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한지 18년 째입니다.
이십 대 초반에 만나서 정말 뭐든지 다 해준다기에, 순진하게 믿고 따라갔지요.
공부도 많이 더 할 수 있게 해 주고, 집은 당연히 사 주고, 차도 사 주고, 아들 없는 우리 부모도 자기가 모신다고... 결정적으로 전 이 말에 넘어갔습니다.
맏딸 콤플렉스 제대로 이용한 거죠.
그 때만 해도 전 정말 예뻤습니다. 이런 말 제 입으로 하면 정말 그렇지만...
지금도 그 때 사진을 보면 모두들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 한답니다.
버스를 타면, 남자들이 긴 생머리를 잡아 당기는 일도 있고, 버스에서 내리면
뒤쫓아 와서 주말에 만나자고 했고, 자동차를 세우고 가끔 타라고 하기도 했답니다.
모두들 한 번 만나달라고 할수록 전 콧대가 높아만 갔었는데...
어쩌다 일곱 살이나 많은 남자랑 살게 되었네요.
하늘에 별도 따 줄 것처럼 하더니...
근데, 정말 말 과는 너무 달라서 , 오랜 셋방살이가 쭉 이어지고 , 몸 고생 마음 고생 너무 하고 나니 자꾸만 지쳐갑니다.
오죽하면 친정 아버지께서 이혼하라고, 딱 한 번 말씀 하셨지요.
전 제 인내심의 끝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물론 남자가 여자 보다 생각이 없이 사는 건, 우리 애들만 봐도 알겠더라고요. 하지만, 좀 지나치게 생각이 없습니다.
옛날 사진 보면서 \"이 땐 왜 이렇게 예뻤어요?\"
이런 말 들을 때면 참 서글퍼 져요. 그럼 지금은 안 그렇다는 거니까...
속았다는 생각이 든 건 십 년이 지난 후부터입니다.
그렇게 오래살면서도 전 \'설마 이게 전부는 아니겠지? 뭔가 있겠지?\' 순진하게
믿고, 떠받들었으니... 그리고는 참 힘들었어요. 살면 살수록 제가 속았다는 생각이 절실해 집니다. 어쩌면 그렇게 순진했을 수 있을까요? 착하다 못해
정말 어리석었어요.
지금은 착하지 않게 순진하지 않게 살고 싶을 뿐입니다.
그냥 살자 하면서도, 가끔 속았다는 생각이 너무 들 때면...
제 자신에게 제일 화가 나서, 그 점이 제일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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