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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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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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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는 여자


BY 선물 2008-06-18

결혼 전까지 나는 부엌 일에 문외한이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직장생활을 했던 것도 한 이유가 되긴 할 것이다. 직장이 제법 먼 거리라 퇴근 후 집에만 오면 쉬고 싶은 맘 뿐이었다.
시집 갈 나이가 다 되도록 제대로 된 음식 하나 만들 줄 모르는 나를 엄마는 늘 걱정하였다. 하지만, 나는 태평하였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 음식을 못 배운 것보다 그토록 손 하나 까딱하지 않으며 엄마를 도와드리지 못한 안타까움이 더 진하다.

그러다가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스물 다섯 나이가 어렸던가, 나는 결혼에 대해 겁이 없었다.
결혼과 동시에 내 삶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다는 것도 모른 채 진지한 고민없이 그냥 사랑이라 여겼던 감정 하나만 믿고 덜컥 결혼을 했다.
준비되지 못한 결혼은 참 난감했다.
지금은 시부모님 모시고 산지 거의 이십 년이 다 되어가지만 결혼 초 얼마간은 따로 분가해서 살았다. 당시 여러가지 사정으로 친정어머니도 우리 집에 내왕하시기가 어려운 형편이었다.
때문에 나는 살림살에에 순 초보인 채로 홀로서기를 해야했다. 결혼을 얼마 앞둔 시점에 따로 요리학원을 다니기도 했지만 음식은 이론적인 배움 만으로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책을 보며 똑같이 했는데도 내가 한 음식은 흔히 말하는 그 맛이 아니었다.
친정어머니나 시어머님께도 전화로 도움을 청했지만 내가 한 음식엔 무언가 부족한 몇 프로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불조절이나 양조절에서 실패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남편은 음식에서 까탈스럽게 하진 않았다.
밥이 잘 되지 않아도, 반찬 간이 입에 맞지 않아도 잘 참아주었다.
앞으로 나아지겠지 하는 기대를 가졌던 건지도 모르겠다.

일을 잘 못하는 사람은 또 그런 팔자대로 자리 맞춰 시집 간다는 말도 있던데 내 경우는 그렇지가 않았다.
남편이 3대 독자라 일단 제사가 많고 또 위로 시누님이 네 분이라 집안 행사가 있으면 친지들까지 합쳐 이 삼십여 명 손님을 치러야 했다.
물론 이런저런 큰 일이 있으면 다들 도와주신다.
하지만, 내 책임 하에서 일을 치루어야 하는 부담감은 정말 만만치가 않았다.
음식장만을 할 때도 나름대로는 동동거리며 애를 쓰지만 내놓기에 좀 민망한 음식솜씨를 보일 때가 많았다.
하긴, 콩나물 삶는 법도 모르고 시집 온 처지에 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
괜히 애꿎은 친정어머니만 흉 잡힐까 전전긍긍했다.

그렇게 세월이 흘렀다.
1년 정도 분가 생활을 한 뒤 시댁과 합치게 되었다.
연세가 제법 많으신 어머니는 입맛이 고전적이시면서 단호하셨다.
냄새에도 유난히 민감하시고 한번 이 맛이 아니다 생각하시면 절대 드시질 않으셨다.
이런 시어머님을 모시는 며느리의 경우 결과가 대개 두가지로 나타나는 것 같다.
혹독한 단련으로 끝내 어머님의 미각을 사로잡고 요리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경우와 반대로 주눅이 들어 음식하는 것 자체에 흥미를 잃고 마는 경우이다.
내가 전자의 경우라면 참 좋았을 것이다.
집안은 늘 감미로운 향이 가득하고 식사시간마다 식구들의 혀는 호강하며 행복해 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후자에 가까웠다. 아무 것도 하기 싫었다.
내게 숨어 있는 잠자고 있는 요리소질이 있어 그걸 깨울 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면 단연 그것은 칭찬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어머님은 칭찬에 매우 인색하셨다.
음식 준비를 하고 있을 때나 음식 맛을 보실 때 칭찬하는 경우는 거의 찾기가 어려웠다. 나는 그것이 서운했다.
게다가 이미 살림에 고수가 되신 시누님들의 솜씨와 비교당하며 한 말씀 들을 때면 앞으로 잘해야지 하는 맘은 쏙 들어가고 다신 이 음식 안할 거야 하는 맘을 갖게 된다. 참 고약한 심보라고 생각되면서도 그렇게 맘이 꼬인다.
어떤 음식을 하면 어떤 따님 것이 맛있다 하시고 또 다른 음식은 다른 따님 것이 맛있다 하며 비교하시는 일이 반복되다보니 그렇게 의욕은 사라져가고 그냥저냥 매 끼니 무난하게 지나가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행여 듣기 거북한 말씀이라도 들을까 두려워 새로운 시도는 할 엄두도 못내고 늘 익숙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주 메뉴가 되었다. 때문에 우리 가족은 먹는 즐거움을 느끼기가 좀 어려운 가여운 신세가 되었다.
사실 같은 재료로도 머리 써 가며 산뜻하고 새로운 요리들을 만드는 여자들도 제법 많던데 그런 점에선 어느 정도 반성할 부분도 분명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도 일년 삼백육십오일 그래도 굶지 않고 꼬박꼬박 하루 세끼 밥차려내는 내가 대견스럽게 생각되기도 했다.

그러다 가끔 어머님이 진노하시기도 한다.
찬이 너무 부족해서 젓가락 갈 데가 달리 없는 끼니가 몇 번 반복되면 며느리가 말할 수 없이 괘씸하신 듯 했다.
그럴 때 식탁을 보면 기본적으로 찬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어머님의 까다로운 입맛 탓일 때도 더러 있다.
다른 식구들은 맛있게 먹는 것도 어머님 입맛에 조금 안 맞으면 그건 더 이상 반찬 구실을 못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내 탓이 큼을 알기에 더 이상은 변명이 될 것 같다.

어머님은 늘 하루종일 집에 계신다.
아버님도 그런 날이 제법 많다.
때로는 남편도 그런 날이 생긴다.
내가 아는 여자들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때 나는 무엇을 먹어야 하나로 고민해야 한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때는 또 그만큼 마음 고생을 해야한다. 그 맘이 결코 편치 못한 탓이다.
사실 똑같은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내 몸과 감정 상태는 주기적으로 굴곡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어떤 때는 좋은 마음과 의욕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 내가 조금만 몸을 부지런히 하고 손을 바삐 움직이면 식구들에게 행복한 식사시간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더러 그런 기특한 생각이 불타 오른다.
하지만, 의욕만 있고 대책이 없으면 공염불이 된다.
그래서 신문에서 소개한 요리블로그를 찾아보았다.
재료에서부터 방법까지 사진을 곁들여 세세하게 설명해 놓은 블로그이다.
그곳은 기대 이상으로 참 착한 블로그였다.
레시피대로 따라 하니 정말 쉽게 원하는 그 맛이 난다.
식구들은 맛있다 하기도 하고 새로운 맛에 즐거운 모양이다.
어렵지 않게 음식이 되니 누구보다 내가 신난다.
이젠 무슨 음식을 해 먹을까를 미리 정하고 장보러 갈 때 재료를 미리 준비한다.
어렵게 생각해서 시도할 엄두를 못냈던 음식들도 알고보니 할 만하다.
사실 내가 하는 부침개나 김밥, 된장찌개 등은 어머님도 인정하는 맛을 내지 않았던가.
어쩌면 나도 요리에 타고난 끼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터무니 없지만 그래도 혼자 기분 좋은 생각을 해보기도 한다.

또 다시 감정이 다운되고 몸이 힘들면 다시 만사가 귀찮아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변덕이 날 때는 나더라도 요즘 이렇게 뭔가 하려고 애쓰는 내가 훨씬 좋아보인다.
그 덕에 나도 잘 먹으면 좋으니까.

물론 새로은 시도가 늘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더러는 예전에 그냥 내 맘대로 하던 맛이 나은 음식도 있다.
그런데도 어머님은 요즘의 내가 조금은 더 맘에 드시는가 보다.
드러내놓고 칭찬 하시진 않으시지만 분위기가 그렇게 느껴진다.
누구나 자기 달란트가 따로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애쓰면 자기 달란트가 아닌 것도 조금씩 향상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어제는 깐풍기와 두부탕을 해서 식구들이 맛있게 먹었는데 오늘은 고추장볶음이란 호박두부찌개를 시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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