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창문을 통해 보이는 야산을 물끄러미
보니 그래 입춘지나 우수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했듯이 잔뜩 내려앉은 잿빛 하늘이
눌러대던 찌부러진 미루나무 꼭대기의 까치집이
어느새 우뚝 솟아서 아함 기지개를 켜고 있다.
움추린 몸들을 풀어대는 우지직끈 소리들이
아직은 잿빛 숲속에서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창문 틈으로 살짝 들어온 도둑볕 한줄기가 나른한
내 얼굴로 손등으로 살살 더듬고 다니며 애로틱한
분위기를 막 연출하려는 찰나.
전화 벨이 울리고 난 발신인 이름을 들여다 보며
선뜩 전화를 받지 못하고 심호흡을 한다.
어쩌면 아마도 늘 기다리며 받고싶던 전화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전화를 받으니 할말이 없다.
혼자 있는걸 좋아하고 특히 전화수다는 더욱 사양하는
사람이긴 하지만 아!!할말이 태산인데....
풍요속 빈곤이라~~~~
\"벌써,하실말씀이 동나신 분이 뭘뭘 보고 싶다는 이야길
하십니까?\"
책망을 듣고 전화를 끊었지만 뭔가 많이 미안하고
부족해서 문자 하나를 넣었다.
\"발신인을 본 순간 가슴이 철렁 했습니다.
가슴이 철렁한 이유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 후 도착한 답
\"
\"
\"
\" 가슴이 철렁한 이유는, 본인은 아니라고 박박 우기시겠지만
그 민망한 나이에 처진 가슴과 뱃살 때문이지요\"
헉~~~오십이 다된 여자는 어휘 선택도 잘해야 한다.
봄만되면 도지는 그 병?때문에 자칫 민망한 고백이
되고 말았을 수도 있는 망발을 재치있게 받아 넘겨준
분께 고마움과 민망한 웃음을 담아 답신을 띄운다.
참새는 죽어도 짹이라고 그래도 기어이 한마디 한다.
\" 자신의 기준으로 남을 평가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지요
아직 전 초콜렛 복근 네쪽은 나옵니다.\"
파릇파릇 새싹이 돋는 봄은 성큼거리고 온다.
쳐진 가슴과 쳐진 뱃살이 더이상 주책을 안부리고
봄을 잘 나야 할텐데......
걱정이다.
잘못까불면 난 남편한태 한방 부르스가 될텐데....
여보야 남편아 봄에는 말이지 내가 조금 아주조금 주책을
부려도 그놈의 계절 병이려니 생각하고 나좀 봐주면
안되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