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개월마다 한 번 있는 병원 정기 검진이 있는 날이었다.
지난 연말 마음이 쓸때없이 부산하고 어수선하여 병원 진료 예약일까지 기억하지 못하고 놓쳐버려
다시 예약을 잡고 진료 예약일에 앞서 사전 검사가 있는 날이어서 오늘 오전 근무는 못하고 오후 근무에
당일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진행하느라 무척이나 쫓기듯 분주했던 하루였다.
식전 채혈과 식후 채혈사이에 2시간 여백이 있어 그간 미뤄왔던 은행 일까지 보게 되었는데
매년 새해 1월이면 습관처럼 마음속에 풍요로운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멋진 미지의 나라로 여행을
꿈꾸며 여행 적금을 부어왔었다.
그간 내가 가입한 상품은 지루하지 않은 단기 1년 은행 적금이었는데
매월 자동으로 이체되어 쌓여가는 적금 통장을 바라보면서 막상 나를 위한 먼 나라로의 꿈의 여행은
사정상 그간 단 한 번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였지만 일이 힘들 때 마다 만기가 다가오는 통장을 바라보면
왜 그리도 행복하던지...
오늘 1월 15일 1년 만기 12개월을 채워 적금을 타러 가는데 왼쪽 팔은 병원에서 채혈 후 꼭 누른 거즈로
불편했어도 왜 그렇게 신이 나던지 저절로 씩씩해진 발걸음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나만의 여행을 목표로 부어왔던 적금을 그간 이번만이 아니고 여러 번 타오면서 매번 실천에 옮기지
못하였던 이유는 적금 타는 1월 바로 다음 달은 늘 아이들 둘의 대학 등록금이 거금으로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많게는 천만 원 가까운 두 아이 등록금을 어렵게 마련하고 나면 부모로 어미로 자부심도 있었지만
너무도 힘들게 마련한 등록금이었기에 남몰래 눈물도 찔끔거리고 팔자 타령과 신세 한탄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부터 예쁜 딸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서 등록금 부담도 덜어졌고
일정부분 생활비에 보탬도 주게 되자 최근 1년 사이 내 어깨에 짐도 많이 가벼워졌고 게다가
아들아이가 졸업 전 취업 준비로 휴학하면서 잠시 큰 지출에서 해방되어 주춤하게 되었다.
얼마 전 직장에서 전체 직원 공지 중에 센터장이 하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여러분의 수고를 보상받는 오늘은 급여 날입니다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그래도 일정 부분은 본인을 위한
나 자신을 위한 지출도 보람있게 꼭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그래 맞아 그간 나는 나를 위하여 무엇을 했을까?
서유럽, 동유럽, 아프리카,미국의 디즈니를 상상 속에 그려보면서 실천에 옮기지도 못할 여행 적금을
매월 적립해가면서 꿈이 없는 인생은 창문이 없는 집과 같다는 명언처럼 늘 꿈을 적립해 가면서
나는 나를 위하여 무엇을 했는지...
친절한 은행 창구 직원의 숙달된 일 처리로 신속하게 만기된 적금을 찾고 새로 또다시
2010년에 만기 될 새 적금 상품에 아니 나의 꿈과 희망 상품에
가입을 하고 은행문을 나서면서 힘든 나날이지만 보람이 잠시 눈에 보이는 순간이었다.
아~~~~~
점점 시력이 나빠져서 글 한 편 올리는 일도 전 같지 않고
글 쓰는 중간 중간 여러 번 눈을 찡그린 나를 바라다 보니 이제는 늘 뒤로만 미루던 일들은
계속 미룰 것이 아니라 실천에 옮겨가면서 나의 중년을 나름대로 아름답게 가꿔나가고 싶다.
내 인생은 나의 것
이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