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한데 나는 그 비숫한 수준의 급여로 아이들 대학 등록금도 마련하고 집 대출금 이자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정해진 날에 내면서 한 달이면 어김없이 날아드는 공과금도 성실하게 납부해
왔었다.
어디 그뿐인가?
보험도 상해보험 암보험 여성보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착실하게 미리미리 준비도 하였는데
그렇다면 어찌하여 고정적인 씀씀이가 만만하지 않았음에도 빚지지 않고 가정 경제를 그간
나름대로 튼실하게 이끌어 왔단 말인가?
화려했던 지난날은 모두 접어 버리고 출근하는 직장 여성이니 옷은 입어야 하는데 해결책은 바로
나보다 먼저 직장 생활을 해온 친정 언니의 덕분으로 해마다 계절이 바뀔 때 물려받아 입고
점심은 늘 달랑 한 가지 반찬에 밥 하나로 7년을 버티어 왔었다.
그간 사는 게 너무도 힘들어 나를 돌아볼 그런 여유가 없었기에 선택의 여지는 나에게 그저
사치로 다가올 뿐이었다.
시시 때때 과연 이런 구질 한 삶이 이다음 이 세상 훨훨~ 털고 먼 길 떠날 때 후회막급으로
떠오르게 될지도 모르지만 나로서는 그저 최선의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하면서 굳세게 힘든
세상 속을 헤쳐 가면서 소신 있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 좋아~~ 좋아~
나는 그래도 멋있어~~ 멋지다고~~스스로 강한 위로에 위로를 거듭해 왔었다.
그런데 요즘 물려받아 입던 유행 지난 옷에서 내 스타일을 찾아 칠 부 바지에 반짝이는 보석 장식이
화사하게 달린 윗옷을 장만하고 물론 그다지 큰 부담되는 지출은 결코 아니었지만 옷차림을
산뜻하게 바꾸고 직장에 출근을 하였다
와~~그런데 모두 바뀐 옷차림을 보더니 한 마디씩 건네는데
상당히 슬림해 보이네요 몇 년 세월을 거꾸로 돌린 것 같네요~~
하하~ 옷이 정말 날개인가보다~
사십대에는 화려하고 안정된 나의 중년이 나를 반갑게 마중하고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그간 나는 무엇을 하고 살았나 싶다.
요즘 나는 사는 게 너무 고달프고 힘이 든다.
물론 지난날 견뎌왔던 쓰라린 고통에 비하면 그 색깔이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막말로 돈 벌어 먹고 사는게 얼마나 힘들고 벅찬지
순간순간 머리는 양파 자루에 넣고 짜는 듯 찌릿 찌릿 아찔하다.
그렇다고 아직 대학 공부하는 졸업 전의 학생이 있으니 마음대로 때려치우고 맘 편하게 쉴 입장도
아니어서 그저 그냥 남 모르게 땅이 꺼져라 내 팔자야 탄식만 지천인 요즘이다.
푹푹 찌던 한 여름 무더위도 지나고 가을 언저리에서 찬 바람이 제법 선들 불어온다
오늘도 정말 징글징글하게 힘든 하루를 보냈다.
열심히 성실하게 근면하게 울고 싶은 마음은 꾹 누르고 책임감 하나로 버틴 하루였다.
저녁 퇴근길 아들아이를 불러 저녁을 함께 들면서 도란 도란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기만 하여도 배가 부른 내 아들
세상이 나의 중년을 나의 뜻과 다르게 본의 아니게 초라하게 만들어 구겨지게 하였어도
그래 든든한 나의 분신인 나의 아이들이 내 그늘 밑에서 나를 의지하여 l안주하고 있으니
이도 행복이라고 위안을 하고 싶다.
선선한 바람, 후덥지근 여름은 늘 곁에 있을 것 같더니 그도 다 한때라서 곧 처서가
코앞이니 추석도 멀지 않았겠지~~
몸도 마음도 지치고 힘든 요즘
그래도 나는 오늘도 최선에 최선을 다하여 열심히 또 하루를 보냈다.
이런 게 과연 최선을 다하는 것인지
제대로 사는 것인지 그것도 실은 잘 모르면서...
사는 게 뭔지~
찝찌름한 눈물은 주책없이...
아직도 나에게 흘릴 눈물이 남아 있었는지 아직도...
너무 힘들다 요즘 너무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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