밤하늘에 동 그마니 남아
있더군요~
가만히 아파트 25층 창 너머로 보이는 까만 밤하늘에 휘영청 떠 있는 달을 바라보니
정적 속에 울려 퍼지는 풀 벌레 소리와 함께 외로움과 그리움이...
달속에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모습도 어른거리고
그날 따라 바람까지 소슬하게 불어 잠시 야밤에 처지에 대한 비관까지 들어
이리 뒤척 저리 뒤척~
두어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어쩌다 내 이렇게 인생의 좋은 시절을 근심으로 보내나 싶은 게
내 존재감에 대한 깊은 회의마저 들었습니다.
점점 날이 갈수록 엄마보다는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기며
늦게 귀가 하는 딸
점점 예쁜 딸에서 미운 딸이 되어갑니다.
사실 미운 딸이라기 보다 평균의 보통 딸이겠지만 집안 사정이 사정인지라 제가 너무 딸에게 큰 기대를
걸어 실망이 큰지도 모르겠습니다.
종종 제 앞에서 휴대전화에 신호가 오면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가 받고 문자도 수시로 바쁘게 오고
친구 생일이다 친구의 기념일이다 잘도 챙기며 점점 독립적으로 나아감에
엄마의 가슴에는 횅한 바람이 스쳐 지나갑니다
오늘 낮이었습니다.
그간 섭섭한 마음을 딸 아이에게 털어놓았습니다.
딸 아이는 전처럼 엄마가 살림만 하고 집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아빠도 있고 예전처럼 그랬으면 좋겠다고
아이처럼 이제와 당치않은 희망사항을 제게 이야기합니다.
40대에 생활의 방편으로 일을 시작하면서 50대 나이에도 직장에 근무하는 선배를 보면서
속으로 혼자 50이면 이제 집에서 쉬어도 좋으련만 저 나이에도 일을 한다고...
그렇게 먼 훗날로만 여겨지던 50대에 제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에 선택의 여지없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친구들 연락을 받고 번개처럼 미운 딸아이가 용인 케리비안베이로
물놀이를 갔습니다.
섭섭하다 한참 하소연했던 엄마에게
엄마 이 비키니 어때?
이쁘지 이쁘지?
...
너 언제 철들 거니?
아들 딸
너희 모르지?
엄마가 요즘 많이 외롭고 힘들다는 거
나도 너희 나이에 엄마의 근심을 어려움을 읽지 못하고
달빛이 너무도 환하여 달빛에 눈부셔 깬 그 밤에
이미 세상에 안 계신 엄마를 그리워하며
엄마~~~엄마~~~
대답도 없는 엄마를 그렇게 자꾸 불러 보았단다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