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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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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푸근한 늦가을 공원에서


BY 그대향기 2008-12-02

 

 

오늘은 2 주에 한번 쉬는 휴일.

일부러 무슨 볼일을 안 만들고 두주째 들어가는 노인요양보호사 교육이 저녁반이라

교육원 근처 공원에서 한가하게 저무는 늦가을의 푸근한 햇살을 받으며 벤취에 앉아서

호수에 떠 다니는 물오리떼의 재롱도 보고 잉어들한테 먹이도 주면서 보냈다.

작고 앙증스런 새끼물오리들이 물장구를 치면서 작은 몸둥이를 요리조리 움직이는 모습도

이뻤지만 , 처음 물구멍에 입수하면 그 자리에서 나오겠거니~하고 기다리고 있으면

웬걸? 저 쪽 한참이나 더 진행된 방향의 물이 솟구치는가 싶으면 고 작고 이쁜 주둥이가

먼저 쏘옥 올라오고 몸에 올라 앉은 물방울 푸드득....떨치는 작은 물오리가 올라오는게

얼마나 재밌고 이쁜지 한참을 바라봤다.

 

1000원을 주고 산 잉어밥으로 엄청난 잉어떼들에게 한참 간식시간을 만들어 주는데

너무 많은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로 온통 비만 잉어들이 느릿한 몸동작으로 흐느적...흐느적...

얼마나들 먹었는지 몸통이 아이만한 잉어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먹이도 별로 안 반가운지 그저 커다란 몸뚱이나 보고 가슈~~하는 듯 수면 가까운 곳까지

올라 왔다가는 다시 수면 아래로 서서히... 유유히...사라지곤 했다.

몇년이나 그 호수에 살았는지 어마어마한 몸통은 수십명이 먹어도 남을 듯.ㅎㅎㅎ

뾱..뾱.....뾱....

물소릴 내면서 먹이를 채 가는 잉어들은 아직 덜 자란 잉어들.

큰 잉어들도 작은 잉어들이 자기네 머리통을 까뭉개고 넘어가고 등을 타고 넘어가도

아무런 야단도 ,눈치도 안주고 가만 양보하고 바라만 본다.

그래.....많이 먹고 너희들도 이만큼 자라거라~`

꼭 그러는 것 처럼 영감같은 큰 잉어들.

 

 

파릇했을 잔디는 금잔디로 바뀌었고 그 잔디는 엄마랑 놀러나온 걸음마 꼬맹이들의

잔치마당.

젊디젊은 햇엄마들의 햇꼬맹이들이 하나..두울..세엣....아휴~~많기도 해라.ㅎㅎㅎ

고만고만한 햇엄마들이 유모차에 태우고, 꼬물거리는 아기 손을 잡고, 포대기로 안고......

햇살 푸근한 늦가을을 만끽하려는 듯 아장아장 꼬맹이들을 온통 잔치마당처럼

많이 데리고들 나왔다.

필수품처럼 챙겨 온 디카로 자신들의 아기를 찍기 바빴지만

정작 꼬마 모델들은 엄마랑은 아랑곳 않고 저 걸음데로 게걸음을 걷는다.

 \"아가야~~이리 이리 좀 봐~엄마야~~깍꿍~~자..자..여기 여기~~\"

엄마가 아무리 딸랑이를 흔들고 과자를 들이대도 아장걸음으로 어딜 가는지......

꼬맹이들은 꼬마요정들처럼 어쩜 하나같이 이쁘고 고운지.

옷도 다들 천사들한테나 어울릴 듯한 날개도 달리고 색도 굽디고운 옷들이다.

많아야 둘이고 아니면 하나 정도로 제한적 출산을 하다보니 애기들한테 쏟는

젊은 엄마들의 정성은 경쟁적이다 못해 더 못해 줘서 안달일 지경이다.

더 이쁘게 더 특별나게....

요즘 유아용품 가격이 성인복보다 비싸다던가?

물론 일부 명품들이겠지만 어디 애기 낳은 집에 선물을 할래도 주저되는 형편이다.

너무 쳐지는 선물이지나 않을까?

결례가 되지는 않을까?

그래서 아예 금반지로 통일하다시피 한다.

그것도 한돈에서 반돈으로 하향조절한지도 오래 되었지만...ㅎㅎㅎ

 

한쪽에서는 운동하는 아줌마들인지 운동화차림으로 빨리빨리 걸으면서 팔도 열심히

흔들고 저만치에서는 남자들도 운동화차림으로 두서너 사람씩 걷는 모습이 보인다.

벌써 호숫가를 여러바퀴 째 돌고 있는 아가씨도 보이고 가볍게 뛰는 사람, 자전거로 또는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천천히 몸을 흔들며 걷는 청소년까지, 다양한 운동객들이 보인다.

도시 한 복판에 이런 호수공원이 있다는게 참 신선하다.

공원 옆 아파트 주민들은 특혜를 받는 셈이다.

문만 열고 나오면 호수공원이 있고 산책로며 운동시설도 다 갖춰져 있으니.

본인만 부지런하면 건강관리는 아주 잘 될 것 같다.

요는 본인의 의지겠지만서두...ㅎㅎㅎ

저 먼 잔디에서는 할아버지와 손주의 공놀이도 보이는 평화로운 호수공원.

작은 아이들의 까르륵...할아버지의 허허허....참 행복한 웃음소리가 늦가을 햇살에 익는다.

 

 

공원에서 작고 이쁜 꼬맹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우리 애들 어릴 때도 생각나고

큰 딸이 언제쯤 엄마가 되어 저런 아기천사들을 안고 돌아올려나~기대도 된다.

큰 딸은 첫 아기라서 귀했었고 둘째는 워낙에 개성이 강하게 태어나서 이뻤고

막내둥이는 아들이라서 순하디 순한 순둥이라서 이뻤던 기억이 나 입가에 미소가,

행복한 미소가 떠 올랐다.

아무것도 모르고 키웠던 큰 딸이 벌써 엄마가 될 자리에 앉아 있다니..

아직은 공부를 해야하고 타국의 생활에 적응하느라 엄마를 잠깐 더 있다가 한다지만

조만간에 엄마가 되겠지.

큰 딸을 낳고 가장 섭섭했던 건 딸이어서 섭섭했던게 아니라 엄마처럼 이 고통을

전수해야하고 또 가정을 위해서는 스스로를 잘 묻었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이 땅의

여자로 살아야 하는 피하지 못할 현실이 섭섭했었다.

사람은 태아나기를 남자와 여자로 태어나는게 아니라 남자는 남자로 태어나

 남자로 살아지만 여자는 여자로 길러진다고 누군가가 말을 했다.

사람으로 살아가게 되는게 아니라 여자로 길러진다는 것.

사람은 사람이지만 많은 부분에서 제약을 받고 어길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여자여야만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었다.

어쩔 수 없는 여자가 갖는 현실 앞에 그렇게 섭섭했었다.

지금은 많이 완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우리도 어쩌지 못하는 벽은 분명 존재한다.

아주 극소수의 여자들만이 그 벽을 허무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그 벽은 엄연히....

 

요즘 노인요양사교육을 받으러 남편하고 밤 늦게 야간데이트를 하면서 왕복 두시간을

다니는데 낮의 일이 많은 날은 운전하는 남편 옆에서 차에서 자기도 하고 즐겁다.

난 멀미가 달리 멀미가 아니고 차만 타면 그렇게 졸리울 수가 없다.

운전하는 사람 옆에서 자면 운전자도 졸립다는데 난 못 참는다.

커브길이라도 좀 많은 도로에서는 더 자야하고.

아예 차만 타면 자니까 남편은 일찌감치 자란다.ㅎㅎㅎ

그러다가 정 지치고 남편도 졸리우면 깨운다.

노래를 부르던지 재밌는 이야기라도 좀 하라고......

그러면 그물그물한 눈을 뜨고 신청곡을 받기도 하고 내 애창곡 두어 곡을 부르곤

또 자야한다.

눈을 뜨고 있으면 어질어질~~~~~

애들이라도 같이 타고 있으면 끝말 잇기라도 한다지만.

남편하고 고사성어 , 사물이름대기, 짐승이름, 차이름....

별별 놀이를 다 해 봐도 멀미는 안 가라 앉는다.

그럼 자야하고 한참을 정신없이 자다보면 우리집 앞 턱을 지나는 덜컥~소리에 잠이 깬다.

오늘도 남편하고 교육을 받고 돌아왔고 한 동안 야간 데이트는 주...욱 이어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