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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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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겨울에 죽는다면


BY 정자 2008-12-20

이런 한 겨울에 돌아가시는 어르신들 참 많다.

나도 언젠가 죽을 팔자다.

그래서 미리 써보는 유언이 몇 편 있었는데.

 

옛날에 쓴 유언을 보니

너무 어렵고 추상적이다. 아마 넘 젊어서 그런건가.

나죽으면 멋있는 나무 밑에 묻어줘요.

바람불면 기억해줘요.

제삿날엔 내가 좋아하는 칼국수를 끓여요.

 

또 해 바껴서 몇 년 지난 후 쓴 글을보니

뭔가 단단히 골이 났나보다.

\" 장례식도 장례예식장에서 간단하게 처리 할 것!\"

이게 다다.

 

나중에 울 아들보면 도대체 어느 유언을 따라야 하나 고민이 될까 싶어서

창피하지만 싸그리 삭제했다.

 

그런데 낼 모레가 또 연말이다.

살기 바쁘다 바뻐 아무리 떠든다고 해도 시간이 미친 말 뛰는 거랑 같다.

연말만 되면 누구에게 연하장 보내듯이 또 미리쓰는 유언장을 습관처럼 쓴다.

근디 이거 뭐라고 써야 되나.

 

고상하고 남들 봐도 캬야~~~ 그려 유언장은 이렇게 써야 되는겨..이런 기대는 이미

물 건너갔다.

나 죽는데 누가 상관하고 말고 그런 게 문제가 아니다.

어찌됐든 연말정산하듯이 새금공제하듯이 넣다 빼다 하는 삶의 무게를 재는 저울과 같은 것인데.

 

싱숭생숭해서 여기저기 뉴스를 헤짚어 보니

국회에선 치고받고 무슨 격투기 선수연습하나?

부동산란에 보니 집값하락이 반토막이라는 데..

갑자기 고등어 반토막 내서 냉장고에 넣어둔게 언제였더라?

생각이 삼천포로 또 뒹굴어간다.

 

2008년을 보내는 건지, 잘 지낸건지 . 잘 산건지.

대한민국의 아줌마로서 당당하게 미리 사후를 예견하는 유언을 쓸까?

 

요즘의 싯가를 따져 분석해서

\" 아들아 ! 요즘 부동산경기가 반토막이라네.

그러니 땅많은 거지들을 불쌍히 여기고

될 수있음 현금을 잘 보관하거라!!! 헤헤!!\"

 

이렇게 쓰면 너무 현실적이고 속물엄마로 보일까. 

그러거나 말거나 난 언젠가 죽을 거 확실하다.

뭐든지 미리 준비해야 마음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