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책 대여점에 들렸는데 아무리 뒤져도 읽을만 한 책을 고를 수가 없 어 다시 되돌아 나갈까 갈등을 잠시하는데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라 는 제목의 책이 확 눈에 띄는게 아닌가. 대체 어떤 내용의 책인가 궁굼증이 발동하여 잽싸게 빼들고 집으로 뛰었다.
평소 나는 나이가 들고 사물을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면서 유교사상에 관해 탐탁찮게 생각했다. 다시 말해서 전혀 쓸모없는 사상이라고 치부하고 있었 다고나 할까. 역시 그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 생각이 조금도 틀리지 않았 음이 입증되는 달콤한 순간을 맛보게 되었다.
--현란한 수식어에도 불구하고 공자의 도덕은 사람을 위한 도덕이 아닌 정 치를 위한 도덕이었고 남성을 위한 도덕이었고 어른을 위한 도덕이었고 기 득권자를 위한 도덕이었고 심지어는 주검을 위한 도덕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사농공상으로 대표되는 신분사회 토론부재를 낳은 가부장의식, 위선 을 부추기는 군자의 논리, 끼리끼리의 협잡을 부르는 혈연적 폐쇄성과 그 로 인한 분열본질, 여성차별을 부른 남성우월의식, 스승의 권위 강조로 인 한 창의성 말살, 교육의 문제점들을 오늘날까지 지속시킨다. 성희롱이 만연되는 원인도 유교가 만든 수많은 피지배자들이 기술적으로 통 치하고 희롱하는 몸부림에서 비롯된 것이다.
딸만 한 여학생의 목덜미를 주물럭대는 지도층이 아직도 존재하는 것은 유 교의 가치관이 만든 문화제국에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다. 사람 잡는 것이 또 하나 있다. 유교에서 최고의 가치로 정의하는 \'효도\'라 는 윤리사상이다. 서구의 양로원을 비웃으며 효도의 가치를 자랑스러워 하
던 우리 사회의 노인들의 처지는 여기저기 떠돌며 문을 두드려야 하는 베짱 이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노동력을 잃은 노인들의 노후문제는 진작부터 사회가 맡아야할 숙제가 아니 었을까. 유교가 죽을 쑨 또 하나의 사상은 \'남존여비\' 다. 남자들이 여자를 완벽하게 소유하기 위해 만든 많은 장치들이 결국은 여자 를 죽여버렸다. 유교속의 여자는 더 이상 여자도 인간도 아니었다. 그것은 왜곡된 생명체에 불과했고 원한으로 뭉쳐진 원귀에 불과했다. 유교문화 속의 사내들이 시커머 먹물속에서 헤매고 만 이유는 분출하는 여 성들의 매력과 아름다움으로 적절한 자극을 받아보지 못했기때문은 아닐까. 동양의 수많은 옛 예술품들 그것들이 우리들의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곳에는 건강한 여성들의 나부상이 자리할만 한 공간이 눈을 씻고도 없었다는 데서 비롯된다. 남자들은 진정한 가치의 여성들을 만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열광하는 창의력이란 단어, 그것의 성장을 가로막았던 획일 화, 그것은 강제적 질서유지에서 나온 도덕적 잣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스승은 제자들의 꿈을 말살한다. 대화를 묵살 한 채 미래를 가름해 준 다. 스승은 줄어들고 족집게만 늘어간다. 창조라는 것의 출발은 언제나 꿈 이있다는 데서 시작된다. 동양의 지성인들이 서구의 정신을 만나면서 미련없이 유교를 내던질 수 있 었던 것은 단순한 물질적 힘때문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을 사랑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살수 있도록하겠다는 휴머니즘과 합리주의 정신때문이었음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600여 년 동안 한국의 정신을 지배해 온 공자의 사상을 단칼에 코막내어
갈기갈기 찢어놓은 글을 대하며 오랜 가믐끝에 만난 소나기를 맞은 듯 덩실 덩실 어깨춤을 추고싶은 나를 견디지 못하게 했다.
사상이라는 것처럼 무서운 것은 없다. 일단 대대로 내려오는 사상은 더 무섭다. 그것은 완전한 독재자가 되어 모 든 사람들을 사상의 노예로 만든다.
나는 외치고 싶다. 사람이 살아있고 사람이 살수 있는 사상을 사랑하며 이 땅에 오래도록 살고 싶다고.
유교의 발상지 중국이 유교를 버렸다. 일본도 버렸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공자를 끌어안은 채 놓질 않는다.
그 책은 벌써 몇 년 전에 여러 사람들에게 읽혀진 듯 하다. 나만 혼자 뒤늦은 호들갑을 떨고있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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