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시간을 꼼짝도 않고 긴장속에 몸을 꼿꼿이 세우고 앉아있었다..
화장실도 갈 수가 없었다...양 옆으로 낯선 미국인들이 앉아있는데...
입 하나 뻥긋하지 못하고..아니 하도 긴장한 탓인지 화장실 갈 생각도 못했다...
지금이야 비행기탈때 제일 편한 옷을 입고 내 하고픈대로 다하고 편히 있지만.... 그 땐 비행길이 처음이고 신랑 만나러 미국간다니 당연히 정장으로 빼 입고...땀땀 삐질삐질 흘리며 꼼짝않고 있으니 옆의 미국인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봤을까...ㅎㅎㅎ
그렇게 13시간을 날아 엘에이 공항에 내리니 석달전 결혼한 신랑의 얼굴이 가물가물하다..
기다리고 있을까...혹시 못 알아보면 어떻게 하나...갑자기 밀려드는 두려움에 무거운 짐가방에 땀을 비 오듯 흘리며 겨우겨우 공항문을 나서니.... 제일 앞에서 기다리는 신랑의 얼굴이 보인다...다행이다...얼굴은 잊어버리지 않았네...그렇게 나의 미국 생활은 시작되었다....
차에 짐을 실고 나오며...개스스테이션에 들러 길에 선 멕시코 아이에게서 꽃을 한다발 사서 나에게 준다...그리곤 집으로 갈 생각을 않고 해안도로만을 계속 달리는데....갑자기 내가 속아서 온 건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피곤하니 집으로 가자했더니...선 듯 핸들을 돌리지 못한다...
그렇게 도착한 집은 엘에이 다운타운에 가까운 허름하고 삭막한 방 하나짜리 아파트였다...
가구 하나 없고 부엌엔 기웃둥한 냉장고... 안에는 갓김치 반병뿐..(지금도 난 그 때가 기억나 갓김치을 먹지 않는다)....20개짜리 균형이 맞지 않는 접시셑트..시트도 없는 침대...어디서 주워 온 듯한 2인용 쇼파....입을 열 수가 없었다...
누가 등 떠밀어 온 것도아니고... 내가 원해서 온 곳이니....누구를 탓할 수도...되돌아 갈 수도... 일단 왔으니 한번 견뎌보다 도저히 안되면 그냥 가자....가져온 비상금에서 서울가는 비행기 삯을 가방 깊숙한 곳에 숨겨두고...그렇게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처음엔 남편이 무슨일을 하는 지도 몰랐다...한국에서 맞선 볼때는 조경사업을 한다고 했는데..
매일 밤 10시쯤 나가 1-2시에 들어오고..밤에 나가지 못 한 날은 새벽에 해 뜨기도 전에 나갔다들어오고... 낮엔 꼬박 꼬박 또 일하러 나가고...
난 아파트에 갇혀서 오직 신랑 들어오기만을 기다리고...하루에도 열두번씩 유효기간이 지나지 않은 왕복으로 끊어온 비행기표만 바라보고....그렇게 6개월이 흐르니...비행기표의 유효기간이 지나버렸다...
그 당시엔 운전을 해야한다는 것도 몰랐고 영어를 배우러 가야하는 것도 몰랐다...
나중에 얘기지만 신랑도 은근히 두려웠던 것같았다...낯선곳에 일 단 사람은 데려다 놨는데....살다 되돌아 갈까봐 내심 많이 불안했던것같다 (나중에 들으니 그 아파트에도 그런 가정이있었다...여자가 한국으로 되돌아간....) 그래서 일부러 더 운전도 안 가르치고...밖으로 내 놓지를 않았던 것같다... 그 때 조금만 내 눈이일찍 뜨였더라면 지금 처럼 영어에 버벅대지도 않았고...또 지금보다는 더 일찍 기반을 닦고 일어설 수도 있었을 텐데...후회도 해보지만 이미 지나온 세월...
하나님의 뜻이 계셔서...그렇게 어두운 터널을 지나오고...지금은 모든 것 웃으며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니 항상 감사하고 감사하다...
남편은 나에게 그런다...처음 혼자 미국생활하다가 하나가 둘이되고 둘이 셋이되고..넷이될 수 있게 해주어 너무 고맙다고...그나마 다행인 건 남편은 성실하고 착한사람이다...
작년에 언니가 와서 그런다...가끔 생각하면 넌 운 이 좋은 아이라고...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외국으로 시집가 남편 손찌검에 도박에 술주정에 힘들어하는 얘기들이 얼마나 많으냐고...넌 다행히 신랑이 넘 착하고 성실하니 얼마나 복이냐고...
그 점에 대해선 나도 감사한다...사람때문에 힘들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친정식구들에게도 가까운 이웃에게도 하지 않은 나의 미국생활 초창기때의 일을 왜 여기서 시작하게 되었는 지 잘 모르겠지만...이젠 나도 내 마음을 내려놓아야할 것같다...
아픔도 상처도 행복도..기쁨도 모든 것 내려놓고... 이제는 오직 한 마음으로 살고싶다...
저도 오늘은 여기까지...
일하며 땡땡이를 너무 많이 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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