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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1,019

바늘님 답글.


BY 올리비아 2009-04-25

ㅎㅎㅎㅎ

아래 바늘님의 글을 보니 문득

작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시는거 같아

답글로 열심히 쓰다보니 글이 너무 길어지더라구요..

 

그래서 이리 할 수없이 제목 하나 떡! 차지하고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저의 딸 이야기 함 써볼까 합니다.

 

비아의 큰딸은 싱가폴에서 대학을 다녔어요..

작년.. 졸업을 얼마 안 남기고

한국으로 잠시 들어와 있을때 이야기입니다..

 

..................

 

그때 딸이 승무원 시험을 보고 싶다고 한다..

것두 오로지 싱가폴항공사 승무원만..

싱가폴에서 몇년을 살았고 그리고

그 나라에  대해선 그 누구보다 더 잘 알지 않겠는가..

왠지.. 느낌이 좋다.

 

그래! 해봐라!..

그리곤 서류 접수 전형에 원서를 냈는데

합격 통보가 왔다.

 

이젠 1차 면접시험을 보러 가야 하는데

당최 뭐 아는게 있어야지..

 

오로지 인터넷으로 정보 뒤져가며 준비를 했다.

딸~먼저 심사관 앞에서 인사하는 방법을 공부하자구나.

손은 왼손이 앞인가 오른손이 앞인가..

각도는?... 시선은?...다리는... @$^&@@...

 

인터넷 정보의 한계를 느끼며

나름 시험준비를 하는데 우선 면접 시험때

입고 갈 옷을 준비해야만 했다.

 

딸과 동대문으로 가 쇼핑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승무원 면접시험에 입는 옷만 취급하는 매장이 있었다..

평범함을 거부한 약간의 스타일을 고집한 딸의 취향에 맞는 옷을 고르고..

 

나름 그렇게 집에서 준비를 하고 1차 시험을 보러 시험장에 갔는데

다들 미스코리아들처럼 이쁘게 단장을 하고 온 응시원생들이 모여 있었다.

그럼에도 속으로 생각했다..

(울딸이 젤루 이쁘네..고슴도치사랑이다..ㅋㅋ )

 

그런데 순간 놀라운 것이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책인지 프린트물인지를 한뭉치 꺼내서는

마치 수능시험치는듯 무언가를 열심히 외우고 공부하고 있는거다..

뭐지?...의문스런 눈길로 그들을 지켜보는데..

 

면접은 한국말이 아닌 영어로 보기에

다들 허공에다가 영어로 뭔가 외우듯 궁시렁궁시렁 쉘라쉘라~

 

초조해지는 나..

 

\"\"딸... 우리도 뭔가 연습좀 해야하지 않겠나..\"

\"이제와서 무슨 연습을...\"

 

가스나 욕심이 없는건지..하여간 느긋하다.

허긴 뭘 알아야 연습을 하던가하지..

 

멍뚱이 앉아 자판기 커피 한잔 마시며

다른 이들을  슬쩍슬쩍 바라보는데..

뭐 딱히 할건 없어 딸의 머리만 매만져주고

옷매무새만 다듬어주고 있을뿐..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면접이 시작되었다.

한참 후...몇몇 면접보고 나온 이쁜 아가씨들의 외침소리..

 

망쳤어! 어떡해!..

친구들인지 같은 학원생인지 서로 손잡고 외치고..

 

초조한 마음으로 딸을 기다리고 있는데 잠시 후..

면접을 보고 나온 딸의 표정을 보니

다른아이들처럼 불안해하는 표정이 아닌 느긋한 표정이 아닌가..

..허긴 ...쟤 원래 포스가 저렇다..ㅋㅋ

쪼르르 다가가 물었다.

 

\"어때어때?\"

\"엄마 진짜 장난 아니야.\"

\"왜?...\"

 

다른 아이들은 면접관들의 질문에 기다렸다는듯

마치 모범 답안 읽는거 처럼 대답 하더라는거다.

그런 모습들을 보고 딸아이는 속으로 혼자 놀랐단다..

 

그런거에 비해 딸은 심사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순간순간 생각하면서..이야기 했단다..한마디로 ...

...프리토킹 했다는 거다..--;

 

\"아무래도 떨어질거 같아..\"

 

그래서 표정이 편안했군..-,-;;

 

\"내놓은 질문에 외우다시피한 학원생들의 뻔한 대답.

그게 시험이냐?.. 우리나라는 이래서 문제야!..학원만 돈버는 짓이지 \"

 

딸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투덜투덜..

 

허긴 우리가 준비한게 무엇이었던가..

그냥 무대뽀로 원서내서 합격되어 옷사서 간거 밖에 없으니..

 

그에 비해 다른 아이들은 대부분 몇년을 준비해서 온 아이들이라는데..

똥인지 된장인지도 모르고 온 울 딸 오죽할끄나...쩝...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자구나...

그래도 혹여 진주를 알아보는 심사관이 있을지도 몰라..

나름 울딸을 보석으로 표현하며 스스로 위로를 ....

 

나중에 알고보니 미리 학원에서 준비한 학생들은

심사관의 질문의 여러유형의 답안들을 미리 외워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면접 대기실에서 아이들이

허공에다가 영어로 예상 답안들을 그리 외우고들 있었구나..

 

그리고 며칠 후..

반 포기한 마음으로 합격자 발표날 컴퓨터로 확인해보니

 

 합격!!!

 

헉!! 왠일이야...어머머..진정?한 면접관이 있었나보다...ㅎㅎ

잠시의 설레임과 즐거움도 잠시..

 

곧 다가올 2차 면접준비를 해야하는데

정보도 없고 ...아는 것도 없고..

 

우린 막연히 혼자 준비할 수 없음을 깨닫고

고민 고민후 학원등록을 하게 되었다.

 

2차 시험날이 멀지 않아

사실 학원비가 아깝기도 했지만

어쩔수 없었다.

 

짧은 날짜이기에 학원에서 맞춤표 시간를 조율해주었다.

그나마 영어는 몇년동안 생활권으로 살았기에

영어수업은 빼고 그외의 다른 강의들을 들었다.

 

그렇게 준비를 하고 1차보다는 조금은 편안하게

2차 시험을 준비하고..1차보다는 더 세심한

개별질문에 대한 공부를 하고 2차 면접시험을 보러갔다.

 

면접을 보고 나온 딸의 표정이...그때처럼 덤덤하다.

\' 혹시?.. 아참..쟤 원래 저렇지..--;\'

 

이젠 모른다..조용히 결과를 기다릴수 밖에.. 

며칠 후 합격자 발표시간에 맞춰

접속해서 확인한 결과..

 

\"합격\"

\"와! 왠일이니.. 어케해!\"^^

 

\"근데 엄마 불합격 할거 같으면 아예 미리 떨어지는게 나을텐데

괜히 출국 날짜만 연기 하게되고..\"

\"헉..그..런..가..\"

 

하여간 떨어질때 떨어지더라도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제치고 여기까지 온것만으로도

이 순간이나마 자축하자구나!!^^

이젠 3차 면접 준비해야지..

 

우린 딸의 합격으로 싱가폴 출국 날짜를 또 연기해야만 했다.

학원 관계자분은 딸의 최종 합격자까지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는 상황이었다.

 

표정.미소. 시선 .자세. 화장 .

위급 상황에서의 대처방안에 대한 공부..

 

난 늘 딸에게 주문했다.

좀 의욕적인 표정..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악발이 근성..

뭐 그런 것좀 보여줘봐..너 표정보면 너무 의연해..

 

트레이너 히딩크 흉내좀 낼라카면 잔소리쟁이 엄마로 치부한다.

 

그렇게 돌다리 건너듯 

면접시험에 승승장구 잘 나가는듯 하더니

딸은 그만 ...최종 시험을 바로 코앞에 두고 그만

불합격이 되고 말았다..

 

아!.... 고지가 바로 앞인데...

허탈함과 아쉬움은 감출 수가 없었다..

 

끝까지 딸의 합격을 자신했던

학원관계자분과 통화를 했다

불합격 요인이 뭘까..

 

자격은 충분하단다..심사관의 평가도 좋았단다..

그런데 아직은 준비가 부족해 보인다는거다.

그래..내공이 부족한거다..

 

사회경험도 없이 급히 쌓은 내공 부족.

더욱이 서비스업에선 더더욱 필요할터..

딸은 응시생들중 최연소였단다...

더욱이 7살에 학교를 갔으니 더더욱..

직장생활 했던 사람..현직에 있는 사람..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도 많단다..

외국어도 영어는 기본..몇개국어 하는 사람도 많다고..

 

다른 항공사라면 얼마든지 갈수 있으니

다른 항공사들도 한번 응시 하라는데

딸은 오로지 싱가폴 항공사만 고집 했던터라..

미련을 버리고..

 

학원수업도 다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그 싱가폴 승무원 시험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싱가폴로 들어갔다....심플한 넘..--;

 

그리고 졸업을 하고..

지금 딸은 그곳 싱가폴 오챠드에 있는 호텔에 입사해있다.

그리곤 며칠 후 전화가 왔다..

 

\"엄마 ~나 정식직원 됐당!!~\"\"

 

\"어머!! 그래? 와 울딸 장하다!! 그래 열심히 해라! 그래서 다른나라 호텔로도 가보고~^^\"

 

\"싫어! 나 다른 일도 해보고 싶단말야!\"

\"뭐셔?? 배부른 소리하고 있네~ 너 설마 문신인지 타툰지 배운다고 하는건 아니겠제??\"

 

ㅎㅎㅎㅎ

늘 엉뚱하고 호기심 많고 덜렁대 보이는 큰딸..

걱정하며 지냈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 넓은 세상에서 자기 혼자 살려고

자유형, 배형.각종 자세로 헤엄치며 열심히 살고 있으니..

 

수영 가르쳐주길 잘했다 싶다... 

 

\"큰딸!!! 들리니??

엄마가 울 큰딸 너무너무 사랑하는거!!

그리고 참!..

월급날 다가오던데..

이번 달에도 입금 기다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