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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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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가 남긴 흉터


BY 김효숙 2009-03-06

추운 겨울날이었다
학교에 다녀 온 나는 동생과 화롯불을 쬐고 있었는데
갑자기 문 밖에서 웅성웅성 소리가 났다
동네 쫄망구들은 다 데리고 와서
 \" 야  효숙이 나와! 하면서 큰소리 치는 아이는
우리 동네에 유일한 동급생  친구였다

마음이 약한 나는 부들부들 떨다가 맨발로 뛰어나와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동네 아이들은 자기한테 모두 대장님 소리를 하는데
왜 넌 하지 않느냐면서
 내 머리채를 휘어잡는게 아닌가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머리를  휘어잡히다 어찌나 아픈지 나도 같이 머리를 잡았다
싸움이라곤 해보질 않아서 어떻게 싸우는지도  몰랐다

이 친구는 휘이익 나를 돌리더니 내 머리카락을 확 잡아채는 순간
그 친구 손에는 내 머리카락이 한줌이나 뽑혀 있었다
얼얼 거리는 귀밑 내 머리를 만져보니 동전 크기만한 흉터가 남았다
모두가 돌아간 후 난 엉엉 울었다
아버지도 4살때 돌아가셔셔 안계신 나는 늘 힘이 없었다
엄마는 맨날 장사를 나가시니까 집에는 동생과 단둘이었다

학교를 가려면 십리길을  삼삼오오 짝을지어 산길을 걸어다녔는데
그 친구는 고구마 농사를 많이 지어 전날 쪄 놓은 고구마를 가방에 담아
하급생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고는 책가방을 그 애들에게  들고가게 했다
아이들은 그애 뒤에서 대장님 ! 대장님 ! 하고 쫓아갔는데
동급생인 나는 절대로 하기 싫었다
고구마도 못 얻어먹고 아이들 가는 맨 뒤에서  신작로 건너다 죽은 개구리가
나처럼 불쌍해 풀섶에 놔주고 마음속으로 난 이다음에
고구마를 많이 심는 집으로 시집갈거라고  꿈을 꾸었다

삼십년이 흐른 어느날 동창회에서 친구를 만났다 돌아오는 길
웃으며 지난 이야기들을 이야기했더니 친구는 평생 자기는 가해자라며 
말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후로 친구는 나와 우리 아이들에게 한없는 사랑을 주었다
월급을 타서 반 뚝 잘라 내가 힘들 때  식탁에 말없이 놓고 가기도 하고
어버이 날이면 엄마가 안계신 내가 가엾다고 꽃을 사들고 나에게 오는
고마운 친구이다
어느 날 병어 한 마리 냄비에 졸여 한시간이나 운전을 하며 전해주는
마음 따뜻한 친구이다
내가 아프면 제일 먼저 달려 와 가장 멋진 꽃다발로 위로를 해 주는 친구이다

나를 보면  마음 아파하며 격려해 주는 좋은 친구이다 

세상에 단 하나  힘든 맘 나눌 그런 친구가 있어 세상 살아 갈 힘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