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증에 입천장까지 부어 오르면서 열이 오르더니 열흘 이상 통증이 있었는데 미련하게도
나의 대응 처방은 그저 참고 참으면서 퇴근길 약국에 들러 진통제와 소염제를 3일치 두 번
사서 먹은 게 고작이었다.
그렇게 아프던 잇몸은 주인의 미련한 참을성에 두 손을 들었는지 차츰 염증이 가라앉아
이제는 좀 살 것 같은데 오늘 주말 근무도 없는 토요일이라 벼르고 별러 아파트
단지 내 치과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
잇몸이 안 좋아 스케일링을 받았으면 한다고 오늘 진료가 가능한지를 여쭤보니
오전에 임플란트 수술이 있어서 오후 3시 정도면 가능하단다.
직장 바로 근처에도 치과 병원이 있어서 근무 중 잠시 진료를 받으러 갈 수는 있으나
도대체 그 병원은 환자를 환자로 보는 게 아니라 무슨 돈뭉치로 보는지
나를 비롯하여 직장 동료의 모든 평이 같은데 일단 치과 병원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부터 여러 장의 엑스레이 사진 촬영은 기본이고 이어 겁주기 진료로 들어가 당장
잇몸 수술을 해야 하고 상황이 너무 나빠 잇몸을 살릴지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면서
아주 쉽게 오백만 원 이상의 진료비 견적서를 낙서하듯 너무나도 당연하게 환자 앞에
보여주니 ~
순간 황당함 아니 그 떨리는 공포감이란...
공포감이라는 표현이 부적절할지 모르지만 주머니가 넉넉하지 못한 환자로서는
그보다 더한 공포는 아마 없을 것이다.
작년 아들 아이도 이가 아파 한동안 고생을 하였다.
내가 아픈 것은 참아도 고슴도치 사랑이었는지 자식 아픈것은 못 보는게 엄마 마음이라서
삼백만 원 가까운 거금을 마련하여 치아 치료를 해주었다.
물론 형편상 비용이 많이 드는거라서 두어 군데 치과에서 치료비 견적(?)을 뽑아 보았는데
그래도 그중 아파트 단지 내 상가 치과에서 얼마간의 금액을 할인해 주겠다고 하기에
아들아이의 아픈 이를 치료해 주었다
상황이 힘들어지면서 참고 참는 인내력이 그간 얼마나 커졌는지
작년 위가 아파 내시경을 찍게 되었는데 고통이 있으니 수면 내시경을 할거냐고
묻는데 아니요 그냥 해보죠~
내시경 촬영 중 의사 선생님 말씀~
괜찮으세요?
나는 눈물이 핑 돌면서 호수가 목 안으로 점점 깊게 들어갈수록 심한 구역질로 괴로웠지만
몇 년 세월 어려운 날들 참을성에 단련된 나는 괜찮다는 표시로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성서 말씀대로 정말 참는 자에게 복이 오는 것인지...
아무튼 오늘 진료 예약 시간 3시에 맞춰 치과에 갔는데 지금 내가 느끼는 통증도 없는데
아직 이 안을 살펴보니 염증이 남아 있어서 일단 치료를 하고 이틀 약 처방을 받고 나서
5월 1일 근로자의 날 휴무일이니까 그때 다시 와서 스케일링을 하자고 하신다.
충치가 있긴 하지만 심한 상태는 아니고 손 볼 치아가 몇 개 있는데
스케일링을 받고 그다음 상담을 하자고 하신다.
선생님~~
그런데요 왠만하면 올해는 그냥저냥 넘기게 치료해 주시고 비용 부담 많은 치료는
내년으로 미루면 안 될까요?
아직은 대학 공부 가르칠 학생이 있어서요...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
나의 상황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병원 약 처방전을 받아 들고 치과를 나서는데
입안에서 중얼거리며 나오는 말~~
아~~ 이런 거 내 스타일 아닌데 ~~아니라고~~~~
ps-- 살면서 처한 상황을 내 비쳐야 할때 의기 소침해지고
그러한 순간 정말 나는 내가 싫어집니다. 지난 날 어깨펴고 당당하던 그 시절
여유있던 그 스타일...그때가 그립습니다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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