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식당을 하나 하면서 생각이 많다.
메뉴는 어떻게 만들까, 간판은 어떻게 해야 할까, 서비스는 어떤 형태가 좋을까, 실내장식은...등등.
두번째 식당을 열고 싶은 곳은 고속도로 두 개가 만나는 곳이다.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 미국에는 하늘 높이 솟은 간판이 많기도 하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 안에서도 볼 수 있도록 고안되어 크기도 하고 높기도 하다.
빌보드라고 하던가, 입간판 이라고 하던가, 무식한 난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다.
암튼 그 간판이 내가 식당을 열고 싶은 곳에도 있다.
요즘 오고 가는 길 가에 하늘 높이 서 있는 간판만 보고 다닌다.
글자 모양은 어떤 것이 좋을까, 색깔은 어떤 것이 눈에 띄나...
간판만 보고 우리가 파는 음식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손님이 뜸한 시간에는 종이에 간판을 그려보기도 한다.
Koriente, k는 큼직한 글씨로 조금 특이한 글자체가 좋겠지.
일단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할테니까...
o는 태양을 형상화 해볼까...밝고 환하게 태양처럼 세상을 밝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가꾸는 꽃과 나무는 태양이 없으면 자랄 수도 없는데... 식물이 자라지 못하면 결국 인간도 살 수 없지.
r은 새싹을 형상화하면 좋겠다.
새싹은 희망이지.
난 사람들에게 희망를 주고 싶어.
우리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도 우리 식당에 오는 사람도...
i는 꽃 모양으로 하고 싶다.
꽃밭을 자꾸자꾸 만들어 세상을 꽃과 나무로 덮는 것이 내가 식당을 하는 이유라고 떠벌이는데 꽃이 없으면 안되지.
e는 그냥 평범한게 좋겠다.
하나쯤은 그냥 평범해서 균형을 잡아줄 필요도 있을꺼야.
너무 정신 없으면 보는 사람들이 뭐가 뭔지 모를지도 몰라.
n은 새모양, t는 나비 모양처럼 만들면 어떨까.
꽃밭에는 새와 나비가 빠지면 안되잖아.
마지막 e는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뭐 좋은 생각이 없을까...
아, 달팽이 모양은 어떨까...귀엽기도 하고, 꽃밭에 수없이 많기도 하고...
좀 그렇긴 하지만 달팽이 요리를 먹는 사람도 있다잖아.
내 생각을 그림으로 그려서 보여주니 제니퍼가 너무 정신이 없단다.
맞는 말이다.
날더러 둘러 붙이고 변명하는데 선수라고 울남편이 그러는데 이번에도 내겐 나름의 이유가 있다.
우선 태양, 새싹, 꽃, 새, 나비, 달팽이는 내가 좋아하는 정원을 상징할 수 있어 좋다.
그걸보면 사람들이 정원을 연상할 거고 그것이 곧 내가 형성하고 싶은 우리 식당의 이미지이기도 하잖아.
식당과 정원이라... 내가 팔고 싶은 자연식, 건강식과 우리 식당 이름을 연결하는데 도움이 될꺼야.
또 하나, 간판을 처음 보고 사람들이 저게 뭐지 할꺼야. 쉽게 읽히지 않으니까.
하지만 곧 알겠지. koriente하고, 그리 어렵지도 않으니까.
그게 일초나 이초쯤 걸리겠지. 그럼 성공이야.
수 많은 간판 중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잠시 더 머물러 생각하게 해 준다면 얼마나 좋아.
어떤 사람은 일부러 사람들 뇌리에 각인시키기 위해 네가티브 선전도 한다는데...
파지티브하고 뇌리에 머물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게 어디 있어.
아, 생각이 많다.
어떻게 하면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을 우리 식당으로 유인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