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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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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에 할 외출 명...정기검진.


BY 그대향기 2009-02-17

이번 주 목요일.

남편은 정기검진을 간다.

부산 백병원.

벌써 16년이나 지난 일인데도 정기검진이 있는 날이면

가슴이 철~~렁.

그 까맣던 밤들...

그 하얗던 날들...

세 어린 아이들의 말똥말똥한 눈동자.

막 돌 지난 막내의 아장걸음이 눈물겨웠고

이러다 이 사람 아주 가 버리면...

못다한 우리들의 사랑의 말들은 어떻게 하고...

우리가 해 줄거라 여기며 미뤘던 여러가지 약속은 어떻게 하고...

 

친정으로 하던 공중전화 부스에서 울던 그 밤이

벌써 16 년 이란 세월이 흐른 옛 이야기네.~`

남들만큼 살아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갑상선암이 무슨 암인가요?

가장 양반 암이니 걱정마세요....

담당의사의 하나님 같이 들리던 그 목소리.

정말 남편은 씩씩하게 이겨냈고

지금은 그 전보다 더...절실하게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우린 하루하루가 늘 아쉽다.

그런 큰 아픔을 겪은 후라 더더욱.

 

언제 불러가실지 아무도 모르는 이 세상의 일.

누가 뭐래도 우린 사랑하기에도 바쁘다.

아쉽고 모자라는 시간이다.

죽음과 맞 바꾼 사랑인데 어찌 배신을 때리냐고....

남편은 6 시간의 길고 긴~`수술을 마치고

얼굴은 퉁퉁 붓고 입술이며 목에 핏자욱이 선명한 체로

수술실 문 을 나서는 순간

내 이름을 부르며..숙아~~숙아~~사랑한다...사랑한다....

뽀뽀...어딨어..뽀뽀 좀....그러면서 눈물 범벅된 나하고 감격의 뽀뽀를.

마취에서 아직 덜 깨어난 몽롱한 남편이 오로지 내 이름만 부르던 그 날.

소독냄새 물씬한 피묻은 그 입술에 감격의 뽀뽀를 해 보지 못한 사람은

우리의 사랑을 논 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ㅋㅋㅋ

너무 이른 호출은 수술이 잘못된거라는

같은 방 환우들의 그 말이 얼마나 무서웠는지를....

수술방이 여럿 붙어있던 그 복도의 긴장감이란....

보호자를 부르던 간호사언니의 목소리가 천국과 지옥의 엇갈림.

누가 아랴.....

어린 세 아이를 두고 젊으디 젊은 남편을 수술방에 밀어 넣던 아내의 마음을.

경험자만이 그 아픔을 안다.

그 가슴 미어지는 문 닫히는 소리..스르륵..덜컹~~

 

소변이 마려워도 화장실에 못가고

배는 고픈지 만지....

오로지 눈은 수술방 문 앞에 붙박혀 있고

젖먹이 어린 아들의 울음소리도 들리는 듯 환청에 머리 돌리고

씨익~~웃는 얼굴로 수술방에 들어가면서 하던 말.

미안해요..당신한테 못할 일을 시키고...

나 살아 나오면 당신위해 일평생 사랑하며 살께.

고생시켜서 정말 미안해...

내 생에 가장 큰 기쁨이고 잘한 선택은 당신을 얻은거야.

잘 견디고 나올께.

사랑한다 숙아.....

그 말만 그 마지막 같았던 말만 되뇌이고 되뇌이고...

제발 살아만 나와달라고.

내가 세 아이 업고 걸리며 뭘 하든지간에

먹여살리겠노라던 당찬 맹세도 했었다.

불구가 .... 목이 삐뚜름해질 수도 있다던 담당의사의 말에

목숨에만 지장이 없는거라면 수술을 해 달라며 메달리던 철부지 아내.

목도 똑바로..얼굴도 원판 그대로..나와줬다.

고맙고 감사하고 사랑스런 남편.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모든 걸 이겨내고

사랑은 영원토록 변함없는 것.

우리는 그러기를 바라며 산다.

누군들 안 그러랴만.

매 순간순간이 우리에게 최후의 순간인양.

어제나 오늘이나 내일에도

우리의 선택은 ...우리가 걷는 이 길이

우리가 하는 최고의 선택이기를 바란다.

이번 정기검진에도 별 이상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홀로 독방에서 동위원소 치료를 하는 외로운 투쟁이 없기를..

지금까지도 지켜주심 감사하면서 앞으로도 남들 사는 만큼만

호호파파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도록 함께 누리길...

아침에 동이 트는 감격도

저녁에 노을이 지는 황혼도 같이 느끼는 우리가 되길.

사는 날 동안 서로에게 더욱 깊어지는 사랑을 하면서

아이들이 훗날 기억하는 엄마아빠의 사랑은

아낌없이 주는 사랑이었다고 기억되고 싶다.

아이들도 그러길 바란다.

서로에게 후회없이 주는 사랑이길.

사랑받기보다는 주는 사랑이 더 행복하다는 걸 알아가길.

 

사랑은

때로는 눈물 한바가지씩을 삼키게 하더라도

피묻은 입맞춤을 하더라도

서로에게 목숨까지도 내 줄만큼의

간절함과 그리움이다.

 

사랑은

언제 어느 때에라도

어디에 있건

무엇을 하건

나는 그에게

그는 나에게

그 시간이 가장 소중함으로 남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