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삶인 고로 오랫만에 야외사생에 참여하게 되었다.
혹 알람소리에 깼다가 다시 잠드는 불상사가 없기를 취침 전에 기도까지 하고...
7시 알람소리에 깼으나 다시 붙으려는 눈을 억지로 부릅뜨고 일어나
느긋하게 아침식사도 하고 커피까지 한잔 마시고 집을 나섰다.
그런데 하필이면 자주 신지도 않던 하이힐을 골라 신을 게 뭐람?
신던 신발인데 뭐 별일 있겠는가 싶어 그냥 집을 나섰다.
집결지에 도착하여 커피와 함께 지선생님의 절편으로 출발부터 맛있게~~
갈담리는 강추한 선배님들의 말 그대로 아기자기하고 멋진 곳이었다.
갖가지 유실수들이 일행을 반긴다.
어리버리한 난 시작도 하기 전에 추선생님은 벌써 한점 쓰윽 완성하신다.
오늘은 기필코 전시대열에 끼어보리라 작심했지만 또 실패.
그래도 점심식사만큼은 가져간 겉절이와 함께 두공기나 해치웠다.
그래 밥이라도 잘 먹고 건강 유지해서 후일을 도모하자.
두시쯤 되자 미완성 그림을 일단 접고 대가 선배님들의 그림을 관람하러 다녔다.
같은 종이, 같은 물감이건만 난 도데체 뭔가?
식당께 삼년에 라면을 삶을 줄 알게 된다던데
나도 한 삼년쯤 지나면 흉내라도 낼 수 있으려나?
개꼬리 삼년 묻어 당황모 안 된다는 거 뻔히 알면서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는다.
출발시간은 멀었고 다시 화구를 펼치기는 싫고...
뾰족구두로 밤송이만 열심히 깠다.
내 신발을 걱정하시는 화우들이 몇분 계셨는데 그 때부터 발이 부은 건지
안 신던 동안 신발이 줄어든 건지 발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인어공주가 꼬리를 버리고 두 다리를 얻는 대신 걸을 때마다 살을 에이는 고통 속에 살았다더니
난 인어공주도 아니면서 그 고통을 고스란히 체험하고 말았다.
한발한발 디디는 일이 그야말로 고통 그 자체였다.
그렇게 시간을 죽이고 있는 중에 구원의 소리(컵라면 먹으러들 오세요).
제일 먼저 달려가 일단 가지고 간 보온병의 물로 커피를 타 마시고
물이 끓을 동안 라면에 스프 뿌리는 일을 거들었다.
으슬으슬한 날씨에 야외에서 먹는 컵라면 맛은 그야말로 짱이었다.
돌아오는 차에서는 유리창에 머리는 찧어가며 열심히 잤다(유리에 금 안 갔으려나?).
발은 점점 아파오고 고속터미널에서 버스로 갈아타기 위해 지하철역을 빠져나오니
사방에 널려 있는 게 신발이다. 그 중에 하나 골라 신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건만
집에 있는 그 많은 신발들이 눈에 아른거려 애써 외면하고 한가람문구 들리는 것도 생략한 채
정류장으로 향했다. 아무 신발이라도 하나 사 신을 걸 그랬다고 후회에 후회를 거듭하면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도저히 못 참고 신발을 꺾어신고야 말았다.
그나만 다행인 건 기다리는 버스가 터미널이 회차지점이라 빈차로 오는 거였다.
집이 가까와지자 애들아빠에게 구원을 청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대기한 차에 올라 안도의 숨을 쉬었다.
난 왜 하루라도 사고를 안 치면 안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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