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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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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뿔났다


BY 김효숙 2009-04-25

토요일 하루가 지나간다

하루종일 비가 후두둑 소리를 내더니 저녁엔 그쳤다

늦은 손님 일곱명이 들어 와  세시간이 넘어도 가지를 않는다

아줌마들은 열시반이 되어 모두 집으로 갔다

 

열한시가 다 되어 간다

난 방에 들어가 누웠다

조금 있으니  가려고 일어 났는지 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어떤 아줌마가

어머 ! 여기는 화초를 참 잘기르시나봐요 한다

깜짝놀라 벌떡 일어나 나가 보았다

그런데..

그런데

왠일인가

칼라박스 안 유리컵에 화초를 잘라 뿌리를 내린지 한 달

날마다 신기하고  이뻐서 바라보던 화초를 들고 나갔다

어찌나 화가 나는지..

뒤따라 나가면서 그거 내가 날마다 바라보는 건데 하고 중얼거렸더니

남자 손님이 계산 다 끝났어요 하고 나간다

 

화가 났다

남편에게 왜 나 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주었냐고 했더니

오히려 내게 인상을 쓴다 

 

 내가 뿔났다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걸.. 싹이 나나.. 꺽꽂이가 되나 안되나 하고 잘라서

물에 꽂아 날마다 바라보는 것이  나의 작은 기쁨이었는데

그걸.. 정성스레 꽂아 놓고 설레는 맘으로 바라보던 나의 기쁨을

말도 없이 가져가 버리다니..

 

남편의 인상에 말도 못하고..  상을 치운다

손님들이 문을 닫고 멀어져 간다

상을 치우며 속에서 끓어 오르는 분노를 참다 못해  나는 욕을 했다

 

나쁜 지지배 .. 지가 이쁘면 키우는 사람도 이쁜데

왜 남에 것을 그렇게 함부로 가져가냐고..

남편은 대꾸도 없다

나는 아직도 화가 가라앉지를 않는다.

나쁜 년...

화초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남에 것을 탐내지는  않으리라..

 

설거지를 내다 놓으며 탕탕 화풀이를 해댄다

말도 하기 싫다.

 

남편은 저거 다시 잘라 놓으면 되지 않냐고 말한다

물론 되지만.. 난 처음 호기심으로 잘라 뿌리내린

손님이 가져 간 그 나무가 더 좋다

속으로만 소리칠뿐.. 그이 성격에 말도 못하고.. 화가 치민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바람 쐬며 걸어오고 싶지만 그 또한 또 욕먹을 짓이라 말도 못하고 온다

그 미친 년 때문에  화딱지도  못내고 집으로 오는 내 맘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다

내가 봤으면 절대로 주지  않는다

술을 먹으면 곱게 먹을 것이지 남이 기르는 귀한 것을 함부로

들고 가다니.......

 

차를 타고 오면서 마음을 삭힌다

그래.. 난 아침에도 들에 핀 들꽃을  훔쳤지

나도 마찬가지 미치고 나쁜년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