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전 길거리를 걸어가는데 담벼락에 붙어있는 종이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 종이에 쓰여진 내용이라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내용이다.

   주부들을 상대로 하는 아르바이트였는데 우유 배달원을 모집한다는

   모 우유 대리점 이름으로 붙여진 아르바이트 종이였다.

   10년전 내가 살던 동네 벽보에도 우유 배달을 권하는 아르바이트 종이 하나가

   바람에 날리면서 쓸쓸히 붙어 있었다.

   내가 사는 동네안에 있는 구역안에서 배달을 하는데 새벽에 나가서 아침까지

   몇개의 우유를 배달하는지 몰라도 우유 배달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전화를 해보니까 남자가 아닌 여자만 모집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때 10년전이면 내가 한참 만성 신부전 때문에 일 하나도 못하던

   시절이였는데 하루는 벼룩시장을 찾아서 살펴보니 눈에 보이는 광고 하나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과자업계로 유명한 회사에서 모처럼 아파트를 건설하는데

   전단지를 배달하는 아르바이트 배달할 사람들을 구하는 모집 광고였다.

   그런데 전단지를 배달하는 모델 하우스가 있는 장소는

   집에서 1시간 넘게 떨어진 집하고는 정 반대 방향에 위치하는 동네였다.

   그리고 내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동네였는데

   그래도 아르바이트 한 번 하고 싶다는 마음에 버스를 1시간동안 타고

   추운날 찾아갔는데 첫날 늦었다고 다음날 다시 오라는 모델 하우스

   소장님의 말씀에 다음날 다시 가방 하나를 가지고 갔는데

   1000부나 되는 전단지를 가방속에 넣고 몇명과 주택가에서 전단지를

   몇개씩 돌리는데 첫날이라 그런지 너무 힘들었다.

   그러나 하루 하루 아르바이트를 할수록 요령이 붙어가는데

   추운 겨울철이다 보니 강변쪽에 있는 아파트에 들어가서 할때는

   추위와 싸우면서 다람쥐가 옥상을 뛰듯이 열심히 했다.

   하루 2만원의 일당을 지급하는데 이주일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다보니

   많은 돈이 지갑속에 모이게 되었다.

 

   가끔 시간이나면 같이 다니는 내 또래의 직원과 커피도 마시면서

   일을 쉬엄쉬엄 할때도 있었지만 요령을 피우지 않고

   열심히 하다보니 직원의 마음에 들었다.

   10년전 내가 했던 그 아르바이트가 처음이였는데

   내가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이유는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닌

   만성 신부전으로 살아가다보니 매일 같이 집에있고

   너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것이 정말 싫었다.

   사람으로 태어나고 남자로 태어났으면 일을 해야 하고

   시간이 흘러가면 가정을 시회를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미래를 개척해야 하겠지만 몸이 좋지않다보니

   나에게 미래란 어떤 의미인지 생각까지 해보았던 그런 시절이였다.

 

   내가 아르바이트를 했던 이유라면,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이름없이 살아가는 것 보다는 나도 이런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진정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