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 남편 영양실조 걸리면 넌 좋냐?\"
\" 아니~~\" 나는 별로 심각하지 않게 대답을 한다.
\" 근디 반찬이 왜 노상 부실혀?\"남편은 고성방가로 눈도 부리부리하게 뜬다.
\" 돈만 줘? 까짓거 그런 건 금방 해결 혀!\"
내가 어디서 집어오냐? 얻어오냐? 누굴 걸 훔쳐다 반찬을 해주냐? 다 그 돈만 주면 덤으로도 막 집어주더라!
후후..이건 신혼 때 싸우면서 다툰 대화다.
결혼 한지 이 십년을 바라본 요즘은 이렇게 싸운다.
\" 요즘 새우젓이 젤 맛있게 익는 디..\" 남편이 말끝이 흐리다.
나는 속으로 그런디? 뭘 어쩌라고?
\" 조개젓이 갑자기 먹고싶다!\" 남편이 그러면
나는 속으로 먹고싶은 사람이 사오던지 어디서 얻어 오든지 자기 맘데로 하던가 ? 말던가?
말 없는 싸움은 별 시끄럽지 않다.
남편은 나의 묵묵부답으로 이미 알아듣는다.
꼬깃꼬깃 주머니에서 돈 삼 만원 준다.
\" 고등어도 꽁치도 사와라? 또 삥치지말고?\"
\" 그럴 것 없어? 뭘 다 걱정하구 준다구 애쓰지말고 직접 가서 사오셔유? 거기다가 보탤 돈은 난 없어유?\'
머뭇머뭇하더니 또 다른 주머니에서 이 만원이 나온다. 비상금이란다. 누가 물어봤나?
남편은 술값은 펑펑 나가도 반찬값은 그냥 주면 돈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없이 생각한다.
이제야 터득한 남편들의 세계인데, 시시하고 소소한 지출은 돈으로 내보내는 것이 가장 아깝게 생각하는 경향이 진하다.
그래서 나도 그 시시한 생각들에 대한 반항을 했다.
반찬이 떨어져서 상에 놓은 반찬이 없을 때 까지 버틴다.
진짜 김치 한가지에 밥 한공기놓고 먹기도 했는 데
그럴 때 마다 길길히 남편을 무시한다고 성화다.
나는 처음에 그 성화통에 부랴부랴 오늘은 무슨반찬을 할까 몰리는 궁리도 했었는 데.
나중엔 이판사판 개판이다, 빚내가면서 체면치레로 늘비하게 차려지는 밥상때문에 우리집 빛구덩이로 몰리기 딱 맞춤이다.
될 수 있슴 근처 텃밭에 자주 들락날락하고, 남편도 아내인 내가 하도 안해주니 자구책인지 본인이 스스로 부식거리를 구해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반찬값은 담배값보다 더 하찮게 여전히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누구와 사는동안 나도 많은 것을 변화되고 바뀌고 닮아가는 모양이다.
\" 그니께 고등어 한 손에 오 천원, 꽁치는 네 마리에 삼 천원이래 ! 근디 자기 담배 한 갑은 이천 오백원이구?\"
나도 푸른지폐 만원 한 장들고 콩콩히 따지니까
\" 알았어 알았어! 얼마 더주면 되는 거여?\"남편이 신경질낸다.
\" 누가 더 달래? 먹을 사람이 직접 시장가서 사오라구? 또 돈 줬다구 생색이나 내지말고?\"
내가 아직 이혼을 고려 중인 것은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대화로 소통할 수 있게 한 그 세월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직 나는 시집과의 원만한 대화를 하지 못하는 큰며느리다. 아마 대화가 될 때까지 아직 이혼은 보류다.
비록 오래 걸릴 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